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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새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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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규전50 작성일 2023-07-03 18:20 댓글 0건 조회 39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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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새우

 

 

살다보면 맛찾아 삼만리를 마다하지 않고 가는 사람도 가끔 볼 수 있다.

한국을 떠난 여행의 묘미 중에 가고자 하는 곳에 명승지를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나라에 

특이한 음식체험을 중시하는 사람도 많이 생겼다.

한국에 오는 외국인들은 한국 음식 중에 삼겹살이나 치맥, 김치 등을 원산지에서 맛보기 위해 

오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나라마다 특이한 음식이 있음으로 그 음식이 볼거리보다 더 중시하는 경우도 있으리라 본다.

 

 

글로벌화된 세상 덕분에 어느 나라 음식이 특별하다고 하면 금세 그 레시피가 전 세계로 

돌면서 직접 요리해 먹을 수 도 있게 되었다.

굳이 그 음식의 원산지에 가지 않아도 그 맛을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파스타나 스파게티, 피자같은 경우가 아닐까 싶다.

이태리의 요리가 우리나라에 오면서 그 나라에 가지 않고서도 맛볼 수 있는 세상에 온 것이다.

거창하게 볼 필요도 없을 것 같다.

같은 나라에 살면서도 함경도, 평안도, 경기도, 강원도, 전라 경상도 음식 중 독특하게 발달한

 것을 전국 어디에서나 먹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과거 같으면 특정지역에 가야지만 맛 볼 수 있는 것을 어디에서나 먹어 볼 수 있는 세상에 온 

것이다.

식재료의 발달과 함께 다양화로 인하여 마트에 가면 어떤 음식도 요리해 먹을 수 있도록 

재료가 다 준비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맛을 즐기면서 사는 사람이라면 참 좋은 세상이 아닐 수 없다는 것이다.

 

 

맛을 내자면 그 맛을 내는 식재료를 장만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인공으로 재배하거나 사육할 수 있는 재료라면 다량생산이 됨으로 그런 식재료는 구입하기가

 용이할 것이다.

하지만, 자연에서가 아니면 구할 수 없는 식재료는 그것이 나올 때라야지 만 맛 볼 수 있는 

것이다.

송이 같은 버섯이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다.

인공으로 재배가 안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가격이 높을 수 밖에 없는 구조로 되어 있다.

 

 

우리 지역에서 독특한 음식이 있었으니 다름 아닌 부새우다.

이 부새우는 경포호수에서 건졌다는 설이 있는데 지금처럼 그렇게 오염된 곳에서 잡는다는

 것은 이해하기가 좀 어렵게 되었다.

설사, 거기서 잡는다하여도 흙냄새나 기름 냄새, 오염물질의 냄새로 인하여 먹을 수 

없으리라 본다.

결국 부새우는 우리 식탁에서 점점 멀어질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될 것이다.

 

 

부새우가 어떻게 잡히는가를 인터넷으로 살펴본 바에 의하여 양양 바닷가에서 건진 후 

모래를 걸러서 유통된다는 이야기가 올라와 있다.

그건 말이 좀 될 것 같다.

예전처럼 청정한 경포라면 당연히 거기서 건져 올린 부새우를 맛 볼 수 있었을 것이다.

특히 부새우는 모내기철에 많이 건져 올렸음으로 못밥을 만드는 시점에서 그걸 맛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았었다.

지금은 못밥 자체가 사라져버린터에 그런 음식을 맛 볼 수 있다는 것은 힘든 세상이 된 것이다.

 

 

몇 십 년 전에 기억을 지금시대와 연결해 보려고 하니 힘이 좀 든다.

부새우라는 식재료가 예전처럼 조달될 수 없는 상황에서 그 음식을 부각시킨다는 것은 

의미가 별로 없으리라 본다.

우연찮게 중앙시장을 가게 되었는데 포교당 쪽에서 좀 내려가다가 중앙시장 입구로 들어

가는 첫머리에 부새우를 파는 아줌마가 있다.

부새운지 아닌지는 관심도 없이 지나가게 되었는데 거기서 나는 냄새를 맡는 순간 그게 

부새우 끓일 때 나는 냄새라는 게 직관적으로 들어온다.

 

 

언젠가 저걸 사다가 밥 비벼먹어야지 하면서 벼르고 있었는데 어느 날 오후에 그쪽으로 

갈 기회가 생겼다.

한 국자에 10,000원씩 하는데 그걸 비닐봉지에 넣어서 판매를 하고 있었다.

물론 팔팔 끓는 것을 국자로 퍼서 비닐봉지에 넣어주는 시스템이다.

주변에는 부새우 특유의 냄새가 진동을 한다.

