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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길묻 2 - 『네가지를 물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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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에이포 작성일 2024-03-11 17:34 댓글 0건 조회 11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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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1024.jpg

 

설결(齧缺)은 장자가 지어낸 가공의 인물이라고도 하고 장자와 동시대 인물로 허유(許由)라는 사람의 스승이며 왕예(王倪)의 제자로 알려지기도 한다.

 

어느 날 장자가 제자들을 앉혀놓고 썰을 푸는데...

 

설결이 스승 왕예에게 물었다.

 

선생님은 만물이 제 나름대로 존재의 의미가 있다는 것에 대해서 알고 계십니까?”

 

내가 그걸 어찌 알겠나.”

 

그럼 모르신다는 겁니까?”

 

내가 그걸 어찌 알겠나.”

 

그렇다면 모든 존재에 대해 그 무엇도 아는 것이 없습니까?”

 

내가 그걸 어찌 알겠나.”

 

설결(齧缺)이 왕예(王倪)에게 네 번이나 물었지만 네 번 다 모른다고 한 것이다

齧缺問於王倪(설결문어왕예) 四問而四不知(사문이사부지)

 

그러면서 왕예는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이렇게 말해보겠다. 내가 안다고 하는 것이 실은 모르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며, 내가 모른다고 하는 것이 실은 아는 것이 될지도 모를 일이지 않느냐?”

 

자네에게 묻겠네. 사람이 습한곳에서 자면 허리가 아프고 더러는 반신불수도 되는데 미꾸라지도 그럴까? 사람이 나무 꼭대기에 오르면 겁이 나서 벌벌 떨 수밖에 없을 터인데 원숭이도 그럴까? 이 셋 중에서 누가 과연 거처(居處)에 대해 바르게 아는 것인까?”

 

사람은 소와 양, , 돼지를 먹고, 사슴은 풀을 먹고, 지네는 뱀을 먹고, 솔개와 까마귀는 쥐를 즐겨 먹는데 과연 이 네 가지 중에서 누가 올바른 맛을 알겠는가?”

 

원숭이는 비슷한 원숭이와 짝을 맺고, 순록은 사슴과 사귀고, 미꾸라지는 물고기와 놀지 않는가?”

 

모장母嬙이나 여희麗嬉(춘추시대의 유명한 절세미녀)는 남자들이 모두 아름답다고 하지만, 물고기는 남자를 보자마자 물속 깊이 숨고, 새는 높이 날아가 버리며, 사슴은 급히 도망가 버리네. 이 넷 중에서 어느 쪽이 아름다움을 바르게 안다고 하겠는가?”

 

내가 보기에, 인의(仁義)의 시작이나 시비(是非) 따위는 이처럼 주관적 판단 기준에 따라 번잡하고 혼란한데 내 어찌 이런 것이나 따지고 앉아 있겠는가?”

 

어떤 이는 장자의 이 같은 이야기를 개 풀 뜯어 먹는 소리라고 치부 할 수도 있겠지만 아는 것은 알아도 함부로 말할 일이 아니며, 모르는 것은 모른다 하는 것이 과연 개 풀 뜯어 먹는 소린가?

 

제아무리 신의 경지에 오른들 천지 만물의 조화를 어찌 함부로 입에 올리겠는가. 모르는 것을 모른다 하는 것이 모르는 것을 아는 척 하는 것 보다 올바른 삶의 태도가 아니겠는가?

 

모르는 것을 모른다 할 때 비로소 모르는 것을 알고자 하는 동기부여가 되지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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