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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연히’란 없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당연히’라는 최면에 빠져서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부모는 자식을 당연히 사랑해야 하고 자식은 당연히 부모를 공경해야 한다.”라는 말에 전적으로

 수긍할 수 있는가?

당연히 사랑을 받아야 하고 당연히 공경도 받아야 한다는 논리는 어디서 왔는가?

그런 개념이 인간의 본능에서 왔는지 아니면 사회 통념이나 문화에서 왔는지는 모르겠으나 그게

 맞는 말인지도 모르겠다.

 

 

당연히는 아주 가까운 혈연관계뿐만 아니라 인간관계에서도 많이 볼 수 있다.

친구니까 어려운 일에 당연히 해결사로 나서야 한다고 말한다면 그게 말빨이 설는지도 의구심을 

갖게 한다.

같은 학교를 나왔으니 생각이 비슷한 것은 당연하다고 외친다면 이 또한 수긍할 사람이 얼마나

 있을는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은 당연히의 최면에 걸려서 살아가며 그것에서 벗어나면 충격을 받은 경우도 

있으리라 본다.

당연히가 자기합리화의 한 방편으로 자리잡고 있는 사람도 많이 보았다.

어떤 대학에 간다거나 회사나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거기에 맞추어 공부를 하게 되는데 

그 결과는 당연히 합격이라는데 초점을 맞출 것이다.

과연 그 결과가 당연히 합격이라는 곳에 귀착이 될 수 있을 것인가를 냉철히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사업을 준비하고 추진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또한 당연히 돈을 많이 버는 쪽으로 상상을 할 것이다.

물론 생각하는 만큼 버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런 경우는 100에 한두 명 정도 있을까 말까 할 정도일 

것이다.

당연히가 자신을 비껴가는 경우가 더 많은 것은 자연스러운 이치라 본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당연히라는 관념에 얼마나 많이 빠져 있는지에 대해서 제대로 성찰한다면 

우리 인생은 그리 낙망을 할 정도는 아닐 것이다.

당연히라는 관념에 빠지다보니 뭣을 해도 목표점에 도달하지 못하면 실망과 낙망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이렇게 자기 자신이 부정적인 굴레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게 하는 쥐약 같은 것이 바로 당연이란

 관념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우리는 혹시 이런 망상에 사로잡혀 사는 것이 아닌지 살펴보자.

해는 동쪽에서 떠서 남쪽을 거처 서쪽으로 져야한다.

나는 태어날 때 당연히 금수저를 물어야 한다.

전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러시아나 우크라니아, 가자 지구 같은 데서는 당연히 태어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어제 감기약을 먹었으니까 오늘 아침은 당연히 가뿐하게 일어나야 한다.

발렌타인데이에 초콜렛을 사 주었으니까 화이트데이때엔 당연히 그보다 더 맛있는 것을 사 

줄 것이다.

주식이나 코인 투자를 했으니까 좀 기다리면 당연히 뻥튀기가 될 것이다.

모처럼 비타민제나 정력제를 먹었으니까 다음날은 당연히 힘이 펄펄 날 것이다.

공기 맑고 산천이 아름다운 관광지에서 휴양을 했으니까 몇 달 동안은 당연히 머리가 맑아야 

할 것이다.

꼴보기 싫은 인간이 이사를 갔으니까 당연히 행복한 나날이 이어질 것이다.

어제 비가 왔으니까 오늘은 당연히 불이 안 날 것이다.

국회의원에 당선이 되었으니 지역민은 당연히 자신을 존경해야 할 것이다.

나의 인친척이 고관대작이 되었으니 당연히 후광을 입을 것이다.

봄이 되어 고추씨를 뿌렸으니 당연히 가지처럼 큰 고추가 주렁주렁 열릴 것이다.

교회나 절에 다니면 죽어서 당연히 천당이나 불국토에 가야한다.

 

 

그렇다고 우리는 당연이란 말을 달고 살지는 않는다.

하지만 우리 내심엔 당연이란 관념이 너무 다양하며서 깊게 파고 들어가 있는지도 모른다.

당연히를 좀 더 이해하기 쉽게 풀어본다면 “댓가가 좀 세게 부풀려져 있는 모습” 정도로 

보면 되지 않을까 싶다.

뭔가 내가 정신적 물질적 투자를 한 곳이 있다면 거기엔 반대급부의 그 무엇인가를 원하는 

기대심리라 보면 될 것 같다.

인간이기에 그런 기대심리라는 보상을 갈구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 본다.

그렇지만 그 심리가 너무 크게 부풀려졌는데 그 결과가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면 정신적 

육체적 충격을 받을 수 있는 맹점도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아무런 기대치도 없다면 무기력하고 그것이 너무 넘쳐버리면 좌절과 분노를 느끼게 되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그래서 적절한 중용의 도리를 취하면서 살아간다는 것이 너무 어렵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