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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바람소리 작성일 2016-04-11 08:04 댓글 0건 조회 95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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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散策)

한적한 곳에 이르러 나를 만났다

초췌했던 그가 제법 당당해 보였다

풀밭을 헤치고 얼굴을 내민 이름 모를 꽃에 이름을 물었다

그저 웃더라

계곡의 물소리를 따라 새소리도 흘러간다

흐르고 흘러 바다의 한 모퉁이에 이르러 어부의 노래가 되겠지

내 마음은 흘러 어디로 갈까

부서지고 산란하여 소리 없이 흩어져 허공이 된다

내 청춘과 함께 사라진 사랑이여!

열정이여!

이제 나에게 남은 것은 채우고 싶지 않은 허공뿐이다

걷자 또 걷자

고개 하나를 넘어 골짜기 하나를 지나 허공 아래 너부러진 들판에서

삶의 여운을 쓰러 담는다

오래전에 자연으로 귀의해 버린 공허한 님의 목소리를 쓸어 담는다.

나는 너를 사랑할 수 없었다

그리하여 사랑하지 못한 죄를 안고 늙어 간다

하늘빛과 땅 위의 모든 색깔이 시야에 가득 차 있어도

나는 너의 빛과 색깔을 잊지 못한다

네 마음속에서 우러나던 향기 또한 잊을 수 없다

너와 나 사이의 연(緣)을 이을 수 없었던 그 인(因)이 지어낸 연(緣)은

악연이었지만

내 생의 한 녘에서 인간다움의 향기로 영원히 남겨 두리라


미완은 생의 여백이다


여백의 아름다움으로 남겨 두어야 할 나의 여생이기에

내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잡다한 생각들을

오늘도 모조리

허공 속으로 날려 보낸다.

홀로 걷고 걸으며

외로워 좋은 길에서 하늘 우러러 바라보며

완고한 목석은

부서지고 또 부서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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