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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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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규전 작성일 2018-03-05 16:45 댓글 0건 조회 63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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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와!


   동토의 땅에도 봄은 오나보다. 한 겨울 영하 24도까지 떨어졌던 홍천에도 봄은 찾아오는 것 같다. 좀해서 녹을 것 같지도 않았던 홍천강의 얼음장도 햇볕이 비치지 않는 귀텡이만 조금 남아 있는 모습을 보면서 봄이 오기는 오는가 부다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인간이 아무리 용을 쓴다하여도 계절의 변화까지는 막을 길이 없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이라 생각된다. 때가 되면 자연은 알아서 변해주는 것이다. 염원이 내포되지 않아도 기다리면 알아서 이루어질 수 있는 대표적인 모습이 아닐까 싶다.

 

   우리의 일상사 중에서 추워서 발생되는 문제점은 엄청 많이 있으리라 본다. 그 중에서 어떤 물질이 얼어서 못쓰게 되는 경우가 가장 많지 않을까 생각된다. 너무 추운 날씨는 물을 비롯하여 액체로 되어 있는 물질은 어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어떤 물질은 얼었다 하여도 녹으면 원대복귀가 되는 반면 어떤 물질은 얼었다가 녹으면 말짱 도루묵이 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언다는 것의 장점도 많이 있지만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어는 것은 뭔가 훼손의 개념이 더 강한 것 만은 사실일 것이다.

 

   문제가 발생되지 않으면 그 문제점의 애로사항을 알 수 없는 것이다. 평상시에도 자신의 주변에서 문제가 발생되지 않으면 그 고충을 헤아릴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내 자신이 그런 애로사항을 겪지 않으면 남의 고충을 강 건너 불구경하듯 간과할 수 도 있다는 것이다. 경험을 하지 않고는 남의 고충을 제대로 헤아리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어느 한 겨울날 갑자기 찾아오는 한파로 인하여 일상사가 망가지는 사례는 많다고 본다. 그 중에서 필자의 올해 경험에 의하면 수도꼭지가 얼어서 발생되는 문제점에 봉착하여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괴롭힘을 당했었다. 주거하는 집에서 수도관이 얼어서 물이 안 나온 것이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지난 1월 중순경 홍천에 영하 24도 정도 떨어진 다음날 수돗물이 어는 큰 사변이 발생된 것이다. 영동지방은 상대적으로 타 지역보다 따뜻하기에 수도관이나 계량기가 얼어 터지는 경우는 많지 않지만 홍천 같은 경우는 워낙 낮은 온도까지 떨어지기 때문에 꼼짝없이 동토의 세계로 빨려들어 간 것이다. 단도리를 여간 잘 하지 않은 이상 생각지도 않은 변이 발생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인 것이다.

 

   생활여건이 좋아지면서 물의 쓰임새가 광범위해 지게 된다. 집에서 물이 안 나오는 순간부터 가정의 일상생활이 마비될 정도로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먹는 물은 생수로 때운다고 하지만 나머지에 필요한 물은 달리 할 방법이 묘연해지게 되는 것이다. 그 중에서 가장 큰 애로사항이 화장실 문제였다. 그렇다고 허드렛물을 받아다가 쓰는 것도 한계가 있는 것이고 보면 이보다 더 난처한 경우는 없으리라 본다. 옛날처럼 집 밖에 화장실이라도 있으면 춥던 말든 그 쪽을 이용하면 되겠는데 지금의 환경은 그와는 딴 판으로 변해 있었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보일러를 맘대로 쓸 수 없다는 것이다. 보일러의 기능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따뜻한 물을 사용하기 위함인데 물이 안 나오는 관계로 이와 관련된 일상사가 올 스톱이 되는 것이다. 이를 보완해 주기 위해서 찜질방이나 목욕탕으로 가면 될 것이 아니냐고 반문하겠지만 맹추위에 그런 곳을 찾아다닌다는 것도 용이한 문제는 아니라 본다. 아니 간단한 세수나 양치질도 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애로사항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상상을 못할 정도의 고충의 강도를 알 길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물이 안 나오면서 식생활 민생고 해결에도 빨간불이 들어오게 된다. 물이 없는데 밥을 어떻게 해 먹을 것인가? 밥은 생수로 만든다 하여도 설것이는 어떻게 할 것인가? 등의 문제가 발생된다. 하루 이틀이면 어느 정도 비빌 수 있으나 그 기간이 기약 없이 흐른다고 했을 시 그 고역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 것인가는 보통의 사고방식으로 상상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 외 빨래 문제도 그렇다. 물이 있어야 빨래 처리가 되는데 이것이 없을 때 어떻게 할 것인가도 큰 고민거리 중에 하나였다. 근 거리에 세탁소라도 있으면 거기에 의뢰하여 해결할 수 있겠지만 소소한 속옷 같은 것 까지 세탁소에 맡길 수 없는 노릇이고 보면 그저 딱하다는 말 이외에는 달리 할 말이 없게 된다.

