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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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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규전50 작성일 2024-11-20 17:20 댓글 0건 조회 13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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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엌데기

 

 

부엌데기란 말을 사전에 찾아보면 이렇게 나온다.

부엌일을 주로 맡아서 하는 여자를 얕잡아 이르는 말이라고 써져있다.

조선시대처럼 유교적인 사상에 젖어있던 사회에서는 여자로 태어나면 자연스럽게 

부엌데기가 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다른 일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사회에서 할 일이라곤 정주간에서 밥하고 빨래터에서

 빨래하는 일 이외엔 딱히 할 일이 없었다는 것이다.

 

조선시대가 1900년대에 순종임금을 끝으로 막을 내리게 된다.

왜놈들이 쳐들어오면서 500년의 조선역사가 종을 침과 동시에 그들의 치하에서 36년을 

굴욕적인 삶을 살아 왔다고 본다.

그들의 식민지 치하에서 갖은 고초를 다 겪으면서 버틴 결과 8.15광복을 맞으면서 새로운 

세상이 비쳐지는가 싶었는데 남북이 38선을 기점으로 철천지원수가 된 가운데 6.25까지 

두들겨 맞았다.

 

이런 격변기를 거치면서 우리나라의 문화는 과거 전통사회에서 서구사회의 문화가 

섞여가기 시작하였다.

정치, 문화, 종교, 교육, 국방, 외교 등 사회 전반에서 과거 조선시대에 볼 수 없었던 

세상이 열렸던 것이다.

그야말로 경천동지할 정도로 급변하는 세상에 내 던져졌던 우리민족이 단군의 자손답게

 저력을 발휘하여 이제는 입에 밥숟가락은 제대로 떠 넣을 정도가 되었다고 본다.

 

아무리 세상이 바뀌었다 하여도 한반도에서 5천여 년의 역사를 일구어온 민족인 만큼 

우리 몸에 박힌 DNA까지 변화시키지는 못했을 것이다.

아니, 아무리 서양의 빵과 우유가 좋다고 해도 밥과 숭늉만 하겠냐는 것이다.

우리의 일상사도 알게 모르게 우리 조상들이 즐겨했던 방식들이 녹아서 우리의 

현대사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밥은 전기밥솥이 빨래는 빨래방에서 청소는 로봇이 난방은 보일러가 알아서 척척 해 주는

 세상이 되었다.

막말로 사람 손이 별로 가지 않아도 집안 일이 알아서 되는 세상에 온 것이다.

버강지에 불을 때지 않아도 되고 쌀에 돌을 일어서 밥을 짓지 않아도 되는 세상에 온 것이다.

남자들은 어떨지 모르지만 여자들 입장에서 어지간한 집안일들이 기계화되면서 무한 반복적

 중노동에서 벗어나게 된 것이다.

먼저 죽은 아낙네들만 한스러운 삶을 살고 저승에 갔다는 생각이 지워지지 않는 것은 나만의

 생각이 아니라 본다.

어디 멀리 볼 필요가 있겠는가.

우리의 어머니들의 삶의 궤적을 떠 올려보면 그 세상이 어땠다는 것을 여실히 추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집안 살림살이는 기계가 다 해 주는 세상에 왔다고 하지만 사람의 손끝이 가지 않고 되는 

일은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기계도 그냥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작동을 할 수 있도록 사전 조작을 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먹는 밥도 쌀을 씻은 후 불려 놓았다가 적절한 시기에 밥솥에 넣고 스위치를 올린 후 

버튼을 눌러줘야지만 밥이 된다.

뭣이던 생각만 하고 있으면 척척 되는 것이 아니라 세세한 조성작업이 다 이루어져야지만

 목적 달성이 되는 것이다.

 

요즘 본이 아니게 부엌데기 인생을 살고 있다.

아니 팔자에 정해진 인생코스를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옛날 같으면 담뱃대만 물고 있으면 모든 일이 다 이루어지던 나이인데 세월이 변하다보니

 남자 부엌데기 신세로 전락된 것이다.

옛날 사람과 비교한다면 내 나이 정도 되면 벌써 저승에 가 있어야 할 나이인데 이승에서 

부엌데기라도 하고 있는 것만 해도 다행이라 생각해야 할 것 같다.

저승의 천당보다야 이승에 부엌데기가 더 낫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막상 부엌데기를 해 보니 부엌데기의 심정을 백분 헤아릴 것 같다.

일어나기가 바쁘게 밥솥에 버튼부터 누르는 것으로 부엌데기의 하루가 시작된다.

예전엔 마누라가 해 주던 밥을 먹기만 하면 되었는데 이제는 그 반대의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집안 일은 아무리해도 빛이 나지 않는다.

쓸고 닦아서 광이 난다지만 저녁때가 되면 여전히 머리카락에서부터 온갖 먼지들이 

구석에서 스멀스멀 기어 나온다.

닦아도 닦아도 끝이 없고 생색도 아니 난다.

그렇다고 이 일이 직장생활에 정년처럼 끝이 나는 일도 아닌 것 같다.

그야말로 엉금엉금 기어갈 정도가 아니면 계속해야 하는 사시포스적인 괴로움과 

반복적인 일로 점철된다는 것이다.

 

부엌데기의 인생이 얼마나 힘들고 어렵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그렇다고 벗어던질 수 도 없는 노릇이다.

예전에 살았던 현대가의 정주영 회장님 말씀이 뇌리를 스친다.

임자, 그것 해 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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