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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초희(楚姬) - ‘筠’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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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설헌의 시집이 출간되자 조선의 문화를 명나라에 알린 공로로 1607년(선조 40년) 상의원정(尙衣院正)을 거쳐 그해 봄 아버지 허엽이 벼슬을 했던 삼척부사(三陟府使)에 임명된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재직 중 인근 법당에서 또다시 불상을 모시고 염불과 참선하는 것이 누군가에 의해 목도되고 상소가 되자 1607년 5월 사간원과 사헌부에서 탄핵을 받았다. 그러나 선조는 이를 허락하지 않다가 두 기관의 탄핵이 계속되자 선조도 어쩌지 못해 그해 음력 5월 6일 파직시켰으나 그해 7월 복직하여 내자시정(內資寺正)이 되었다.
그해 사복시정(司僕寺正)을 거쳐 12월 공주 목사로 부임하였으며, 이때 <국조시산>을 편찬한다. <국조시산(國朝詩刪)>은 10권 분량으로 조선조 건국 초기부터 당대까지 여러 문인들의 대표적인 작품을 엄선하고 논평을 실었다. 조정과 마땅치 않은 조정 대신에 대해 할 말을 다하고 여성 편력에 이단시되던 불교를 숭상하여 파직과 복직을 거듭하면서도 때로는 이처럼 기록과 평론을 남기는 일에 매진하기도 했으니 참으로 허균답다는 말 밖에 따로 할 말이 없다 하겠다.
공주 목사 역시 오래가지 못했다. 균이 마흔 살이던 1608년 선조가 죽고 광해군이 즉위하면서 문과 급제 동기던 이이첨은 대북 세력의 영수로 광해군을 옹립하고 예조판서에 대제학을 겸하는 등 조정의 실력자로 등극한다. 이이첨은 균과는 당파도 다르거니와 인격이 무례하고 사악하며 교활한 성품이어서 균이 일찍부터 거리를 두고 지냈던 것으로 보인다. 그가 권부의 실력자로 자리를 잡으면서 역시 불교를 숭상하고 양반가의 서자 무리와 어울린다는 사유로 8월에 공주 목사에서 파직을 한 것이다.
하지만 그가 없으면 안 되는 일이 있었으니 바로 명나라와의 외교였다. 1609년(광해군 2년) 마침 명나라의 책봉사 유용이 조선에 오게 되자 광해군은 이이첨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균을 참판 이상의의 종사관으로 차출했다. 명과의 관계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는 유창하지는 못하나마 명나라 사신들과 소통이 가능한 허균이 필요했던 것이다. 명나라와의 외교에서 균은 큰 역할을 했으며, 그 공로로 균에게 형조참의 벼슬이 주어졌다.
다음 해인 1610년, 광해군은 균에게 명나라에 성절사로 가라는 첩지를 내렸다. 그러나 몸이 아프다는 이유로 수행하지 못하자 형조참의에서 면직시키고 11월에 다시 전시시관(殿試試官)에 임명했다. 전시시관은 과거장의 감독관에 해당되는 벼슬로 그러나 이 임명은 균에게 사달로 작용한다. 균의 조카사위와 조카를 부정으로 뽑았다는 이유로 부정의 독박을 쓰고 사헌부의 탄핵을 받은 것이다.
당시 균은 박승종(朴承宗), 조탁(曺倬), 이이첨(李爾瞻) 등과 함께 전시 시험관리를 했는데 공교롭게도 합격자 명단에 이이첨의 사위(박승종의 아들)인 박자흥(朴自興), 조탁의 아우 조길(曺佶), 이이첨의 사돈 이창후(李昌後)와 친구 정준(鄭遵), 균의 조카 허보(許寶)와 조카사위 박흥도(朴弘道)가 들어 있었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당시 사람들은 이 과거가 '아들, 사위, 동생, 조카, 사돈의 합격자 명단'이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세론이 비등하자 광해군을 뒷배로 둔 이이첨은 교묘히 빠져나가고 조정에서는 균의 조카 허보 한 사람의 합격만 취소하고 부정의 책임을 모두 균에게 지게했다,
부정으로 조카와 조카사위를 합격시켰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균은 기어이 의금부의 감옥에 갇혀 지내다가 그해 12월 전라북도 익산군 함열(咸悅)로 유배됐는데 이때 허균이 희생양이 되었다는 여론도 만만치 않았다. 42일 동안 의금부에 갇혀있는 동안 평소 균을 마땅치 않게 생각해 온 조정 관리들은 기회다 싶게 허균을 ‘조카와 조카사위를 부정 합격시킨 자’로 매도하고 공격했다. 그러나 그는 ‘의금부에 갇혀’라는 시를 지으며 버텨냈다.
의금부 문 앞에서 의건(衣巾)을 벗고 보니
한 해에 두 번씩이나 갇힌 내 신세가 참 우습네.
지옥과 천당 모두가 정토(淨土)거늘
내 몸에 감긴 오랏줄 꺼릴 것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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