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동문 문화예술

접목에 高手

페이지 정보

작성자 조규전50 작성일 2025-03-25 21:28 댓글 0건 조회 64회

본문

20250323_122248[1].jpg

 

20250323_131936[1].jpg

위 사진은 복숭아, 아래는 키위

 

 

               접목에 高手

           

 

오랜만에 전공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하고자 한다.

저는 농공고 원예과를 나와서 그 길로 지금까지 쭉 살아왔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몇 십 년을 원예쪽에서 직접 일하고 가르치면서 하나의 생업으로 이어 온 것이다.

자고로 10년 정도의 시간을 같은 일에 집중하면 그 세계에서 도가 트인다고 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계산한다면 도가 터도 5번 정도 텄을 정도로 장구한 시간이 흘렀다는 

것이다.

 

한 번의 도가 터도 대단한데 5번의 도가 틀 정도로 한 가지 일을 했다면 높은 경지에 올라가

 있을 법 한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나의 전공에 대해서 누가 알아주는 사람도 별로 없다.

심지어 마누라도 시큰둥할 정도로 나의 전공에 대해서 별 볼 일 없는 존재로 전락되어 버린 

것이다.

그렇다고 내 자신이 만족한 경지에 있냐하면 그것도 아닌 것 같다.

그냥 나의 전공 세계를 빙자해서 밥 벌어먹는데 전전긍긍했을 뿐인 것 같다.

그래도 나의 전공에 세계에서는 남들보다 조금은 낫다고 생각하는데 그것도 자의적인 

생각인지도 모른다.

 

나의 전공과 계절과는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봄날이 제일 바쁘고 분주하다.

엊그제만 하여도 겨울철처럼 눈발이 흩날리고 온도도 영하로 떨어졌던 터이라 정신적으로는

 좀 한가 했는데 갑자기 봄이 사정없이 밀어 닥치고 보니 정신을 못 차릴 정도이다.

뭣이던 서서히 다가오면 준비라도 할 여유가 있는데 미대기처럼 밀려온 봄을 온 몸으로 맞이

하다 보니 힘이 부친다.

 

자고로 봄이 되면 농부는 바빠지게 돼 있다.

겨울철에 탱자탱자하다가 어느새 다가온 봄을 맞이하면서 몸과 마음이 갑자기 분주해짐을

 한 껏 느낄 수 있다.

분주해짐뿐만 아니라 해야 할 일들이 갑자기 폭주하는 것처럼 인식되면서 성질마저 조급해지는

 증상도 나타날 것이다.

농사에서 봄에 해야 할 일은 전체 농사일 중에서 엄청나게 높은 비중을 차지함으로 농민의

 마음은 급하게 되는 것이다.

 

봄에 만 할 수 있는 일 중에서 접목이라는 영역이 있다.

접목을 하는 이유는 똘똘한 품종을 단 시간에 많은 량으로 번식시키고자 하는데 있다.

가장 많이 쓰이는 영역은 역시 과수분야일 것이다.

접목 없이 과일을 생산하는 온대 과일로는 무화과나 석류, 블루베리, 복분자 정도가 있을 것이다.

이런 과일류는 사과나 배, , 밤처럼 우리가 먹는 주류의 과실도 아니다.

그렇게 본다면 접목 없이 생산되는 과일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과수와 접목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고 본다.

 

감귤이나 한라봉, 천혜향 같은 아열대 과수의 대목으로는 탱자나무를 쓴다.

떫은 감의 대목으로는 고욤나무를 쓰고, 사과나무에는 영국 이스트말링이라는 과수 연구소에서

 만든 왜성대목을 주로 쓴다.

체리에는 콜트나 기세라, 벚나무 같은 대목을 사용하며 자두, 살구, 매실, 복숭아는 서로 친화성을

 가짐으로 서로 대목이 될 수 있는 특성이 있다.

접목이 되기 위한 전제조건은 친화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뿌리가 되는 대목과 지상부가 되는 접수 간에 혈연관계가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접목이 잘 되고 

멀수록 잘 안 된다는 것이다.

사과와 배를 접목하면 아무리 접목기술 좋은 자가 접도를 든다 하여도 실패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아무 과수나 접이 다 잘 되는 것은 아니다.

감이나 밤처럼 나무에 탄닌이 많은 과수는 접목에 좀 더 정교한 기법이 필요하다.

 

접목은 원예 분야에서 좀 기술이 필요한 영역이라 본다.

아무개나 접도를 들고 접목을 한다 한 들 성공할 확률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접목에 대해서 어느 정도 수준에 오르기 위해서는 실습이나 도제교육이 필요하리라 본다.

요즘엔 유튜브를 통하여 다양한 방법의 접목기술을 스스로 배울 수 있는 기회도 가질 수 있다.

접목 기술의 결정적인 포인트는 접수와 대목의 형성층을 제대로 맞추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접을 우아하게 성형수술 하듯 한다 하여도 형성층이 맞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 될 수 

밖에 없다.

여기서 형성층이란 부름켜라는 다른 말로도 쓰이는데 껍질과 목질부 사이에 물과 양분이 오르

락내리락 하는 경계선을 의미한다.

초보자들이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접수를 대목을 중간에 넣는데 그러지 말고 한 쪽 

면에 있는 형성층을 제대로 일치시켜 주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아무 때나 접목을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활착이 잘 되는 특정 시기가 따로 있다는 것이다.

보통 절접이나 할접의 경우는 싹트기 바로 직전에 눈접은 8월 하순에서 9월 중순경이 적기이다.

눈접은 주로 핵과류에 쓰이는데 타 과수류는 잘 안 됨을 유의해야 한다.

중간에 녹지접이라는 유형도 있는데 이도 잘되는 과수가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즘에는 접목의 활착률을 높이기 위한 재료들이 너무 많이 개발되고 있다.

특히 접목 후 활착을 위하여 과거에는 흙으로 전체를 덮어 주었다고 나중에 활착이 되면 살살 

벗겨 내곤 했는데 이제는 그럴 필요성이 전혀 없게 되었다.

톱신페스트 같은 도포제를 접수 절단면에 살짝만 발라주면 활착할 때까지 건조를 방제해 줄 

수 있는 훌륭한 재료가 나와있다.

비닐테이프가 나오면서 접목의 활착률을 비약적으로 상승되었다.

접을 하는 칼도 마찬가지로 예전에는 접도라 하여 날이 잘 문드러지지 않는 칼을 잘 갈아서

 사용했는데 지금은 카타칼 하나만 있으면 어떤 접목도 손쉽게 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칼은 인체에 수술을 하는데 사용하는 것처럼 예리하면 할수록 활착률이 높아지게 된다.

식칼이나 과도를 가지고 접목을 한다면 활착률은 현격하게 떨어질 수 밖에 없으리라 본다.

 

남들이 하는 것을 보면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이 보이는데 막상 내가 해 보면 잘 안 되는 일 

중에 하나가 이것이라 본다.

아무리 눈썰미가 출중하여도 위에 열거한 몇 가지 중 하나만 놓쳐 버리면 접목 활착은 물 

건너가게 되어 버린다.

접목에 실패한 경우에 딴엔 온갖 정성을 다 기우렸다고 하지만 어디에서 불찰이 생겼는지 알

 방법이 없기에 더 답답하게 느껴질 것이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