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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에 계촌을 아시나요?

조회127 2019.05.15 08:48
조규전

                   평창에 있는 계촌을 아시나요.
 

영동고속도로 상에서 진부를 지나 장평요금소를 빠져나와 평창읍으로 가는 길이 있다.

2차선 도로로 되어 있는데 개천을 따라 만들다 보니 꾸불꾸불한 모양새가 개천의 모양새와 거의 유사하게 만들어진 도로이다.

가끔가다가 험악한 고개도 있어서 차량의 연비가 뚝 떨어지는 코스도 몇 군데 있다.

혹 앞에 화물차라던가 농업용 차량이 있을라치면 애가 탈 정도이다.

추월을 하기에도 그렇고 안하자니 구지하세월이 흐르는 등 운전상 딜레마에 빠지게 되는 그런 도로이다.

 

평창을 다 가서 방림으로 가는 갈림길이 있다.

과거에는 뱃재를 통해서 올라갔었는데 여기서부터 4차선이 되면서 터널까지 뚫려서 엄청 운전하기 편리하게 되었다.

방림을 지나 안흥, 원주로 가는 코스를 타고 가다보면 여우재라고 나온다.

이름만 들어도 왜 그런지 얼추 짐작이 가리라 본다.

실제 짐작한 대로 옛날에 이 고개에서 여우가 자주 나왔다는 설에 의거해서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이 여우재를 넘어 중간정도 가다보면 사과 과수원이 나오는데 바로 그 과수원 시작점에서 우회전을 하면 조그만 도로가 나온다.

그 도로를 쭉 따라 언덕배기를 내려간 종점 부근이 바로 계촌이라는 동네이다.

 

이름만 들었을 때 그 동네에는 닭()이 많이 났던 곳으로 인식하기 쉬울 것이다.

실제는 닭이 아니고 계수(桂樹)나무가 많아서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촌은 시골이란 말로 통한다고 보면 계수나무가 유독 많은 시골이라 보면 될 것이다.

 

필자는 계촌을 올 3월초에 갔다 왔다.

그 시기에는 초목들이 싹을 틔우지 않았기에 나무 졸가리만 보고 어떤 나무인지 분간하기가 용이치는 않았다.

그런데 계촌 중심부에서 개천을 건너편에 서 있는 가로수들이 심상찮이 보였다.

보는 순간 계수나무라는 것이 확연할 정도였다.

 

계수나무는 우리의 동요 반달에 나오는 상징적인 나무로 많이 알고 있을 것이다.

예전에 농공고에 다닐 무렵 응원할 때 엔간히 많이 듣고 율동을 했던 기억이 생생히 떠오른다.

이렇게 상징적인 나무가 이 지역의 지명으로 부르게 되었다는 것은 좀 특이한 부분도 있었다.

 

계수나무가 흔하지 않았던 시절에 이 지방에 그런 나무가 많았다는 것 자체가 특이하게 받아드려진다.

현재 계촌에 심겨진 계수나무 수령은 채 100년도 안 되는 것 같았다.

물론 우리가 본 계수나무치고는 덩치가 엄청 큰 것도 부인하지 못할 것 같다.

필자가 지금까지 본 계수나무 중에서 가장 큰 것이 여기에 있었다고 보면 될 것이다.

 

요는 이 지방이 계수나무 자생지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 지방 토속 식물이라면 자연스럽게 받아드렸을 터인데 이 나무는 외부에서 누군가에 의해서 의도적인 식재라 이루어졌다고 생각된다.

그 예전에 그 누군가가 이 나무를 심었다는 것 자체에서 그 사람이 선구자적인 역할을 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그 나무를 심은 누군가가 결국은 그 지방에 지명을 만들게 된 원인제공자가 된 것이다.

 

계촌은 농업을 근간으로 하는 조그마한 동네이다.

조그마한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하나씩 있고 조그마한 소방서도 한 개소가 있다.

그런 동네에 문화는 엄청 발달한 곳이다.

계촌음악회가 이 작은 동네에서 열릴 정도로 문화의식은 상당히 높은 곳이라 보면 될 것이다.

 

이 계촌을 좀 더 계촌답게 만들 수 있는 요인은 많으리라 본다.

그 많은 요인 중에서 계수나무를 잘 만 이용하면 전국적인 명소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계수나무의 잎은 하트 모양으로 되어 있으며 나무 자체도 단아하고 깔끔하게 생겼다.

특히 가을철 단풍이 질 때에는 노란 하트 모양의 잎에서 무한한 감동을 줄 수 있는 그 무엇인가가 나온다는 것이다.

단풍나무나 은행나무 단풍도 좋지만 계수나무 단풍의 진 맛은 전자보다 훨씬 더 우월적인 매력을 지닌다고 보면 될 것이다.

 

계촌의 가로수는 물론이고 집집마다 정원수도 계수나무로 심고 밭가라던가 산륵에도 타 수종을 심지 말고 오로지 계수나무만 심자는 것이다.

온 동네가 계수나무로 둘러싸일 수 있도록 한다면 적어도 가을철에는 전국에서 계수나무 단풍을 보러 몰려 올 것이다.

담양에 대나무 숲이나 메타세콰이어 거리, 대전 유성에 이팝나무 축제, 인제 원대리 자작나무 숲, 홍천에 은행나무 숲과 같이 계촌에 계수나무 숲을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

물론 조성된 숲이 어느 정도 안정화되기까지 시간은 많이 걸리리라 보지만 우리 후손이 그 열매를 따 먹는다고 생각한다면 충분한 투자의 가치가 있으리라 본다.

 

필자가 오늘 저녁때 시간을 내서 계촌에 간 결정적인 이유는 작년에 계수나무에서 떨어진 씨앗이 그 나무 밑에서 싹터 자라지 않을까 해서였다.

그래도 나무 밑에 아기 계수나무가 몇 개 정도는 자라리라 생각하고 갔었는데 기대와는 완전히 딴판의 결과가 기다리고 있었다.

눈을 씻고 찾아봐도 애기 계수나무는 한 개도 보이질 않았다.

조금은 실망했지만 올 가을에 씨앗은 분명히 열리리라 본다.

그 씨앗을 시발점으로 계촌에는 아름다운 계수나무가 무수히 많은 사람들에게 무한한 감동을 줄 날을 만들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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