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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묘(絶妙)의 한 수(手)

조회311 2020.02.12 14:19
김석연2

 

겨우내내 눈이라곤 한줌도 내리지 않아 내심 이러다가 눈도 맞아보지 못하고
겨울을 나겠구나 싶었던 요즘에 그나마 다행히 하룻밤동안 눈이 내렸습니다.

너무 가물어서 눈이라도 펑펑 내렸으면 농부들은 물론 여러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던 와중에도 마음 한 구석으론 젊었을때의 추억이 스멀스멀 기어나와

눈을 밟고 걸어봤으면 하는 생각도 났던게 솔직한 심정이었습니다.

 

희뿌연 하늘이 금방 눈이라도 곧 쏟아 내릴것만 같은 눈 온 다음날

집사람과 함께 산행에 나섰습니다.

늘상 다니던 산봉우리까진 아무래도 무리인 것 같아 주막까지만 갔다가 돌아오기로 했습니다. 오랜만에 내린 흰 눈으로 길거리는 축제 분위기입니다.

사람들 저마다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느라 사람다니는 눈길 좁은 통로가 비좁습니다.

학교 담벽의 개나리꽃나무는 한껏 맺혀있던 눈송이를 사람들 지나가면 용케도 알아차리곤
부르르 제몸을 털어 행인들 눈으로 덮어버립니다
.

곳곳에서 웃음보가 터집니다. 하하하하

산행하는 길이 짧은 거리가 아닌데도 오늘따라 짧게만 느껴집니다.

추억 머금은 눈길이 못내 아쉬운가 봅니다, 집사람이나 나나.

 

세상을 온통 휘젓고 다니는 신종 코로나가 여기 이곳에서 만큼은 맥을 못쓰는 것 같습니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고 제발 흰 눈에 사멸되어 영원히 추방되길 기원도 해 봅니다.

집에서 출발한지 한 시간여만에 주막에 도착했습니다.

주막엔 어느단체에서 시산제 행사를 준비하느라 산악회 사람들로 야단법석입니다.

조금 후 머문시간이 오래되었던지 산악회원 스무댓명은 떠나버리고 집사람과 단둘이

오붓하게 남았습니다.

 

아까부터 엉치뼈가 짓 눌리킨것처럼 저린게 영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햇수를 더 해가니 아픈곳이 없는게 비정상이 아닌가, 그러면서도 개운치는 않습니다.

막걸리 한잔을 하고 싶었습니다.

어렸던 시절 아버지는 고된 노동으로 힘들때면 자주 막걸리를 드셨습니다.

큰 대접으로 한사발 가득 들이키고 김치 한쪽으로 입가심하시곤

허리가 언제 아팠냐는 듯 이내 하던 일을 마저 하던 모습이 생생히 떠오릅니다.

옛사람들에 비하면 너무 호사스런 투정이 아닐수 없습니다.


주막주인에게 막걸리를 신청하니 야들야들한 초당두부를 얇게 썰어 들기름에 구워서

맛깔스럽게 한접시 내 옵니다.

술도 잣커니 권커니 해야 제맛이라고 없는 상대를 꾸어 올수도 없고 집사람에게

한잔 따라주고는 혼자 한병을 다 비웠습니다. 속 까지 시원 합니다.

아버지도 이런 맛에 힘든일을 잊은 듯 한게 아니었을까?


아까부터 캥기던 엉치통증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흔적도 없습니다
.

술기운이 통증을 눌렀나 봅니다.

이제 가야겠다고 계산을 하고 일어서려는데 맞은편 벽의 낙서판에서 그동안 보지 못했던

글귀 한 문장을 발견했습니다.

通卽不痛 不通卽痛” “통하면 아프지 않고 통하지 않으면 아프다

가 통하면 아프지 않고 통하지 않으면 아프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 이렇게 기가 막힌 절묘의 한수를 눈앞에서 마주치다니요.

막걸리 한사발이 가 아닌건 사실이지만 적어도 혈행을 도와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하는건
맞지 않나 싶습니다
.

통즉불통 불통즉통, 남의 손 빌려 노후를 보내고 싶지 않다면 새겨들어야 할 문장이 아닐까.

눈꽃동산에서 봄눈을 만끽하고 선대의 고뇌도 되짚어 보는 오늘

요즘의 대세 미스터트롯의 영탁이 부른 막걸리 한잔이 실감나는 하루입니다.

어단파파 2020.02.12 16:50:09
"通卽不痛 不通卽痛⁠ "은
한의학에서 쓰는 말이지만 이 말은 정치 경제 사회..
어디에도 다 적용되는 것 같습니다.
소통과 불통의 의미로..
음미하며 잘 읽었습니다.
미스터 트롯 "막걸리 한 잔" 동영상(김남철 님이 게시판 1/27에 올린)
다시 보겠습니다. ^*^
김윤기 2020.02.13 09:41:18
통증의 원인과 아울러 그에 따른 해소법을 제시한 고사성어다
때론 소통이 고통으로 발전하는 경우도 왕왕 있거니 싶습니다
야합을 소통으로 해석하는 그 순간부터 야기되는 고질적인 ---
정치적인 소통보다 정신적인 소통이 절실한 요즘입니다.
 
에이포 2020.02.14 09:36:01
通卽不痛 不通卽痛
인간사에 절대법칙중에 하나가 아니겠는지요.
술 끊은지 오래되었는데 저 지금 막거리 사러 마트로 갑니다. 
진리는 가장 가까이있다 했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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