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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아비의 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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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kimyki 작성일 2019-12-16 10:53 댓글 0건 조회 85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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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아비의 거울

 

                                        바람소리/김윤기

 

일상의 대부분

마주한 벽의 침묵을 품고 산다.

멋대로 엉킨 머리칼만 다듬고 나서든 사내가

어쩌다 넥타일 고쳐 매는 날엔

안쓰러운 표정 하나 더 품는다.

 

이봐요 넥타이 길이가 너무 짧네요. 고쳐 매세요.”

그런가?”

사내는 이내 넥타이를 고쳐 맨다.

어때 이 정도면?”

문상 가는 날인가요? 색깔이 너무 어둡네요.”

문상은 무슨, 한양엘 다녀오려구

이내 발걸음 소리가 사내를 따라 사라진다.

 

스킨과 로션과 벽,

벙어리들만 몽땅 남아

텅 빈 침묵을 지켜낸다.





그 소리가 좋아서


993EBA4A5B2D246006FC3A 시조시인 김양희

통명전 빈 댓돌을 불빛이 바라봅니다

그날 그 헛기침도 창틈으로 내다봅니다


댓돌에

벗어 놓은 건

떨어지는

솔잎소리

**********************************

육안을 감고

심안을 덮고

영안(靈眼)을 열어놓아야 보이는 형상

육신의 귀를 막고

마음속까지 고스란히 내려놓아야 들리는 소리

댓돌이란

디딤으로 오르고 내려서는

윤회의 첫걸음


통명전 댓돌 위에 내린 서럽도록 아린 불빛처럼

솔잎 내리는 소슬한 소리처럼

형상과 현상의 엷디엷은 심연의 실루엣을 눈여겨 바라보는 

저 맑고 평화로운 시심(詩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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