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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라지 강변 연가(戀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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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해오락 작성일 2019-02-21 15:16 댓글 9건 조회 78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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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라지 강변 연가(戀歌)

내고향 정선은 옛부터 아득한 심심 산골로 잘 알려져 있었지만 요즘은 꼭 가봐야 할곳 100곳 중 하나로 선정 되어 사계절 많은 관광객이 찾아와 붐빈다.

정선 오일장을 비롯해서 가리왕산 중봉 알파인 스키장(2018동계 올림픽 경기장) 백석폭포, 사북 석탄박물관, 동면 석류동굴, 약수, 소금강의 절경과 단풍, 민둥산 갈대, 구절 레일바이크, 한반도 지형을 내려다보면서 타보는 짚 와이어, 원빈 소풍가던 길(당너머), 원빈이 결혼식을 올린장소의 포토 삽 등등 사계절 관광명소가 많은 곳이다.

그중 오늘은 아리랑의 발상지인 여량면 무형 문화 제 제1호 정선 아리랑의 애정 편, 주요무대가 되는 아우라지 강변의 한 맺힌 연인들의 애환이 담겨있는 아우라지 강변의 사랑 이야기를 전해 보려고 한다.

이 이야기는 구비문학(口碑文學)으로 여러 사람들의 구전(口傳)으로 전해 내려왔기에 유사한 이야기가 많을 수밖에 없다. 사람의 느낌과 감정이 다르고 관찰자의 관점 시각, 정황(context)이 다르기 때문이다.

나는 그날의 사건을 목도하고 생존하시는 노인 어른들을 찾아 마을 경로당에 들려 아우라지 연가의 이야기 사연을 듣고 종합해 보았다.

그중 갈금 마을에 사시던 전제순(80세) 어르신이 들려주는 이야기다. 그 강가에서 신랑신부가 함께 탓던 배가 뒤집힌 날이 전 노인 할아버지의 제삿날이라 생생하게 기억에 남는다고 하셨다. (음2월 27일)오후 4-5시경이라고 하신다.

봄비가 유난히 많이 내리던 날 송천에 살고 있던 신랑(장헌상 당시19세)은 고양리 신부인 처녀의 집으로 하루 먼저 앞당겨 신혼 길을 떠났다. 1박을 처녀 집에서 보내고 혼례식인 初禮를 끝내고 송천소재 신랑 집을 향하여 오던 중이었다고 한다. 그 중간지점에 아우라지 강이 흐르고 있는데, 임계 골지천에서 내려오는 강물을 음수(陰水)라고 하고 송천쪽에서 내려오는 강을 양수(陽水)라 하여 마주쳐 합쳐지는 지점이 아우라지 강변이다. 여름 장마철시 양수가 많으면 대홍수가 나고 음수가 많으면 장마가 끊긴다는 전설이 있다.

예상하건데 양수가 많았던 날인가 보다. 이 날은 비가 계속 내리고 밤사이에 내렸던 많은 비로 강물은 큰 홍수를 이루었다.

그날 오후에 혼례객 일행이 승선했던 배는(뱃사공 김여흥 생존) 신랑이 살고 있는 송천마을에 거의 당도하였다고 한다. 그 때 송천강에서 내려오는 큰 물 줄기에 갑자기 뱃머리가 돌아가면서 (일부증언, 큰 얼음에 부딪쳐서) 배가 뒤집혔다고 전하고 있다. 가마 안에 앉아 있던 신부는 의식을 잃은 채 그 자리에서 익사하였고, 신랑은 이불 봇짐 위에서 구사일생으로 생명을 구하였다고 전한다. 그날 상각을 위시한 잔치 집 짐꾼으로 따라갔던 많은 사람이 죽어 그날에 유난히 제사가 많았다고 전하며 아직까지 생존하는 노인도 계시다. 그날 그 현장에서 생존하신 실존 인물을 몆 분(지경리 장명환 노인)을 찾아 이이야기를 기록해 보았다.

나는 서울에서 지인들이 내려오면 아우라지 강변으로 꼭 모시고 가서 현장에 생생하게 전개된 교보재를 가리키며 이야기를 들려주는 지역 여행 가이드(?) 역할을 한다.

내 가슴에도 이 애처로운 사랑 이야기가 각인(刻印)되어 있지만, 이강변의 나룻배를 초교6년부터 중학교 3년까지 9년을 타고 건너 다녔던 기억이 애잔하게 남아 있다.

나에게는 신랑 장헌상씨가 집안 친척 분이신데 그는 그 후 다시 결혼하여 신랑은 아들(장태복)까지 낳아서 나는 그를 만나보았던 사람이기도 하다. 어떤 여인들은 이 이야기를 경청하다 신랑이 살아 장가까지 갔다고, 깜짝 놀라시는 분도 있었다. 왜 신랑만 살았지? 그러나 어찌 하겠나? 운명은 재천(在天)이고 인간은 망각(妄覺)의 동물이 아니던가? 가슴 깊은 내면에는 첫사랑 여인의 쓰라린 기억의 아픔이 내재해 있었겠지만 홀로 평생을 살 수는 없는 일 아닌가?

필자는 오늘도 비가 많이 내려 홍수가 나면 그 강가로 나가 보곤 한다. 세월과 함께 유유히 흐르는 강물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그날의 참사가 기억되어 심장이 다시 박동함을 느낀다.

