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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고 제방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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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규전50 작성일 2023-05-11 14:02 댓글 0건 조회 50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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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고 제방길

 

나이를 먹으니까 자꾸 옛날 생각이 더 나는 것 같다.

젊은 날엔 과거에 구질구질했던 인생에 대해서 별로 매력을 느끼지 못했었다.

농고에 다니던 시절엔 미래에 대한 막연한 희망을 꿈꾸며 산 것 같은데 이제는 미래보다 과거가 더

 매력적이었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말도 안 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나이를 먹으면 생리적으로 뇌의 활성화가 줄어든다고 한다.

그 대표적 사례가 망각의 세계로 빠져버린다는 것이다.

소위 말해, 일상생활에서 깜박깜박하는 증상이 오는 것은 이런 현상의 전조증상이라 보면 될 것이다.

일상적으로 있는 일이 아니라 나이를 먹으면서 뇌세포가 점점 줄어들면서 나타나게 되는 현상이다.

이런 현상이 좀 샘해져 버리면 결국은 치매나 노망이 오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어떤 것을 안다는 것은 그 아는 것이 뇌의 어느 구석에 기억으로 남아 있다는 것이다.

컴퓨터로 말하면 CPU의 저장장치에 입력이 되어 있다고 보면 될 것이다.

컴퓨터의 경우 그 기계가 망가지지 않는 한 그 기억은 지워지거나 흐려지지 않는 특성이 있다.

 

 

인간도 컴퓨터의 CPU처럼 기억하고 명령하고 처리하는 공간이 있다.

기계와 같이 한 번 입력시켜 놓은 것은 그 기계가 망가질 때까지 계속되는 게 아니라 살살 지워져

 가는 특징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머릿속에 있는 뇌가 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뇌에는 외부에서 들어오는 각종 정보를 끊임없이 저장하고 그 내용을 바탕으로 인체를 조절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뇌에 들어와 기억된 각종 지식이나 정보가 한없이 남아 있으면 좋겠지만 인간의 뇌는 그렇게 

세팅되어 있지는 않은 모양이다.

실제로 망각이 없다면 고통스러웠던 기억도 그대로 살아남으면서 정신건강이 오히려 황폐화해 

질 가능성도 있을 것이다.

이런 경우엔 오히려 망각이 우리의 정신건강을 맑게 해 주는 청량제의 역할도 하고 있지 않나 싶다.

 

 

뇌에 들어온 정보는 어떤 순서로 지워지는 것일까?

최신식 정보가 오래 갈 것인가, 아니면 예전에 들어왔던 정보가 더 오래 갈 것인가를 들여다보지

 않을 수 없다.

상식적이고 보편적으로 보았을 때 최신의 지식이나 정보가 더 확실하게 각인 되는 것이 맞다고

 인식할 것이라 본다.

오래된 지식이나 경험은 망각의 세계로 빨려 들어가기 쉬운 구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나이를 먹으면서 뇌세포도 자연스럽게 노화가 오는 과정에서 과거 정보보다는 최근

 정보가 더 빨리 지워지는 양상을 나타낸다고 한다.

최근에 입력된 정보는 쉽게 지워지고 과거에 경험이 더 천천히 지워진다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보았을 때 최근 정보가 더 생생하게 살아있어야 함에도 그 반대의 현상이 나타나는

 것을 보면 신기할 따름이다.

 

 

실제로 나이를 먹어서 기억이 점점 쇠퇴해 가는 사람에게 물어보면 간단하게 답이 나올 것이다.

나이가 많은 사람들은 현재보다 과거에 대한 기억이 더 많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최근에 낳은 손자의 이름은 기억하지 못하지만, 자식의 이름은 기억하는 경우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지금도 농고 제방을 자주 걸어 다니고 있다.

그 제방과의 인연이 내 팔자에서 꽤나 깊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예전과 다르다면 주변에 많은 아파트가 들어섰고 큰 도로도 나면서 비만 오면 질척질척하던 

도로는 다 없어져 버렸다.

도로 주변에 쭉쭉 벋었던 미루나무도 죄다 없어져 버렸다.

성덕초등학교 주변에 지하도도 새로 생기고 그 옆에 올림픽 다리도 새로 놓이면서 옛날 

천방둑의 추억은 많이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아침마다 방위병들이 훈련받고 얼차려 받던 방위초소도 사라져버렸다.

당시에 우리보다 연장자들이었던 방위병을 놀리고 달아나곤 했던 추억도 생생하다.

 

 

지금은 남대천교를 건너 농고로 내려가는 천방둑에 이팝나무가 양쪽에 심겨져 있다.

천방둑도 높은 데다가 그 위에 더 높은 이팝나무가 심겨져 있음으로 뭔가 박자가 잘 안

 맞는 듯 한 느낌도 지울 수 없다.

예전엔 그냥 맨땅에 밟아도 밟아도 죽지 않은 강한 잡초가 돋아 났었다.

비라도 올라치면 물먹는 잡초로 인하여 운동화가 금세 젖어서 질컥질컥했던 시절도 있었다.

지금은 그런 불상사가 아예 없도록 단도리를 잘해 놓았다.

소위 말해 야자섬유로 짠 매트를 깔아 놓아 비가 아무리 온다 하여도 질척질척한 느낌도

 없고, 물이 튀어 신발을 젖게 하거나 흙탕물이 튀는 불상사도 사라져버렸다.

 

 

요는 이렇게 잘 정비된 천방둑을 걸어서 다니는 아이들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성덕초학생이던 강중학생이던 현재 중앙고 학생이던 간에 천방둑을 걷는 경우는 거의 

없어져 버렸다.

몇 발자국만 가도 차로 가야지만 직성이 풀리는 시대로 들어온 것이다.

아무리 좋은 천방둑이 있다 하여도 이용하고 있지 않음으로 추억이 발생될 이유가 

없어져 버린 것이다.

 

 

뒤돌아보면 젊은 날에 3년 동안 진날 갠 날 천방둑을 지나다니면서 많은 추억도 쌓았고,

많은 꿈도 꿔왔다고 본다.

설사 젊은 날에 꿈이 개꿈이 되었다 하더라도 낙심하거나 실망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천방둑을 따라서 등하교했던 시절이 인생에서 가장 혈기 왕성했다는 것과 함께 

당시에 추억이 점점 생생하게 살아난다는 것이다.

 

, 인생이 적적하다면 시간을 내서 과거에 걸었던 농고 천방둑을 한번 걸어 보시면 

찌들었던 삶에 활력이 좀 들어가지 않을까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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