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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길을 묻다 ㉜ - “악마처럼 검고 천사처럼 아름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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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4 작성일 2016-05-03 08:21 댓글 0건 조회 95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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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처음 맛본 것은 불알친구의 형님이 월남에 파병되었다가 돌아오면서 가지고 온 미군들이 마시던 봉지커피 덕이었습니다  

어느 날 친구와 말로만 들어 온 커피를 몰래 타먹기로 했습니다. 어디서 들은 풍월은 있어서 사기로 된 커다란 사발에 그 특유의 찐한 갈색 군대커피를 한 봉지씩을 털어 넣고 뜨거운 물을 부은 다음 놋숟가락으로 휘휘저어 행여 누구에게 들킬까 맛볼 사이도 없이 단숨에 들이켰었지요. 마시고 난 직후, 장(腸)을 직행하는 진갈색 설사가 이어지는가 싶었는데 정신이 혼미해지기는 커녕 왠지 정신이고 눈이고 말똥말똥 해져서 꼬박 알밤을 새워야 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고등학교 졸업 무렵, 그때는 음악다방에도 카운터 겸 마담이 있었던 시절이었습니다지금의 한국은행 앞에 문을 연 명다방이라는 찻집에서 이지적인 자태의 마담과 당시 막 유행을 시작했던 포크송에 한껏 취해 가난한 주머니를 탈탈 털어 마시던 커피는 바로 청춘의 맛과 향기였습니다.     

커피 두 세잔은 마셔야 하루를 잘 보낸 듯한 작금. 한잔 커피를 마시며 참 오래전의 기억을 떠 올려봤습니다만 강릉이 이젠 외신에 소개될 만큼 굴지의 커피도시로 자리를 잡은 듯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커피나무 한그루 자라지 않는 땅에 지구촌 어디에서도 그 유례를 볼 수 없는 커피거리가 탄생한 것입니다. 그리고 나는 강릉에 내려갈 때 마다 국내에 내 노라 하는 바리스터가 내려준 커피를 맛볼 수 있어 정말 좋습니다  

대관령을 넘기 무섭게 거리마다 골목마다 산촌에 이르기 까지 커피향기로 가득한 커피가 밥 먹여 살리는 컬쳐노믹스의 도시 강릉!

테이크아웃으로 뽑아낸 커피한잔 들고 푸른 솔밭과 바닷가를 거니는 낭만이라니...  

그러니 여태도록 강릉에 사는 사람들은 을매나 복이 넘치고 행복하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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