요는 그 부새우 맛이나 향기를 아는 사람은 그 향수에 젖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어디서 이렇게 구수한 냄새가 날까 하는 생각만 가지고 있으리라 본다.

 

 

내가 좋아하니까 남도 좋아할 것이다라는 기대를 가지고 집에 가져왔다.

집사람은 그게 부새우라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먹을 의향은 없다고 한다.

이유는 오염된 바다나 호수에서 잡았을 터인데 중금속이나 수질오염물질에 대해서 

안전하지 않다는 선입견이었다.

그 말을 듣고 나니 그도 그럴싸한 말로 들렸다.

냄새만 맡아봤을 때 오염물질의 냄새는 전혀 나지 않았다.

요는 맛을 보았을 때 흙내나 시궁냄새, 기름 냄새 등이 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들어갔다.

이미 구입해 왔으니까 제대로 맛을 봐야 한다는 일념으로 따뜻한 밥에다 서너 너덧 숟가락

 떠 넣은 다음 비벼서 한 숟가락 입에 넣었다.

부새우의 맛을 먼저 느껴야 하는데 이물질 냄새가 나는가 안 나는가에 방점을 찍고 나니 

정체성의 혼돈마저 온다.

 

 

옛날 모내기 때 먹던 못밥의 반찬 맛은 나지 않았다.

당연한게 분위기 자체가 그게 아닌 관계로 그런 맛을 기대한다는 것이 무리였을 것이다.

이물질 냄새는 전혀 나지 않았다.

맛에도 염려했던 이물질의 맛은 느껴지지 않고 부새우 특유의 맛만 느껴진다.

생각보다 그리 짜갑지도 않았다.

예전보다 유통의 도구가 발달한 덕분에 소금으로 방부제 역할을 하던 때가 아니어서 

그런지 의외로 싱거우면서 담백한 맛도 났다.

 

 

한 국자가 결코 작은 량은 아닌 것 같았다.

며칠 후 우리 아들이 왔기에 옛날 맛이라면서 권했더니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아예 관심도 없었을 뿐더러 호기심도 나타내지 않았다.

특별한 음식이 나왔으면 젓가락 끝으로 찍어서 맛이라도 보는 게 상식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렇게 냉담할 줄 몰랐다.

그런 음식은 노털의 아버지나 즐기는 음식이고 자신과는 전혀 무관한 음식으로 치부되는

 듯 한 인상을 받았다.

애비가 좋아한다고 아들에게까지 강요해서 먹일 것도 아니고, 그 음식에 대해서 장황하게 

예찬을 할 상황도 아니었다.

그렇게 관심을 안두는 음식에 대해서 콩이니 팥이니 떠들어봐야 소음에 불과한 이야기로 

들릴 수 밖에 없을 것 같았다.

 

 

식구들에게 부새우를 소개시켜 주려는 전략은 완전히 실패하였다.

그래도 굳이 위안을 가질 수 있는 요소가 있다면 내가 그걸 다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타인과 나누어 먹으며서 내 파이가 줄어들지 않는다는 알량한 위안 

거리가 생긴 것이다.

서양 음식이라면 그렇게 찬밥을 내 몰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니 서글퍼지기도 했다.

가장 우리 스타일의 음식재료를 그렇게 냉대할 수 있는가를 생각하니 뭔가 잘못된 느낌도

 들어간다.

 

 

우리 선조들이 이맘때 즐겨먹던 음식이 이렇게 천덕꾸러기가 돼야 하는가에 대해서 자괴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부새우라는 식재료가 민물과 바닷물이 교호하는 호수에서 서식하거나 채취된다는 것으로 

인하여 청정한 재료가 아니라는 것이 가장 큰 맹점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우리가 함부로 버려서 오염이 된 곳을 우리 스스로가 외면하는 모습이야 말로 이율배반이 

아니겠는가.

 

 

밥과 가장 궁합이 맞는 부새우, 이 식재료가 바다나 호수의 오염으로 우리에게 외면을 받는

 다는 것은 결국 우리가 우리 발등을 찍은 결과라 본다.

늦봄에서부터 초여름까지 맛볼 수 있는 부새우야 말로 우리 지역을 대표하는 독특한 음식

인지도 모른다.

대량으로 잡히지도 않고, 오염된 호수에서 잡혀야 한다는 것이 족쇄가 되어버린 부새우가

 새롭게 부상될 날이 있을는지 의문시된다.

그래도 옛날 입맛을 살려보고 싶으면 부새우 한 국자만 사다가 땡초와 파를 송송 썰어 넣어서

 감자밥에 비벼 드시면 어떨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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