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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비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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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비 정원
정원의 이름도 참 독특하죠.
인터넷에 뒤져보니 세라비라는 용어는 프랑스어로 “이것이 인생이다.”라는 뜻이라 한다.
특히 프랑스에서는 자신이 하는 일이 잘 안 풀릴 때 ‘세라비’를 외치면서 힘과 용기를 얻는다고 한다.
뭣이던 모르면 답답하기도 하고 호기심도 발동하기도 한다.
알고 보면 아무 것도 아닌 것도 있고, 그럴싸한 것도 있게 마련인 법이다.
우리지역에 만들어진 정원 중에서 이런 이름을 가진 곳이 있다.
학산 오독떼기 전수관, 황씨 문중 재실, 눈물바위를 지나서 오른쪽으로 세 번째 갈림길로 따라
올라가다보면 새로 지은 전원주택 4채가 나타난다.
그 전원주택을 질러서 더 올라가다보면 구정뷔폐식당이 있고 이내 고속도로를 관통하는 어두침
침하기 그지없는 큰 터널이 하나 나타난다.
터널입구에서 안쪽으로 바라보면 둥그런 바위 몇 개를 세워 놓은 모습이 동굴의 어두침침함과
극명하게 대조됨을 볼 수 있다.
어두운 터널을 시작하여 중간 정도 가서 바라보면 터널이 끝나면서 새로운 세상이 보일 것 같은
환상을 불러일으킬 것 같은 느낌도 들어간다.
어두운 터널을 지나면 그야말로 새로운 세계가 열림을 직감할 수 있는 장면들이 나타난다.
터널을 빠져나오면서 양 옆으로 큰 바위들이 솟아있다.
온양석처럼 인위적으로 깨부수어서 만든 조경석이 아니라 몇 억 년의 세월이 지나면서 풍화가
이루어져 부드럽고 우아한 모양으로 변한 바위들이 도열을 하다시피 한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조경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가 조화이다.
이렇게 크고 멋진 돌이 조경식물과 만나서 새로운 멋과 맛을 창출하게 된 것이다.
이 세라비 정원은 지형적으로 골짜기 하나를 한 묶음으로 설정한 다음 그 안에다 이 지형에
맞게끔 조경을 해 놓았다.
고속도로 바로 밑이라 시끄럽게 느껴지리라 예견할 수 있지만 막상 그 안에 들어와 보면
의외로 아늑하면서 조용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주변은 공동묘지인데 이 또한 조경으로 끌어들여 훌륭한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묘지라 하면 인간생활에서 떨어져 있다는 관념이 강한데 이 세라비정원은 묘지 자체가
훌륭한 조경물로 다가오게끔 설계되어 있다.
특히 묘지가 남향으로 붙어있어서 더더욱 밝고 친근하게 다가옴을 느낄 수 있다.
매장문화가 점점 사라져가는 추세에서 이런 묘지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는 것만 해도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조경재료는 다양하게 사용된다.
과거에는 나무나 꽃이 주종을 이루었다.
지금은 인간의 눈을 즐겁게 해 줄 수 있는 소재라면 다 조경쪽에서 가져다 쓰고 있다.
이 세라비 정원에 특징은 골짜기와 양 옆의 지형을 최대한 활용하여 입체적인 맛이
나도록 설계되어 있다.
아니, 자연 지형을 최대한 잘 활용하여 나무와 돌이 절절한 조화와 타협을 이루도록
만들어졌다.
조경은 나무와 꽃만 심어 놓는다고 다 완성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이 골짜기에 만들어 놓은 건물도 그냥 예사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주변에 지형과 절절하게
매치가 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조화의 묘를 최대한 살려서 건축이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특히 건축물 사이에도 돌과 식물을 이용하여 어디서 보아도 색다른 멋이 나올 수 있도록 해 놓았다.
여기에 심겨진 나무들은 기존에 밤나무를 주축으로 새롭게 도입한 식물로 구성되어 있다.
인상적인 식물로는 입구 남사면에 군식으로 심어 놓은 오죽 군락지가 있다.
너무 크지도 않게 아담하게 잘 관리해 놓은 것이 돋보인다.
그 사이로 피라칸사스를 식재해 놓았다.
가을철에 빨간 열매가 푸르른 대나무 숲 아래에 올망졸망 모여 있는 모습이 앙증스럽기 그지없다.
그 길을 지나서 오른쪽 작은 골짜기엔 중앙 잔디밭 가장자리로 각종 식물들을 식재해 놓았다.
눈에 띄는 식물로는 파초가 주종을 이룬다.
파초는 아열대식물로 우리지방에서는 월동관리가 제대로 안되면 겨울철에 다 얼어 죽게 되는 식물이다.
그 다음으로 얼뙨 식물 중에 하나가 팜파스그라스이다.
여기에도 군데군데 식재가 되어 있는데 이 또한 월동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식물이다.
동백도 많이 보인다.
이 식물도 아열대식물로 월동이 수월치 않은 식물이다.
이런 식물은 우리지역에서 함부로 볼 수 없는 것으로 이 정원에서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식물이라 보면 될 것이다.
골짜기에 위치하다보니 중간으로 조그만 개천이 형성되어 있다.
그 사이에 연못을 만들어 수생식물을 키우고 있다.
부들과 창포를 주로 키우는데 이 식물이 주변의 식물과 조화를 이루면서 색다른 풍광을
만들어내고 있다.
특히 수분이 많은 곳은 수국계통의 꽃나무를 식재하여 그 나무의 특성이 제대로 발현될
수 있도록 해 놓았다.
그 안에 고즈넉한 카페가 하나 마련되어 있다.
이렇게 아름다운 정원에 둘러싸여 있는 카페를 찾기도 쉽지 않으리라 본다.
카페 안에서 남쪽 방향의 계단을 조금 올라가면 그림 전시를 해 놓을 수 있는 공간인
겔러리도 마련해 놓았다.
필요할 때 마다 미술작품을 전시할 수 있도록 전용 전시실을 구축해 놓았다는 것이다.
예술과 커피가 어우러진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설계해 놓은 것이다.
고속도로로 인하여 단절된 공간 같지만 터널이라는 연결구를 통하여 새롭게 탄생한
특이한 정원공간인 것이다.
황무지나 다름없는 공간을 이렇게 창의적인 세계로 탈바꿈시켰다는 것은 대단한 모험과
도전정신이 있지 않으면 성사되기 어려운 일이라 본다.
이곳도 조만간에 강릉에 명소로 등록될 날 머지않았으리라 본다.
관광업이 주종인 우리 지역에서 이렇게 남다르고 독특한 공간이 점점 더 많아질수록
지역발전에 중추적 역할을 하지 않을까 싶다.
- 다음글구차한 삶 24.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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