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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산 한국자생식물원을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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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규전 작성일 2020-07-26 20:36 댓글 0건 조회 62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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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대산 한국자생식물원을 다녀와서
 

올해 장마는 제법 길게 하는 것 같다.

물론 우리 영동지방을 기준으로 삼아서 그런 느낌이 더 강하게 들어간다.

장마라는 단어를 한자로 쓰지 않는 것을 보았을 때 이 단어는 순수한 우리말인 것 같다.

만약에 한자로 표현한다면 장우(長雨)정도로 하면 될 성 싶은데 그런 말은 사용하지 않고 있지 않은가.

한자의 발상지인 중국에는 장마라는 개념의 단어를 음()으로 표기한다고 한다.

대신 영어로는 장마를 다음과 같이 표현한다.

“1. monsoon

2. rainy

3. seasonal rain”

영어의 표기에서 특이한 포인트는 맨 앞 1번에 monsoon일 것이다.

Monsoon은 동남아에서 나타나는 특이한 기후의 현상으로 여름철에 덥고 비가 많이 오는 특정한 날씨를 일컫는 말이다.

우리나라에서 벼농사가 발달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monsoon기후인 것이다.

여름에 덥고 비가 많이 오기에 타 작물을 재배하는 것 보나 벼농사가 훨씬 더 기후적으로 적합하다는 것이다.

 

서론이 너무 길어진 것 같다.

장마가 한창이던 지난 주일에 우연찮이 월정사쪽에 볼 일이 있어서 갔다 오는 길이었다.

필자의 전공이 원예와 조경쪽이되다보니 그쪽으로 오갈 때 마다 식물원에 대한 관심이 발동되게 된다.

그날따라 장맛비가 추적추적 내리는데 그 식물원을 지나치게 된다.

지금까지 몇 년동안 문을 닫았기에 그런가 부다 했는데 입간판에 올 6월초부터 재개장했다는 멘트가 확 들어왔다.

다른 볼일도 중요하지만 이 식물원이 한 동안 폐쇄되면서 어떻게 변했는지 궁금증이 더해지기 시작했다.

차를 돌려서 진부면 병내리에 있는 한국자생식물원으로 향했다.

 

예전에는 몇 번 갔다 왔기에 길을 금방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차를 몰았는데 가도가도 예전에 생각했던 길이 아닌 것 같았다.

해서 적당한 공터에서 차를 돌려 나와 다른 길로 가는데 그 길을 따라 가는데 어느 정도 가니 더 엉뚱한 방향으로 가게 되었다.

이게 아니다 싶어서 다시 차를 돌려 원래 들어섰던 길을 따라 한 참 더 올라가니까 오른편 쪽으로 수목 울타리 형태로 된 길이 보이면서 간판도 같이 보인다.

오랜만에 개장한 식물원이라 반가운 마음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민간인이 만든 식물원인 만큼 공짜는 없었고 들어가는 비용은 성인기준 5천원이었다.

티케팅을 하고 입장을 하자마자 열린 도서관이 들어서 있다.

차도 한 잔 마시고 책도 볼 수 있는 널찍하고 천장도 높은 그런 공간이다.

바쁜 와중에 도서관까페까지 돌아볼 상황은 아니고 이내 그 영역을 지나니까 온실이 나타난다.

그 온실에는 휴게시설과 함께 특이한 식물을 전시 판매하는 공간이었다.

다육식물과 수국, 천리향, 만병초가 눈에 들어온다.

많은 종류와 량은 아니지만 질서정연하게 디스플레이가 되어 있었다.

필자도 관람을 다 하고 나오면서 만병초 두 포기를 구입하였다.

언젠가는 그 만병초가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 나길 기원하면서.....

 

세상은 상대적이라 내가 있으면 상대도 있어야 제 맛이 나는 법이다.

우중에 관람하는 식물원에 필자 혼자 있었으면 얼마나 쓸쓸했겠는가 싶었는데 삼삼오오 관람객들이 눈에 들어온다.

좋게 말하면 자연을 사랑하고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라 생각하니 동질감도 들어간다.

코로나 때문에 그런 자연의 세계에서도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들은 담소도 하고 사진도 찍으면서 우중에 자생식물을 감상하고 그 세계에 젖어 들어가고 있었다.

 

이 식물원의 일반적 특징은 정형화된 식물원과는 동떨어진 느낌을 받을 것이다.

