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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길을 묻다 - 마이카 이야기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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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에이포 작성일 2020-11-06 13:16 댓글 0건 조회 60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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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알맞은 고도의 산과 들이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산세를 따라 굽어야 할 곳은 적당히 굽고 높아야 할 곳은 완만하게 높았다. 길에는 몇 개의 터널이 있었는데 그 중에서 동해2터널을 나오면 옥계 앞바다가 눈부신 햇살은 받으며 푸르게 펼쳐졌다.

봄이면 산마다 진달래와 산벗꽃이 화사하고 여름이면 잘 가꾸어진 도로를 따라 금계화와 수선화가 한데 어우러지면서 꽃향기가 열린 차창 안으로 날아들었다. 가을은 또 어떤가. 길 양쪽에 단풍이 오색으로 물들어 장관을 이루었으니 사계절 내내 길을 소재로 한 한편 아름다운 다큐멘터리 같은 그야말로 꽃길이었다.

더욱 잊히지 않는 계절은 겨울이었다. 마치 한 무리의 나비가 날아들 듯 윈도우로 함박눈이 쏟아지는 고속도로를 달리던 낭만과 스릴감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동해고속도로에서만 맛볼 수 있는 감동이었다.

모든 것은 우연에서 시작이 된다. 어느 날 부터인가 출퇴근하는 자가용이 한 두대씩 늘어나고 전국 휴게소 중 가장 전망 좋다는 망상휴게소에서 강릉과 동해를 오가는 출퇴근족들의 만남이 시작되었다. 출퇴근시간이 같다가 보니 잠시 휴식을 취하며 기다렸다가 돌아가면서 커피를 사고 각자 취향에 따라 좋아하는 음악을 녹음한 카셑트 테입을 교환했다. 어떤 이들은 이 길을 함께 한 것이 인연이 되어 결혼에 골인하기도 했고 나는 그 결혼식에 사회를 봐 주기도 했다.

좋은 사람들과 만남이 있었고 사계절 푸른 바다를 낀 아름다운 풍경이 함께했으며 좋아하는 음악과 길 위의 사랑과 그럴 수 없이 멋지고 달콤한 휴식이 있던 동해고속도로는 내차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이 세상에서 가장 풋풋했던 시절의 가장 아름다운 길이었다.

나는 무작정 이 길이 좋아서 한두 해 더 다니기를 원했으나 2년을 버티다가 기어이 정든 강릉과 아름다운 길을 떠나 춘천으로 올라왔다.

이쯤에서 무리해서라도 일찍 차를 구입하게 된 동기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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