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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문 문화예술

길 위에서 길을 묻다 136 - ‘親 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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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에이포 작성일 2019-03-17 10:50 댓글 2건 조회 87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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春來不似春, 간절기라 어설프게 추울 것이라는 지레짐작으로 잔뜩 움츠렸던 몸을 일으켜 바다를 향한다 

강원도와 경상도의 접경 고포에 그가 살고 있다. 작은 포구가 있어 자가 들어가는 했지만 배라고는 미역을 따는 고무보트 몇 척이 전부인 10여 호도 채 되지않은 아주 작은마을이다. 아이들은 모두 직장을 찾아 객지로 나가고 부부가 단출하게 살아가는 포구, 이곳에서 생산되는 고포미역은 풍미가 남다르기로 이름나 있다. 
 
우정은 산길 같아서 자주 오가지 않으면 그 길은 사라지나니, 우거진 수풀이라 만나기전에는 할 말이 많았다가도 막상 만나고보면 지난세월 서로 살아온 길이 달라 마땅한 화두를 찾지 못한다. 반가운 인사말과 어색한 침묵이 몇 차례 교차하는가 싶더니 저녁식사를 겸해 쐬주가 한잔 들어가고 나서야 마치 화학반응처럼 응결되었던 마음이 풀어지면서 이야기는 제 줄기를 찾는다.   

만나지 못하는 동안 살아온 날들의 이야기며, 졸업이후 까마득히 잊혀졌던 친구들의 이름이 하나 둘씩 불려지고 오랫동안 침잠하고 있었던 흑백사진 같은 전설들이 살아나 포도송이처럼 열리기 시작한다  

다음날 아침, 곰치국으로 너끈히 늦은 해장을 한 후, 홈피에 올릴 사진 스케치도 할 겸 바닷가에 조성된 공원으로 산책을 나섭니다. 동해안에 가면 압권은 당연히 멀리서 바라보는 바다풍경이다.

숨을 몰아쉬며 정상에 오르니 마침 어선 한척이 포구로 돌아오는 풍경이 렌즈에 잡혔다. 봄 햇살을 가득 머금고 물비늘을 일으키는 바다를 향해 정조준을 하고 줄낚을 풀듯 사정없이 셔터를 눌러 어렵사리 마음에 드는 사진 한 장을 건져 올린다이곳에 올리는 풍경들은 매번 이렇게 얻어져 허접한 글의 빈자리를 메워준다  

원덕항에 나가 갓 잡아 올린 고등어 여남은 마리 사서 차에 싣고 부부의 정겨운 배웅을 받으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영영 사라질 뻔 했던 길이 다시 연결된 감사함과 헤어짐의 허전함이 함께한다  

, 오랜만에 만나도 친구는 역시 친구다. 집으로 돌아와 고등어를 꺼내기 위해 트렁크를 열어보니 두툼한 고포미역 몇 오리가 훅 하고 바다향기를 풍긴다. 친구가 언제 몰래 트렁크에 넣어두었던 모양이다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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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오락님의 댓글

해오락 작성일

멋 진 바다 구경 잘 했습니다. 삶의 숨 통이 열리는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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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포님의 댓글

에이포 작성일

고~~맙습니다.
거주지에시 먼곳이 아니니 이따금씩 Live로  찾아가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