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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런, 결혼식 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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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런, 결혼식 축가
지지난 주말 서울 모처에서 열린 결혼식에 다녀왔다.
코로나로 인하여 결혼식이나 장례식의 축하나 문상은 온라인으로 하기가 십상이지만 이번
결혼은 특별히 큰마음 먹고 off line으로 참석하게 되었다.
마침 결혼식에 가는 하객들을 위하여 대절 버스도 준비되었던 터이라 자차를 가지고 가는 것
보다 훨씬 부담을 적게 가지고 출발하였다.
강릉을 출발하여 굽이굽이가 아닌 터널 터널을 지나서 대관령을 넘고 평창, 원주, 여주, 이천,
광주를 들러 한양까지 입성하게 되었다.
주말 아침에 서울로 입성하는 길은 여느 때와 달리 상대적으로 좀 한가함을 느낄 수 있었다.
덕분에 제시간 보다 1시간 이상 일찍 도착하여 여유시간마저 가질 수 있어서 좋았다.
거기에다 대절낸 버스를 타고 간 터이라 다시 리턴 하는 시간은 정해진 관계로 싫던 좋던 설정된
하행 시간 동안은 꼼짝없이 결혼식장 근처에 갖혀있어야 하는 상황이 전개되었다.
우리 지방에서 결혼잔치가 벌어졌다면 한정된 시간 개념과는 거리가 좀 있었을 터인데 대절낸
버스에 의존하고 보니 그 버스 시간에 종속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현지에 도착하여 마땅히 할 일도 없던 차이라 축의금 등록처에 등록한 다음 가장 중요한 식권을
얻어서 이내 결혼식장 안으로 들어갔다.
지방에서 열리는 결혼식이라면 축의금을 내고 이내 식당으로 갔었을 터인데 밖에 나온 결혼식
에서는 굳이 그럴 필요성이 없었던 것이다.
빨리 밥을 먹는다 해서 달라질 게 없으니까 결혼식의 본말을 그대로 볼 수 밖에 없는 상화에
처하게 된 것이다.
모처럼 최신식 결혼식의 시작과 끝을 제대로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지금까지 지방에서 열린 결혼식엔 축의금 내고 혼주와 악수 한 번 하고 밥 먹는 것으로 종료가
되었지만 객지에서 열리는 결혼식은 그와는 딴판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기왕 간 김에 제대로 된 축하가 이루어질 수 있었다는 것이다.
타이밍에 맞추어 박수도 쳐 줄 수 있었고, 주례사 선생님의 주옥같은 말씀을 제대로 들을 수
있는 기회도 있었다.
결혼식의 식순이나 방법에서 예전보다 달라진 모습도 제대로 투영해 볼 수 있었다.
방법상에는 예전과 달라진 영역이 많았지만 그 속내는 검은 머리카락이 파 뿌리가 될 정도로
해로하라는 것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결혼식을 통하여 인 친척, 지인 등 많은 사람들 앞에서 두 사람이 행복하게 해로하겠노라고
공식적인 선언을 하는 자리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이렇게 철석처럼 붙여 놓는 자리에는 엄숙함과 함께 그것을 풀어줄 수 있는 뒤풀이도 있었다.
그냥 결혼생활을 사랑과 이해, 관용, 배려로만 하라고 다그친다면 그 또한 얼마나 딱딱하겠는가.
그것을 풀어줄 수 있는 양념이 있었으니 그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하나는 결혼하는 한 쌍의 부부를 위하여 신랑 아버지 친구가 친히 결혼축하 시를 쓴 다음
거기서 낭송을 하였다.
보통은 친구나 인친척이 축가를 부르는 것에 갈음하는데 여기서는 신랑 아버지 친구의
역할이 돋보였다.
그리고 제가 특별히 소개해 드리고자 하는 것은 축가를 불러주었던 신부 친구의 재치와 센스,
그리고 임기응변과 주변머리였다.
신부 친구는 우리나라 전통의 판소리를 가지고 추임새를 통하여 하객들과 소통하는 단계까지
갔었다.
그것도 그럴싸했는데 신랑신부에게 자연스러운 스킨십을 통하여 하객과 공감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었다.
축가를 불러 준 신부친구의 노래는 ‘사랑가’와 ‘가시버시’라는 판소리와 노래였다.
이 두 노래에는 ‘사랑’이란 단어가 무수히 나오게 되었다.
제목부터 사랑과 부부의 개념으로 이루어진 만큼 사랑이란 단어가 빠지면 재미가 없는
노래임에는 틀림없을 것 같다.
요는 이 노래를 부르면서 그냥 축가로 자신이 부르고 신랑신부가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같이
공감하면서 실천하는 시간을 가졌다는 것이다.
먼저 자신이 사랑가를 부를 때 ‘사랑’이란 단어가 나오면 신랑을 신부의 볼에다 뽀뽀를 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랑가를 부를 때 ‘사랑’이란 단어가 심심찮이 많이 나오면서 어느 대목에선가는
‘사랑’이란 단어가 속사포 터지듯 자주 나온다.
여기서 신랑은 어떻게 뽀뽀를 해 주었는지 그게 저의기 궁금하다.
첫 대목에서 신부 친구가 사랑가를 부르면서 ‘사랑’이 나왔을 때 한 박자 늦게 하는 바람에
다시 처음부터 사랑가를 불러서 신랑을 정신 차리게 해 주었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고, 사랑가를 통하여 뽀뽀 세례를 받았으면 답례가 있어야 하는 법
아니겠는가.
이번에는 ‘가시버시’라는 노래를 부르는데 거기서 ‘사랑’이 나올 때 마다 신부가 신랑 볼에
뽀뽀를 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신랑 신부도 서로 간에 뽀뽀를 해 주기 바빴겠지만 하객들도 신랑신부의 반응을 살펴보기에
분주할 정도였다.
이렇게 신부친구의 축가를 통하여 신랑신부가 많은 하객이 보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사랑의
표현을 공식적으로 해 줄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
같은 노래이지만 자신만 부르면 듣는 사람은 귀만 열리게 되는 법이다.
그런데 듣는 사람에게 역할을 맡긴다면 서로가 공감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는 것이다.
보통은 노래를 통하여 공감하는 방법으로 따라 부르다거나 핸드폰 후레시를 열어서 흔들어
주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그것에서 벗어나 신랑신부가 사랑의 표현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공식적 멍석을 깔아주었다는데서
큰 의미가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이번에 결혼한 신랑신부는 뽀뽀할 때나 사랑가, 가시버시가 나올 때 마다 오늘 결혼식 장면이
떠오르면서 사랑의 감정이 더더욱 솟아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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