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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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꽝
언어에는 뉘앙스와 추측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어떤 특정 단어를 듣거나 떠 올리면 거기엔 어떤 살이 붙여질 것인가를 먼저 생각한다는 것이다.
서로간의 대화에서도 첫 마디에 무슨 말을 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이 의도하는 세계를 추측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제목과 같은 단어가 나타났다면 어떤 사람은 복권이나 추첨에서 당첨이 안 되었다는 의미의
말로 또 어떤 사람은 무엇인가 서로 부딪쳤을 때, 큰 건물이 갑자기 무너졌을 때, 천둥이 몰려
올 때, 대포가 터질 때, 가스나 석유 탱크가 폭발할 때, 미사일이 날아 가는 순간 등을 떠 올릴
수 도 있을 것이다.
이 단어 하나만 보았을 때엔 긍정적인 면보다 부정적인 면이 먼저 연상되는 대표적인 사례가
아닐까 싶다.
복권이나 추첨에서 당첨이 안 돼도, 서로 부딪쳐도, 어떤 폭발이 일어나도, 천둥이 몰려와도
좋은 것은 별로 없는 상황으로 전개되는 수 있을 것이다.
밖에서 볼 일을 보고 지하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있었다.
거의 같은 자리에 차를 세우다보니 그냥 평상시에 하던 대로 본능적으로 후진하여 주차를
하고 있었다.
당시에 점심을 먹지 않은 늦은 오후였던지라 배는 좀 고팠고 맥도 좀 빠진 상태였다.
그렇다고 정신상태까지 혼미하지는 않았다고 본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앞으로 전진했다가 주차할 각을 만들어 후진으로 주차 공간이 될
곳으로 들어 밀었다.
후방 카메라에서 '삐삐삐' 하면서 경고음이 강하게 들린다.
물론 좁은 공간에 들어가다 보니 경고음이 강하게 들리는 것이 당연하다고 인식되었다.
예전에도 그런 상황에서 주차가 되었기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런데 웬지 그 순간에 지하 주차장이 갑자기 어둡게 느껴졌다.
주변도 잘 보이지 않았다.
실제로는 안 그런데 주차하는 과정에서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어감과 동시에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차가 출렁하는 것이 아닌가!
정신을 차려서 기어를 전진으로 돌려서 앞으로 빼 나가려고 하니까 차가 움직이지 않는다.
이때 정신 줄이 조금만 더 나간다면 액셀레이터를 힘차게 밟았을 것이다.
그런데 내 차 바로 코앞에 차가 주차되어 있었는데 그야말로 급발진이 일어날 수 있는 순간에 처한
것이다.
급발진이 생각나서 그런지 액셀을 너무 살살 밟은 것이다.
설마 차가 공갈을 치겠는가.
정신을 더 바싹 차리고 액셀을 조심스럽게 더 밟았더니 겨우 차가 앞으로 나간다.
이미 내 차량의 범퍼는 다 망가진 듯 느껴졌기에 그 순간에서 내려서 차를 확인해 봐야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을 느꼈다.
가슴을 진정시키고 정신을 가다듬은 다음 그야말로 조심조심 전진 후진을 교호로 해 가면서 파킹을
우여곡절 끝에 마쳤다.
다리는 후들거리지 않았지만 바싹 긴장된 상태를 풀지도 못하고 차에서 내려 우선 범퍼부터 확인했다.
차가 좋아서 그런지, 아니면 범퍼를 튼튼하게 만들어서 그런지 그것도 아니면 범퍼의 완충력을
크게 해 놓아서 그런지 조그만 상처가 난 상태였다.
차가 크게 망가지지 않은 것은 이과 같이 주차하는 과정에서 기둥을 들이박을 가능성을 생각하여
완충 밴드를 붙여 놓은 덕에 더 큰 파손을 피할 수 있었다고 본다.
차가 망가진 것에 대하여 김새는 것은 그렇다 손치더라도 이렇게 허망하게 기둥을 들이 박았다는
데 대한 내 자신의 제어력과 집중력 감퇴에 큰 충격을 받았다.
컨디션이 나빠서 들이 박은 것은 하나의 핑계에 불과한 것이라 생각되었다.
굳이 합리적인 핑계를 댄다면 나이를 먹으면서 운전 감각이 망가져버린 결과가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도 들어갔다.
나이를 먹으면 몸만 망가지는 것이 아니라 정신도 오락가락 한다는 것을 벌써 보여준다고 하니
자괴감이 들어가지 않을 수 없다.
스마트기계나 자동차, 각종 가전제품, 집안에 있는 각종 센서의 조절과 같은 일을 하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는 세상에 던져진 것이다.
나이를 먹은 사람이 이런 기구나 기계를 제대로 제어하고 다룰 수 없다는 것은 남의 일로만
알았는데 이런 상황을 맞이하면서 이제는 내 일이 되었다는 것을 확실히 인식하게 되었다.
나이를 먹으면 판단력이나 제어력이 망가진다는 것이 자연스러운 이치라는 것을 제대로 보여준
사례였다.
씁쓸한 느낌과 기분을 지울 길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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