좀 더 쉽게 풀어본다면 그냥 잡초밭으로 보이는 부분도 있다는 것이다.

자생식물이라는 게 그 지역에서 나는 식물을 중점적으로 전시한다는 의미인데 그 것은 흔히 우리 주변에 있는 식물이라 보면 될 것이다.

세상에 의미 없는 식물 없다는 이야기고 그것을 의미있게 만든 것이 이 식물원의 특징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실제로 여름철은 꽃이 많이 피는 계절은 아니다.

고온과 다습, 그리고 건조와 장마로 인한 우기 등이 꽃의 수정과 열매를 맺는데 별로 도움이 안 되기에 식물도 이런 시점에 꽃을 피우지 않는 것으로 진화했는지 모른다.

대신 맺힌 열매를 키우기 위하여 맹렬하게 광합성을 해 대면서 산천초목이 푸르름을 더 해가는 계절이라 보면 될 것이다.

비록 꽃은 없지만 다양한 식물들이 나름대로 가장 왕성하게 자라고 있는 모습을 보기에 안성맞춤인 것이다.

그런 와중에서도 꽃을 만개한 코너가 있었으니 다름 아닌 산수국이 핀 공간이었다.

 

큰 소나무 밑에 조성된 산수국 밭에는 수국이 아름답고 신비롭게 피어 있다.

수국은 토양의 산도에 따라 푸른색 아니면 핑크색으로 색 바뀜을 하는 식물이다.

같은 품종이지만 어떤 성질의 땅에 심느냐에 따라 꽃 색깔이 달라지는 특이한 식물이라 보면 될 것이다.

이 식물원에 산수국 꽃은 거의가 푸른색으로 나타난다.

푸른색으로 나타난다는 것은 토양이 산성이라는 뜻이며 결국에는 알루미늄이 더 많이 녹아 나와 푸른색으로 보인다고 한다.

결국 수국을 심어서 꽃을 피워보면 심겨진 땅이 산성인지 알칼리성인지 유추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수국의 또 하나의 특징은 물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가뭄이 심한 땅에 수국을 심는다면 거의 백전백패라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물론 추위에도 약하지만 산수국은 그렇지 않은가 보다.

이 식물원에는 개천쪽으로 산수국을 심어 놓아 생육에 좋은 여건을 마련해 주었으며 강한 햇볕을 피할 수 있도록 소나무 밭 밑에 식재를 해 놓았다.

때마침 산수국이 만발하는 계절이라 푸르스름한 빛이 신비스럽게 보이기까지 한다.

그야말로 적재적소에 적 식물을 심어서 그 식물이 능력을 한껏 발휘할 수 있도록 조성을 해 놓은 것이다.

한 여름에 소나무 그늘 하에 푸르름을 자랑하는 산수국을 보노라면 시원스러움이 무엇인지 저절로 느낄 수 있는 곳이 바로 이곳이 아닌가 싶다.

 

산수국밭 안에 또 하나의 포인트가 숨어 있었다.

다름 아닌 오대산에 명물 식물인 만병초가 그 안에 다문다문 심겨져 있었다.

이 만병초는 상원사를 지나 오대산 정상으로 올라가는 계곡 쪽에 자연산이 자라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물론 여름철에는 보기가 어렵고 낙엽이 진 다음이라야 선명하게 볼 수 있는 식물이다.

인간에게 걸리는 만 가지 병을 치유할 수 있다는 이 식물은 민간요법의 약용으로도 많이 사용되는 식물이다.

과거에는 약용으로 주로 사용했지만 지금은 원예용이나 관상용으로 더 많이 이용되는 식물이다.

가까이 가 보니 튼실하게 자라있으면 폼도 산중에서 자란 것처럼 풍파에 의해 엉성한 모습이 아닌 질서정연한 자태가 더 아름답게 보인다.

특히 고산지대에 식물의 특성이 그대로 나타난 만병초의 모양과 형태는 그 식물을 아는 사람 입장에서는 새로운 감정과 느낌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우리 강원도 고산식물의 세계를 대변해 주는 오대산자생식물원은 뭇 사람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세계를 현실화 시켜 놓은 대표적 사례라 본다.

강원도를 대표하는 식물원, 그것도 우리 고장 주변에 있다는 것 만으로도 의미 있게 생각하면 더 좋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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