 

   필자는 이런 고충을 두 번 당해 봤다. 한번은 루사가 발생되어 물 공급이 안 되었던 시절에 경험을 했다. 당시에 경험이 이번 수도관 동결과 맥은 같이 하지만 실제 고충의 강도는 루사 때 보다 지금이 훨씬 더 컸던 것 같다. 루사 때는 날씨가 따뜻한 관계로 아쉬운 대로 피난이라도 할 수 있었으나 이번 동결은 그런 상황도 아니어서 더더욱 힘들었다고 생각된다.

 

   봄이 되었다는 것은 온도계도 말해 주지만 보이는 세상의 달라짐으로 금세 느낄 수 있었다. 그늘켠에 쌓였던 눈 더미도 녹아내리고 개천에 얼음장도 사라지는 것을 보면서 계절의 바뀜을 직시할 수 있었다. 봄바람이 불면서 봄의 향연을 느낀다기보다 얼었던 수도관이 언제 녹아서 물이 콸콸콸 나올 것인가에 대하여 관심이 더 많았다고 본다. 봄을 기다리는 관점 자체가 일반 사람들과 달랐다는 것이다. 똑 같은 봄인데 그 봄에 따라오는 염원은 너무나 달랐다는 것이다.

 

   오늘 아침 눈을 헤집고 출근을 하였다. 눈이 어지빠르게 쌓여 있었는지라 운전을 하는데 엄청난 고충이 따랐다. 차선 변경이라도 할라치면 차가 당장이라도 돌아갈 듯 지지지지 하는 소리가 귀를 거슬리게 했다. 홍천 가까이에 오면서 눈도 줄어들고 빗방울도 가늘어졌다. 바싹 긴장했던 운전의 순간도 약간은 이완되는 느낌이었다. 출근하자마자 집안으로 들어가 수도꼭지부터 틀었다. 예전 같으면 아무런 저항없이 꼭지가 그냥 돌아갔는데 꼭지를 잡아 돌리는 순간 무게감이 들어옴을 직시할 수 있었다. 힘을 주어 트는 순간 물줄기가 세차게 쏟아지는 것이 아닌가. ~! 이렇게 좋을 수 가 있을까? 이 순간만큼 내게 주어진 긍정적 기분은 근래에 들어와 느껴본 적이 없었을 것이다.

 

   수도꼭지에 물이 콸콸콸 나오는 것 자체가 상상을 초월하는 행복의 발원지가 된 것이다. 보통사람들이 생각하기에 수도꼭지에 물 나오는게 무슨 대수냐고 반문을 할는지 모르지만 죽었던 꼭지에서 물이 나온다고 생각해 보자. 인간의 감정은 지극히 상대적이라 본다. 물이 끊임없이 잘 나오면 그 물에 대한 고마움을 알 길이 없는 것이다. 물 없이 산다는게 얼마나 어렵다는 것을 아는 사람 앞에 물 나오는 수도꼭지는 각별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모든 것이 원만하게 돌아갈 때를 행복하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하지만 변화 없는 늘상의 일상사에서는 짜릿한 행복을 추구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물론 급격한 변화에서 얻는 절망이나 희망은 정신건강상 좋을 것은 없다고 본다. 하지만 변화 없는 영역에서 행복을 찾는 다는 것도 용이치는 않으리라 본다. 그렇다고 일부러 어려운 환경을 만들어 거기서 파생되는 새로운 행복의 맛을 보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수도꼭지가 얼었다 녹으면서 찾아온 행복, 이런 것도 행복의 범주에 들어가야 하는지 의아심이 먼저 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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