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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길묻 2 - 『곤(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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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에이포 작성일 2024-02-26 13:24 댓글 0건 조회 13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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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강-1025-1.jpg

 

장자는 요즈음 말로하면 스토리텔러였다. 성품 또한 호탕했으니 장자가 제자들을 모아놓고 들려줬다는 물고기 ()의 이야기가 그의 성격을 잘 대변한다.

 

북녘 바다에 물고기가 살았는데 그 이름을 이라고 했다. 이 곤의 지느러미 길이가 얼마나 큰지 몇 천리나 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이 물고기가 변해서 새가 되면 그 이름을 ()’이라 했다. 붕의 등 넓이 역시 몇 천리나 되는지 알 수가 없었다. 힘차게 날아오르면 그 날개는 하늘 가득히 드리운 구름과 같았다.

 

이 새는 바다에 대풍(大風)이 일 때 그 기류를 타고 남쪽 바다로 날아가기를 기다렸다. 남쪽 바다란 곧 하늘의 못 천지(天池)를 일컫는다.

 

제해(齊諧)는 괴이한 일을 기록한 책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설에는 제해자(齊諧者)라고 하여 동시대의 인물로 알려지기도 하는데 그렇다 하더라도 그 신분이 장자의 친구인지 제자인지 명확하지 않다. 아무튼 제해(齊諧)는 참으로 괴이한 일을 많이 기록한 책이거나 그 내용을 잘 전하는 사람일 것이다. 그 제해(齊諧)를 통해 전해져오는 기록에 의하면

 

붕이 남쪽 바다로 날아갈 때 일으키는 파도는 3천리,

회오리바람을 타고 하늘 높이 오르기를 9만리,

그런 뒤에야 6월의 큰 바람을 타고 남쪽으로 날아간다.”고 했다.

 

그래서 나온 말이 미물(微物)이 어찌 어찌 대붕(大鵬)의 뜻을 알겠는가.

 

중국인들의 대부분은 과장법을 많이 쓴다. 하지만 제 아무리 과장을 하더라도 지나치며, 호쾌하다 못해 소위 의 수준이다. 뻥이 뻥을 낳고 그 낳은 뻥이 또 뻥을 낳으니 세월이 흐름에 따라 그 뻥은 상상을 초월한 스토리로 전개된다.

 

그런데 우리가 다시 주목해야 할 부분을 보자.

 

且夫水之積也不厚(차부수지적야불후)/ 則其負大舟也無方(칙기부대주야무방)

覆杯水於坳堂之上(복배수어요당지상)/ 則芥爲之舟(즉개위지주)

置杯焉則膠(치배언칙교)/ 水淺而舟大也(수천이주대야)

風之積也不厚(풍지적야불후)/ 則其負大翼也無力(즉기부대익야무력)

故九萬里(고구만리)/ 則風斯在下矣(칙풍사재하의)

而後乃今培風(이후내금배풍)/ 背負靑天而莫之夭閼者(배부청천이막지요알자)

而後乃今將圖南(이후내금장도남)

 

예컨대 물이 많이 고이지 않으면 큰 배를 띄울 수 없는 법이다.

한 잔의 물을 움푹 패 인 곳에 부으면 겨자씨를 배로 삼을 수는 있으나,

잔을 그곳에 띄우면 곧바로 바닥에 닿아버린다.

물은 얕고 배는 크기 때문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바람이 두텁게 쌓이지 않으면 붕과 같이 큰 날개를 지탱할 수가 없다. 따라서 붕은 단번에 구만리를 솟구쳐 바람이 아래에 충분히 쌓이게 하는 것이다.

그런 다음에야 비로소 바람을 타고 푸른 하늘을 등에 진 채 도중에 아무런 장애 없이 남쪽으로 날아가는 것이다.

 

무엇이 연상되는가?

장자의 그저 단순한 나비의 꿈이고 전설 속 고대 철학자의 ’ 일 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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