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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난 조상은 명절때 차례상도 못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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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규전 작성일 2020-01-23 11:03 댓글 0건 조회 64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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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난 조상은 명절 때 차례상도 못 받는다.

며칠 안 있으면 일 년 중 최대의 명절인 설이다.

일 년에 한 번은 꼭 돌아오는 명절이지만 상징적인 면에서는 많은 것을 던져주고 있다.

그 중 가장 큰 화두는 역시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는 게 아닐까 싶다.

생일날 한 살 더 먹는 것도 고역인데 설날에 또 한 살 먹는다고 생각하면 세월의 허망함을 두 번 느끼는 셈이 된다.

 

과거 농경을 중심으로 살아왔던 시절에 설은 명절 중에 백미였다고 본다.

자연과 어우러져 살았던 시절에는 모든 것이 자연과 상통해야지만 살 수 있었다.

특히 음력을 바탕으로 맞이하게 되는 설은 한 해의 시작이자 농경의 출발점으로 자리매김 되었다고 본다.

 

많은 세시풍속이 나온 것도 출발점에서 미래를 보고자 했던 열망에서 나온 결과물이라 본다.

점도 봐야 되고 한 해에 운수도 짚어 보는 일도 년 초에 해야 할 큰 과제 중 하나였다고 본다.

농경문화가 탄생시킨 사례들이 무수히 많았다고 본다.

 

그러던 것이 산업사회가 되고 더 나아가 인공지능 시대로 돌입하다보니 예전부터 이어져 오던 세시문화가 많이 변화되고 있다.

그래도 음력설이 죽지 않고 살아 있다는 것은 몇 천 년 동안 우리 민족의 몸 속에 DNA화 되지 않았나 싶다.

음력에 상징인 달에 인간이 가 볼 수 있는 세상이 된 지금에도 이런 문화가 살아 숨 쉰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라 아니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도 세상은 변하고 또 변한다.

조상에게 차례를 올리는 것을 근간으로 하는 설 문화도 알음알음 바뀌어 가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과거에는 각 집안에 장남 집에서 명절치례를 했으나 지금은 그런 것이 점점 퇴색해 가는 것도 볼 수 있다.

대가족에서 소가족, 핵가족에서 혼밥시대로 가는 세상이 되다보니 과거처럼 혈연으로 끈끈하게 매어졌던 문화가 느슨하게 변하는 것도 부인하기 어렵게 되었다.

 

이런 것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이 국제 공항쪽이 아닐까 싶다.

명절 때 마다 인산인해를 이루면서 해외로 또 해외로 나간다.

조상의 차례나 성묘를 생각한다면 해외로 나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닐 것 같은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요는 해외로 가기 위해서는 일정 비용이나 시간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시간이야 내면 되겠지만 비용은 누군가가 대 주어야 할 것이다.

부모 잘 만나서 해외로 가는데 경제적 무리가 없는 자도 있겠지만 그 부모는 조상을 잘 만나 지금과 같은 경제적 여력이 생긴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물론 자수성가하여 해외로 나갈 정도의 경제적 여력이 생긴 사람도 있겠지만 조상 잘 만나서 부를 축적한 사람도 의외로 많을 것이다.

 

역으로 생각해 본다면 조상을 제대로 만나지 못하는 바람에 가난을 대물림 한 경우는 하늘에 떠 있는 비행기만 바라봐야 하는 신세로 전락된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런 사람들이 실제로 조상을 모시고 우리 문화를 이어나가는 사람들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잘난 사람은 해외로 그렇지 못한 사람은 조상을 모시는 형국이 된 것이다.

어느 것이 최선이라 이야기하기에는 여러 가지 변수가 있기에 단정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어찌하였던 간에 조상을 잘 둔 사람은 명절 때 비행기 탈 가능성이 높은 것 만은 사실일 것이다.

조상의 영혼이 자식이나 후손이 탄 비행기 따라 가서 설 쇠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 같다.

싫던 좋던 한반도에 남아 있는 대다수의 민초들이 자신의 조상을 모시는 것이다.

잘 난 조상은 명절 때 차례상도 제대로 못 받는 게 현실이고 보면 세상사 어느 것이 최고의 삶이라 이야기하기에도 한계가 있음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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