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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길을 묻다 158 - (4) ‘성은 엄이요 이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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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에이포 작성일 2020-04-08 10:23 댓글 7건 조회 74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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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화전은 기대 이상의 호응속에 성황리에 끝났습니다. 하지만 그 후유증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시화는 그림과 달리 사고파는 것이 아니어서 전시회는 스폰서가 없는 한 적자를 감수해야 하는 구조입니다. 화가보다 시인이 가난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사전에 예견된 일이긴 했지만 100만 원 정도의 빚은 빚대로 안게 되었습니다. 더구나 적자든 말든 나는 당장 굶더라도 시화전에 도움을 준 선배
에게 어떻게든 성의를 다해 보답을 하는 것이 인간된 도리입니다. 그러나 막연히 돈키호테처럼 내지르고 보니 손에 쥔 것이 현금이 아니라 학생주제에 빚이어서 대책이 막막했습니다

상세한 기억은 없지만 빚은 나중에 갚기로 하고 어찌어찌 돈을 마련해 당시에 핫 했던 파카만년필을 사서 감사의 뜻을 담아 건네준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것은 선배가 나에게 해준 것에 비해서는 턱도 없이 작은 것이었습니다. 마음을 다해 보답을 할수 없는 일이 그럴 수 없이 부끄럽고 참담할 수 없었지요. 그래서 다짐한 것이 그래 취업을 하면 내가 가장 먼저 이 선배에게 제대로 그 보답을 하리라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세상사가 생각처럼 풀려가는 것은 아니지요. 핑게같지만 졸업 이후, 농업관련 단체장을 거쳐 군입대, 결혼, 취업, IMF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그런 가운데서도 선배에 대한 송구함은 그림자처럼 나를 따라다녔습니다. 어찌됐든 이런저런 사유로 만남은 지금까지 유보되었습니다  

그로부터 올해가 어언 50년이 되는 해입니다. 늦었습니다. 많이 늦었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안고 갈 수 없습니다. 이제는 그를 만나야 하겠습니다. 그가 그립습니다. 보답해 줄게 없으면 이제라도 끌어안고 그동안 마음속에 담고 있던 말이라도 속 시원히 털어놔야 하겠습니다. 그래야 가슴속이 확 뚫릴 것 같습니다  

유화를 전공하고 미술교사 또는 미대교수를 지낸 것으로 추정되는 그를 찾습니다. 그는 저보다 한 학년 위였으니 42회 졸업생입니다. 성은 이요 이름은 ....

 

주) 코로나19로 인해 선배와의 만남은 사태가 끝난 후에나 이루어 질듯 싶습니다. 이 장의 마지막 '해후'편은 선배와의 만남이 이루어진 다음 게재하도록 하겠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슬슬 한계점에 도달하고 있습니다. 끝까지 인내하시면서 그저 무탈하시기 바랍니다.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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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단파파님의 댓글

어단파파 작성일

90년사 졸업자 명단에 찾아보니
식공과에 딱 2분이' U' 씨인데 '기' 자 돌림으로 보아 형제간일 듯..
바이러스 훼방으로 이 봄날의 따뜻한 해후도 미룰 수밖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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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포님의 댓글의 댓글

에이포 작성일

90년사 까지 보셨습니끼!
이렇게 나서주시니 너무 황송합니다.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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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연2님의 댓글

김석연2 작성일

엄씨 동기 잘 알지요.
키가 크고 서구적인 모습이었지요
미술 특기생이었을 겁니다. 농구도 잘하고.....
두분사이에 그런 정감어린 사연이 있었군요.
속히 만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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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포님의 댓글

에이포 작성일

아, 김석연선배님은 잘 아시는군요.
두분선배님께서 이렇게 관심을 가지고 적극 나서주시니 금시 만날듯 합니다.
감사합니다.
제 전번을 남깁니다. (010-7168-2165)
감석연 선배님께서 엄선배님 전번을 아시면 꼭 좀 알려주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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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욱빈님의 댓글

임욱빈 작성일

에이포님!
빚을 지면서 열었던 시화전은 지금까지의 인생 살이에서 최고였지 싶네요.
선배님께 진 빚도 잊지 않고 있으니......
우터 'TV는 사랑을 싣고'에 연결해 드릴까요....
만남이후의 이야기가 기다려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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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포님의 댓글의 댓글

에이포 작성일

우터댓든 그러해주믄 고맙지요 뭐. 
살믄서 테레비에는 몇번 못나왔잖소.
라디오는요 툭탁하믄 전화하잖소. 그런데 그거 누가 들아요.ㅋㅋ
(이 엄중한 시기에 종로 한복판에서 잘 버텨내시는 것으로 알고...건승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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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포님의 댓글

에이포 작성일

김석연선배님 덕분에 엄선배님과 연락이 닿았습니다.
사회적 거리두리가 끝나고 웬만큼 분위기가 안정이되면 만나러 갈 것입니다.
설레입니다. 
애써주신 김석연 선배님 정말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