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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문 문화예술
모교의 교정이 더 아름답게 보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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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자신이 필요한 부분만 본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해를 더 쉽게 하기 위한다면 “개 눈에는 똥밖에 안 보인다.”는 이야기죠. ㅋㅋㅋ.
무엇을 어떻게 보느냐가 사람이 살아온 내력이자 앞으로 살아갈 방향인지도 모르죠.
일전에 모교에 볼일이 좀 있어서 갔다 왔습니다.
그날에도 어떤 목적도 있었지만 그래도 가볍게 가 볼 수 있는 날이었습니다.
무거운 목적을 잠시 내려놓고 본 모교는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타 학교에서 볼 수 없는 자연경관은 모교만이 가지고 있는 최고의 가치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고목이 되어 옛 역사를 그대로 보여주는 느릅나무며 자작나무가 수목의 고참격으로 버티고 있었으며 새로이 심은 젊은 나무들은 그들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메타세콰이어는 연식에 걸맞게 엄청난 열매를 맺고 있었습니다.
침엽수라 솔방울 같은 것이 매 달려 있을 줄 알았는데 의외의 과실이 매달려 있었습니다.
처음 보는 터이라 아주 새롭게 다가 왔습니다.
정문에 도열해 있는 히말라야시다에도 탱글탱글한 과실이 하늘을 향하여 솟아 있었습니다.
보통의 과실은 아래로 향해 있는데 이놈은 어찌된 영문인지 꼿꼿이 치 뻗치고 있는 모습에서 남아의 기개를 그대로 보여주는 듯한 느낌도 받았습니다.
그 사이에는 내년에 과실들이 올망졸망 달려있는 모습이 앙증맞기까지 하였습니다.
물론 우리의 교목이었으니 더 아름답고 당차게 보였는지도 모릅니다.
교문 옆에 옛날 가금사와 사료포를 하던 곳에는 그 당시에 역사를 그대로 보여주는 벚나무가 하나 있었습니다.
모진 풍상에 지상부의 절반 이상은 사라져 버리고 굵은 밑둥과 잔 가지만으로 이루어진 모습만 남아 있었습니다.
식물도 세월 앞에 맥을 못춘다는 실제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강당 뒷 편에 엄청 큰 닥나무가 있었습니다.
옛날에는,
크다기 보다 엄청 나이가 많이 든 듯한 닥나무였었는데 이번에 가 보니 아예 없어져 버렸습니다.
그 그루터기에는 새끼 닥나무들이 몇 개 올망졸망 올라와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나무도 오래되면 자연스럽게 죽어 버릴 수 도 있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이렇듯 모교는 과거와 현재, 미래를 같이 감싸 안고 가면서 모든 이들에게 자연의 낭만과 아름다움을 선사하고 있었습니다.
인생살이가 고달프다고 생각하시는 분은 주말의 아침 나절에 모교를 한 번 가 보시기 바랍니다.
학교 다닐 당시에 기개로 살아간다면 이 사회에서 어떤 역경도 잘 극복해 나갈 수 있으리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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