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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조껍데기 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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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규전50 작성일 2025-01-09 18:56 댓글 0건 조회 18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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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조껍데기 술 

 

맛있는 음식이 존재하는데 거기에 술이 없다면 이 또한 구색이 일그러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어느 지역이던 간에 그 지역을 대표하는 술이 발달되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인지를 할 것이다.

어떤 사람은 그 지역의 특산 술을 마시러 일부러 관광을 그쪽으로 간다는 사람도 보았다.

제주는 워낙 척박한 땅을 가지고 있기에 농사도 거기에 맞는 방향으로 적응해 왔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좁쌀 농사이다.

조는 내건성이 강함으로 제주도와 같이 비는 많이 오지만 그 비가 그치기 바쁘게 물이 다 빠지는 

토양환경으로 인하여 벼농사가 되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건조한 곳에서도 잘 되는 조 농사가 궁여지책으로 발달이 될 수 밖에 없는 구조로 되어

 버렸다.

 

우리네 술은 막걸 리가 주종을 이루는데 이 막걸리의 재료는 주로 쌀이 이용된다.

그런데 제주에서 쌀 구경을 못하다보니 할 수 없이 그 지역 특산물인 좁쌀을 이용한 술이 탄생된 

것이다.

마치 강원도의 옥수수 술이나 정선에 곤드레 막걸리 같은 사례라 보면 될 것이다.

요는 순수한 좁쌀로 만들었으면 좁쌀막걸리가 될 터인데 그와는 약간 엇박자가 난 조껍데기

막걸리로 재탄생된 것이다.

 

저도 이번 여행에서 제주산 그냥 쌀 막걸리도 마셔보고 조껍데기 막걸리도 마셔보았다.

그런데 조껍데기 막걸 리가 이름에서부터 원료까지 독특하기 그지없는데 흔해빠진 대박이나 

장수막걸리처럼 명물 막걸 리가 안 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조껍데기 막걸리라 하면 좁쌀같은 맛이 나야하는데 이건 완전히 설탕물에 알코올을 집어넣은 

듯 한 맛이었다.

막걸리의 진 맛은 어디 가도 찾을 수 없고 조껍데기 맛은 더더욱 찾을 수가 없었다.

이따구로 만들어 놓고도 잘 팔리길 바란다는 것은 뭐가 잘못되어도 한 참 잘못된 것이라 보여졌다.

제주도의 상징적인 술맛을 내야하는 조껍데기 막걸 리가 그냥 설탕 막걸리로 변질 된 모습을 

보고나니 내 가슴도 아파왔다.

 

그렇게 특이한 원료와 특이한 이름을 가진 독점적인 자원을 가지고 진정한 막걸리 맛이 아닌 

설탕 맛으로 변질시켜 버린 주인을 응징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간다.

조껍데기 막걸리 대신 제주산 특산 막걸리인 우도 땅콩 막걸 리가 그 자리를 꿰차고 있는 

모양새로 변해버렸다.

실제로 땅콩을 가지고 막걸리를 만든다는 것은 발효원리에서 맞지 않는다.

막걸리는 쌀이나 옥수수와 같이 전분을 발효시켜 만드는 술이기에 땅콩같이 단백질이 많은 

곡물을 가지고 만들 수 있는 술은 아니라 본다.

 

전 세계 어떤 명품주도 죄다 탄수화물이 든 원료를 사용하여 제조하는 것이 당연지사인데 

우도 땅콩 막걸리는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아니 우도 땅콩 막걸리는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으면 우리 지역에도 대형마트에 가면 

구입할 수 있을 정도이다.

, 그 안에는 땅콩이 그저 헤엄친 막걸리 정도로 이해하면 틀림없을 것이다.

 

어찌하였던 간에 제주 조껍데기 막걸 리가 우도 땅콩 막걸리에 미끌어져 버린 결정적인 이유는

 막걸리를 설탕물로 만들어버린 사장의 오판이 불러온 참극이라 보아도 무리가 없을 것 같다.

그 다음으로 제주특산의 소주가 나를 반겼다.

제주도의 한라산소주는 45년 전에 배를 타고 제주도에 놀러 갔을 때 처음 맛을 보았던 소주였다.

 

당시에 우리지역에서는 경월소주가 명성을 날리고 있었다.

강원도에서 군 생활을 했던 타 시도 장병들이 잊지 못하고 찾는 소주가 바로 경월소주였다

는 일화도 있었다.

당시 경월소주 25%짜리를 마시고 나면 다음 날 뒷골이 많이 땡겼다.

한라산 소주도 경월소주와 쌍벽을 이룰 정도로 뒤끝이 작렬하던 소주였다.

오랜 만에 조용히 음미해 가면서 먹어본 한라산 소주는 예전보다는 훨씬 더 부드러워졌다.

선입견이 있어서 그런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옛날에 마셨던 그 한라산 특유의 맛은 아직까지

 살아 있는 듯 하였다.

그게 제주의 참 술 맛이자 제주의 맛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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