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가을의 거리
바람소리/김윤기
나락(奈落)으로 떨어질 듯 일어나는 아슬아슬한 벼랑 끝 바람이여!
내 그대 갈 길을 묻지 않겠네.
해설피 가라앉는 노을 속으로 점점 빠져드는 저 붉은 빛으로
차디찬 내 가슴을 적시고도 남으려니
토실한 그대의 속살마저 불태우고 남으려니
수다스런 잎사귀들의 몸짓을 향해 무직한 침묵으로 화답하고
썰렁한 이 길 위에 비워야할 내 것을 버리며 걷나니
나 홀로 걷나니
사랑 할만 했던 사람아
사랑했음으로
내 그대 간곳을 묻지 않겠네.
시간의 벽을 뛰어넘어 가야할 내 길 위로 흐르고 싶은 날
바람 같이 일어날
혼이여!
내 안에 깃들어 살다 숨을 거둔
가여운 님이여!!
그 누군가를 뜨겁게 흠모했고 그 누군가의 뜨거운 흠모의 대상이었던 것이 "그대"였다면 그대는 그것만으로 성공적인 삶을 산 것이다. 영원한 것은 인생의 끝에서 그대를 기다리고 있으리니 그 영원한 나라에서 살아갈 그대를 위해 생애의 절반을 사랑으로 헌신하고 나머지 절반으로 그대가 지은 죄에 대하여 목놓아 울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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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시<?xml:namespace prefix = daum ns = "http://dic.daum.net/" />布施
바람소리/김윤기
조이삭, 콩타래 실했던 둔지 밭에서
허기를 달랜 장꿩이 한나절 울다 갔다
곱사등이 돼버린 박첨지가 쳐 놓은 그물망 울타리를 넘어
한여름 내내 고라니 넘나들어도
“그놈들도 먹고 살아야지 어쩌누”
허허, 웃으며 야속한 맘 툭 털어내던 영감
북망산 산신령이 되신지 달포가 지났는데
휘청 굽은 둔지 밭에 선 가끔
고라니 놀다가고
늦가을 짤막한 햇살이 쉬었다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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