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동문 문화예술

2월의 마지막 날에

페이지 정보

작성자 조규전 작성일 2018-02-28 13:47 댓글 0건 조회 609회

본문

                                                       2월의 마지막 날에


    2월을 한마디로 무엇이라 표현하면 적절할까 고민해 본 적 있나요? 제가 본 2월은 옥수수 공이에 가지런히 박힌 옥수수 알이 몇 개 빠진 느낌을 갖게 한다. 보통 달은 30일 아니면 31일인데 유독 2월만은 28일로 되어 있다. 이 또한 4년마다 윤년을 두어 29일로 맞추어 놓았다. 그렇다면 31일 있는 달의 이틀을 2월로 넘겨주면 공히 30일 아니면 31일로 통일이 될 터인데 왜 그렇게 했는지 이해하기가 좀 난해하다. 태양력의 기원이 유럽에서 기인된지라 그쪽에서 달력을 만들면서 이런 방식을 택했다고 한다. 2월이 28이어야 한다는 과학적 근거는 미약하고 그것을 처음 만든 사람에 의해서 그렇게 고안되었다고 보면 되지 않을까 싶다.

 

    시작부터 딱딱하게 출발하는 것 같다. 양력 2월에 설이 들어서게 된다. 실제로 새해는 이미 11일에 밝았는데 또 다른 새해를 맞이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과거부터 음력 기준으로 살아왔기에 이런 차이가 발생된 것이다. 알게 모르게 음력과 양력이 상충된다는 것이 확실하게 인지되어지는 달이 2월인 것이다. 과거에는 설을 쇠면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고 했다. 실제로 해가 바뀌는 관계로 그런 표현도 일리는 있지만 실제 나이는 자신의 생일을 지나는 다음날부터 카운터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2월이 짧다는 것은 인간의 정서상 봄을 더 빨리 맞을 수 있다는 기대감을 더 충족시켜주는지도 모른다. 만약 2월이 31일까지 있다면 우리가 느껴야 할 봄은 3일 정도 더 늦어지는 것이다. 마음속에 추위를 털어 버리는데 단 며칠이라도 빨라진다면 이 또한 나쁘지는 않으리라 본다. 봉급을 받아먹는 사람이 느끼는 2월은 거래상 이익을 좀 보는 듯 하다 것이다. 28일만 하고 한 달 치 봉급을 받을 수 있는 관계가 성립되겠지만 고용자 입장에서 보면 2월은 엄청 손해를 보는 거래처럼 인식되어 질 것이다. 한 사람이 웃으면 다른 한 사람은 눈물을 흘려야 한다는 이치가 이런 것이 아닐까 싶다.

 

    설을 쇠고 좀 있다 보면 보름이 온다. 음력설이 빨리 들어서면 보름을 2월에 맞이할 수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3월로 넘어가게 된다. 삼 사 십년 전에는 보름을 지나야 봄맛이 조금 나는데 지구의 온난화로 인하여 설만 쇠면 이내 봄의 느낌을 맞을 수 있는 세상에 들어왔다고 본다. 이렇게 기후가 급작스럽게 변할 줄은 그 누가 알았겠는가? 이것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달이 2월이 아닐까 싶다.

 

    2월에 마지막 날은 그 어느 날보다 항상 기대를 가지게 된다. 날짜 상 봄이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다음날이 삼일절로 공휴일이라는 것이다. 물론 그 날은 놀기 위해서 만들어 진 것은 아니지만 어찌하였던 공식적으로 개인 시간을 가질 수 있는 날임에는 틀림없을 것이다. 이리랑 고개 넘 듯 계절과 함께 공휴일까지 덤으로 받을 수 있는 날이 오늘인 것이다. 게다가 3월은 우리나라의 모든 사람들에게 출발의 시점으로 각인되는 달이라 본다. 유 초 중 고 대학 등 학교란 학교는 죄다 3월 초에 입학식을 갖게 된다. 자식이 있으면 싫던 좋던 학령기가 되면 교육을 시켜야 되고 그 교육의 시발점이 바로 3월초인 것이다. 3월을 기다리는 달이 바로 2월인 것이다. 2월 중에서도 마지막 날은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가슴이 설렐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내 자식이 없다면 손자가 있을 수 있을 것이고 그것도 없다면 조카가 있을 수 있을 것이고 그마저 없다면 이웃집에 꼬맹이가 입학을 할 수 도 있을 것이다.

 

    2월말은 뭐니 뭐니 해도 3월이라는 명목상 봄을 맞이 하는 전 날이라는 것다. 봄날의 이브날인 셈이다. 나이를 먹으면서 봄에 소중함이 더더욱 가슴속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젊은 날에는 이런 것을 느낄 필요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젊음 자체가 봄이었으니까 굳이 새롭게 봄을 찾지 않아도 일상사가 봄날이나 마찬가지였지 않을까 싶다. 춥고 바람불고 살 떨리던 계절이 가는 것 만으로도 안도의 숨이 나오는데 덧붙여 훈훈한 봄바람이 분다고 생각하면 이 또한 가슴 설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농사를 짓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힘든 농업노동의 시작이 될 수 도 있을 것이고 올해 심고자 하는 작물에 씨를 뿌리는 시기가 도래하는 것이다. 씨를 뿌리는데 2월말이면 어떻고 3월초면 어떻겠는가? 하지만 2월말은 아직까지 겨울이고 31일은 엄연한 봄인 것이다. 인간의 가슴에 설정된 잣대가 중요한 지표로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씨를 뿌린다는 것은 또 다른 열매를 거두기 위한 시발점이 되는 것이다. 우리가 새롭게 뭔가 시작을 할 수 있다는 것은 희망을 둘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는 것이다. 봄이 되어도 뿌릴 씨앗이 없다면 그 봄은 허망하게 지나갈 수 있을 것이다. 2월말은 운동경기에서 출발선에 들어서기 직전에 워밍업을 하는 시간대라 보면 될 것이다. 출발 직전의 컨디션에 따라 출발이 더 원활하게 이루어질 것이다.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는 출발선상의 직전 단계가 2월말일이라 본다. 이런 귀중한 날을 더 귀하게 보낼 수 있는 자가 올해를 더 알차고 보람 있게 보낼 수 있으리라 본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