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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돈열 교수의 도문대작 21 - 홍천의 백년가게 생곡막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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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음식이 있는 곳에는 사람들이 모여든다. 소문난 맛집이라면 더욱 그렇다. 심지어 '오픈런'에 두세시간 대기도 문제 삼지 않는다. 하루가 걸려도, 또는 몇 백리길에 1박 2일도 기꺼이 감수한다. 설마 이걸 먹으러 여기까지 오겠느냐 싶지만, 맛만 있으면 어디든 달려가는 것이 요즘 세태다.
도문대작 21이 1호점으로 첫 발걸음을 디딘 곳은 홍천에 있는 유명 막국수집이다. 홍천군은 전국에서 면적이 가장 큰 지자체다. 그 끝자락, 서석면 군두리길(생곡리) 310번지에는 ‘100년 가게’로 지정된 ‘생곡막국수’가 있다.
백년가게란 30년 이상 명맥을 유지하면서도 오래도록 고객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점포 가운데, 중소벤처기업부에서 그 우수성과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 받아 공식 인증받은 점포를 말한다.
지척에 숱한 유명 막국수집들을 두고 생곡리를 찾아가는 길은 멀다. 서울 광화문에서 출발한다면 173km로 자차로는 2시간30분, 춘천에서 74km로 1시간 10분, 강릉에서 출발해 영동고속도로를 타다가 운두령을 넘어오게 되면 106km로 약 1시간 40분이 소요된다. 서석에서 구룡령을 넘어 양양으로 가는 길목이기도 하다.
오직 막국수를 맛보기 위한 목적으로 홍천에서 친구와 합류하여 56호 국도와 지방도를 번갈아 타며 조심스럽게 길을 재촉한다. 산과 언덕 위에는 잔설이 남아있고, 응달진 곳은 길이 험하다.
지구촌의 심대한 환경변이로 한반도의 기후특성인 삼한사온이 사라진 지 오래됐다. 일주일째 영하 10도를 찍는 줄추위가 이어지며 우수를 막 지났지만 바람이 차다. 계곡을 따라 달리다가 보면 바람이 더 차갑겠지만 맛집이 찾아가는데 더구나 홋홋한 차안에서 겨울바람이 뭐 그리 대수랴. 어쩌면 이 순도 100%의 차고 맑은 공기가 최고의 막국수 핵심 레시피 중 하나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해 본다.
한 시간여를 달려 도착한 생곡막국수 집에는 한겨울의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시골에 웬 차들이 이렇게 많을까 싶도록 3백여 평의 넓은 주자장에 차들이 가득하다.
첫눈에 들어오는 간판 ‘백년가게’, 현재 대표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비법 그대로 막국수를 만들어 2대에 걸쳐 47년째 고객들에게 메밀 음식의 진수를 맛보게 해준다. 고객의 90%는 오가다가 들리는 사람들이 아니라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들이다.
행여나 부자연스러운 모습이 연출될 우려에 취재를 미리 말하지 않고 고객의 입장에서 스케치에 나선다. 업주의 경영철학은 단순하고 진심이 묻어난다. '부모님대의 비법을 최대한 살려 고객들에게 고유의 메밀음식을 제공하는 것’
생곡막국수 홍천본점은 SBS 백종원의 3대천왕에 출연해 백종원씨의 극찬을 받은 곳이다. 그러니까 거의 반세기 전, 개점 초기에는 나무로 제작된 전래의 국수틀에서 면을 뽑아 냈지만 수요가 많은 지금은 언감생심임을 참고해야 한다.
잘 정돈 된 넓은 객장에 입장하자마자 숨돌릴 틈도 없이 막국수와 모두부를 시켰는데 주인 부부가 직접 농사지은 콩으로 만든 촌두부의 두부모가 어찌나 큰지 보는 것 만으로도 배가 부르다. 그렇다고 나오는 순서대로 두부를 먼저 먹으면 이곳 까지 일부러 먹으러 온 생곡막국수 고유의 맛과 향을 온전하게 느낄 수 없기에 시식을 뒤로 미룬채 군침만 삼키며 면이 나올 때를 기다린다.
메밀은 그 특유의 고소한 맛과 영양으로 많은 사랑을 받는 식재료로 혈관 건강 개선부터 면역력 증진, 눈 건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효능을 가진 식품이다.
특히 단백질, 식이 섬유, 비타민, 미네랄 등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음은 물론 다른 곡물보다 아미노산이 다양하게 함유돼 있고 비타민 B군과 비타민 E가 풍부하게 함유돼 있어 건강한 피부와 신체 조직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한다. 메밀은 또 한 각종 대사활동에 도움을 주는 식품임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 집의 특징은 메밀 함량이다. 마치 메밀 알갱이를 씨-ㅂ듯 면발이 굵고 투박한듯 하지만 담백하고 씨-ㅂ을수록 메밀 본연의 맛과 향을 잘 느낄 수 있다. 이 메밀향은 양치를 해도 몇 일간 입안과 뇌리에 남아있게 된다.
또 하나 이 집의 특징은 춘천막국수 처럼 물과 비빔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면과 함께 나오는 동치미 육수를 양념장과 적당히 넣어 비비면 동치미 막국수가 되고 육수를 많이 넣으면 물막국수가 된다. 한여름, 100% 자연발효 시킨 살얼음 동동 떠 있는 시원한 동치미는 천연의 짜릿함을 느끼게 하는 별미 중의 별미다.
면의 양이 많아 두부는 괜히 시켰나 싶지만, 신토불이, 이 청정지역에서 햇살을 듬뿍 받고 생산된 콩으로 만든 두부가 어찌나 부드럽고 고소한지 막국수로 부른 배에도 야금야금 두부 한모가 어느새 빈그릇만 남는다.
또 하나의 이 집 대표 메뉴는 셰프 백종원이 극찬했다는 감자전이다. 이른바 겉바속촉의 인생 감자전인데, 이지역에서 생산되는 감자를 갈아 반죽한 뒤 감자채를 썰어 함께 넣어 구워내니 겉은 바삭 속은 촉촉하면서 쫄깃하며 담백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막국수와 감자전을 조합으로 주문을 많이 해준다는 종업원의 전언이다.
원조 생곡막국수 홍천본점은 2022년 중앙일보 개최 소비자만족대상 1위를 하고, 맛집 평가서(評價書) 브루리본 서베이에도 3년연속 수록된 집이기도 하다.
맛집을 찾아 나서는 길은 늘 음식값보다 연료비가 더 들지만, 친구의 만족해하는 모습에서 함께 배부름을 느낀다.
재료 본연의 맛을 잘 살린 건강한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 홍천의 운두령 밑에 소재한 ‘생곡막국수’는 곧 개점 반세기를 맞는다. 정부가 인증을 해준것 처럼 앞으로 100년을 가야 할 집이라는 생각으로 다시 찾을 여름을 기약한다. 그때는 예약을 하고도 오전 11시 쯤 도착해야 그나마 제시간에 막국수를 먹을 수 있을 것이다.
주) 이 싸이트는 당국의 언어순화정책에 따라 '씨ㅂ' 자가 정상적으로 표기되지 않습니다. 참고하여 주시기바랍니다. 앞으로 가는 곳곳마다 계속 씨ㅂ는 일만 있을 것인데 필자로서는 걱정이 많습니다.
- 다음글트라브존의 Sumela Monastery 25.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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