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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문 문화예술

길 위에서 길을 묻다 78 - ‘충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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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에이포 작성일 2017-08-08 17:03 댓글 4건 조회 63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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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름, 다들 충전이 필요하다며 떠납니다.

그리고 충전은 커녕 휴가동안 무슨짓(?)을 했는지 방전이 되어 돌아옵니다

죽어라 땀 흘린 자도 떠나고, 허허실실 세월을 즐겨 온 자도 떠나는 계절, 몇 일 가다가 한 번씩 애마에는 충전을 하면서도 정작 나는 몇 일째 체온과 겨루기를 하는 폭염에 방전이 된 채 오늘도 출근을  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곧 떠날 것입니다.

먼저 떠났던 이들이 신바람 나게 달렸던 길을 따라 그 흔적을 지우기라도 하듯, 그러나 먼저 떠났다가 돌아온 이들이 맛보지 못한 맑고 향기로운 가을바람이 불어오는 남도로...  

이번 여행의 백미는 군 제대 이후 단 한 번도 만나지 못했던 나의 바로 한 번호 아래 군번이었던, 옛전우를 부산에서 만나는 일이 될 것입니다.

그를 만나면 한동안 잊고 살았던 40여 년 전, 최전방으로 시간여행을 하게 되겠지요  

함께 배속을 받았던 눈물 쏙 빠지게 삭풍이 불어대던 서부전선의 백두산 GP, 또 하나 우리가 점령을 위해 번갈아 지켜야 했던 고지가 있었으니, 앵두같이 붉고 유난히 도톰한 입술을 가졌던 파주 법원리 창골의 그녀 얘기도 자연스럽게 나오겠지요  

충전이 될지 방전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얏! ~~~소리를 지르며, 훌쩍 떠났다가 자갈치시장에서 그를 만나 이별 이후 40여 년간 살아왔던 숱한 얘기를 나누고 돌아올 것입니다.

부디 전우의 지난 세월이 분명 힘들었지만 아름다웠기를...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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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단파파님의 댓글

어단파파 작성일

먼저
천천히 힐맇휴가가 되기를 바랍니다.
혹여
가족과 함께하는 휴가라면
자갈치시장 2층 회센터에서 싱싱한 횟거리 좌판에 
짜릿한 쐬주잔 타임이 있을 것 같은데
자칫
40년만의 해후에 긴장이라도 풀려
"앵두같이 붉고 유난히 도톰한 입술.."을 발설하면
필시
귀가길이 편치 않을 것 가아...노파심에..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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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포님의 댓글

에이포 작성일

염려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아내가 친구들과 해외로 우아~~한 여행을 가는 기간에 저는 겨우 부산 자갈치로 출가를 합니다.
어쩌다가 이시대 남자들은 날이 갈수록 이렇게 찌질해져 가는지.... 
다만 위로가 되는 것은 그바람에 앵두같이 붉고 도톰한 입술을 가진 그녀를 마음껏 안주 삼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찌질해져감의 치욕과 아픔을 이겨내고 씩씩하게 돌아와 후속 글을 올리겠습니다.  흑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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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전님의 댓글

조규전 작성일

부산하면 도떼기시장이 더 유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예전에 모 교수가 강의를 하는데 학생들이 하도 떠드니까 하는 말씀
"야, 이 강의실이 도떼기 시장도 아닌데 왜 이렇게 시끄럽냐?" 라고 핀잔을 주셨던 기억납니다.
물론 학생들이 도떼기 시장처럼 떠든 이유가 있었지요.
그걸 그 교수님만 모르고 계셨을 뿐입니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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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포님의 댓글

에이포 작성일

참 오랫만에 들어보는 '도떼기시장' 입니다.
난청인지 시끄러운 곳은 자꾸만 피하게되는데 이번에는 그 도떼기시장에서 같이 한번 어울려야 겠습니다.
난닝구하고 빤쓰도 파는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