초등학교 다닐 때, 1년 또는 6년 동안 개근상을 타던 여량(강 건너 학교쪽) 친구들이 몹시 부러웠다. 나는 아우라지 강 건너 송천동(학교 반대쪽)에 살고 있었기에 비가 많이 오고 강물이 불어나면 아우라지 강변까지 왔다가 배를 탈 수 없어 집으로 되돌아갔던 기억이 많고, 학교에서 수업 중, 비가 많이 오면 수업 중 교내 스피커를 통하여 “송천, 갈금동에 거주하는 학생들에게 알립니다. 오늘 비가 많이 내려 갑자기 아우라지 강물이 불어나고 있으니 빨리 수업을 중단하고 집으로 돌아갈 채비를 하고 현관으로 모이기 바랍니다.”라는 교내 방송이 들려오면 소름이 끼치도록 두렵던 날도 있었다. 학교 근처에 살고 있던 아이들은 퇴교하는 우리들을 바라보고 부러워하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나는 한 맺힌 개근상이 날아가는 날 이였다. 심한 우천시 강 건너 아이들의 결석은 담임선생님이 참작은 하였지만 개근상은 탈 수 없었다. 소시적 나의 그 트라우마는 그 후 상급학교 진학 후에도 학교는 절대 결석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개인적 각오가 있었다.

아우리지 강가 남쪽에는 총각 동상이, 북쪽에는(여송정) 처녀 동상이 서 있어서 그들의 그날 슬픈 사연을 위로해 주고 또 그들의 못다한 사랑을 연결시켜 주려는 견우직년 달((月) 다리가 놓여져 있다.

여송정(餘松亭) 쪽에서 갈금동으로 이어지는 비파모양의 흔들다리가 놓여있는데 언덕위에 노송(老松) 사이로 노래비에 비쳐진 밤 야경이 매우 아름답고 그 일원을 한 바퀴 돌아보는 아우라지 강변 둘레길이 조성되어 강물이 흐르는 돌다리를 건널 수 있게 되어 있어서 운치가 있다.

그 비파다리 가운데 상투를 짠 남정네와 치마저고리를 입은 여인의 조각상은 다리양쪽에서 멀리 마주보고 서 있어 다리의 야경을 더욱 의미 있게 비추어 준다. 이 조각 그림도 또한 아우라지 강변에서 사랑하던 연인들의 한 맺힌 그리움과 기다림이 서려 있는 것이다.

그때 그 시절 사랑을 속삭이든 강변의 이야기를 뒤로 하고 기약 없이 한양으로 뗏목을 타고 돈 벌이를 떠났던 낭군이 돌아오지 않아 가슴 태우며 기다리던 긴 이별의 여운이 배여 있다. 사랑은 곧 그리움이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아리랑 노래 가락 중에는 기다림과 서글픔, 애환이 담겨 있는 연가이며 노동요(勞動謠)라고 말할 수 있다. 그 강변 연인들이 이루지 못한 사랑의 한(恨)을 현대 노래시비(碑)로 승화시켜 새겨 놓은 가사가 아래와 같다.

1.아우라지 강가에 수줍은 처녀, 그리움에 설레어 오늘도 서 있네, 뗏목타고 떠난님 언제 오시나, 물길 따라 긴 세월 흘러 흘러 갔는데

(후렴) 아우라지 처녀가 애태우다가, 아름다운 올 동백 꽃이 되었네

2.아우라지 정선에 애닲은 처녀, 해가 지고 달떠도 떠날 줄 모르네.

뗏사공이 되신 님 가면 안오나, 바람 따라 흰 구름 둥실 둥실 떴는데...

(정공채 시, 변훈 곡)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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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포님의 댓글

에이포 작성일

드뎌 장목사님께서 해오락이라는 새이름으로 등단하셨구랴.
그동안 궁굼했습니다.
잘 오셨습니다.
이곳이 또 한곳의 아우라지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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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철님의 댓글

김남철 작성일

엄두를 내어 동문 문화예술 코너에 등단하심을 축하드립니다. 짝짝 ㅎ
좋은 말씀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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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오락님의 댓글

해오락 작성일

에이포 , 김남철 님 댓글에 감사 합니다. 응원에 힘입어 가끔 글을 쎄 볼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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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기님의 댓글

김윤기 작성일

동기들의 답글을 보고서야 오래된 기억속에서 스멀스멀 살아나는 장목사님
다양한 인재들 포진해 있는 43회 후배님들을 보면 가슴속이 절로 뿌듯해 집니다
아우라지 여러분 다녀왔지만 최근엔 많이 변한 것 같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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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오락님의 댓글

해오락 작성일

김윤기 선배님 ! 우리 중앙고 문단을 이끄심에 항상 감사 하고 있습니다.
선배님의 사진,시, 영상 잘보고 항상 흠모 하고 있습니다. 감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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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욱빈님의 댓글

임욱빈 작성일

정선버덩에 살고 있는 장목사님이 등단하셨네!
축하합니다.
아우라지에 얽히 사연 잘 읽었습니다.

재경친구들이 님의 집을 방문하여 아우라지 강과 함께 정선일대를 구경한지도 벌써
몇 년이 되었구려.

총각시절 여량에서 교편잡고 있던 지금의 아내를 만나기 위해 갔던 정선 여량!
그 때가 그립군요.
자주 뵙시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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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오락님의 댓글

해오락 작성일

임국장님! 즉시  달려 오셨군요 ! 정선 버덩 이라는 사투리에 배꼽 잡고 한참 웃었습니다.
내 좌뇌 사라진 사투리를 찾아주니 고맙소이다. 금년 여름 아우라지강변에서 한번 재회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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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단파파님의 댓글

어단파파 작성일

좀 끼어들겠습니다.ㅎ
43기여러분  대단합니다.
동홈 문화예술 란을 이런 잔치 분위기로 계속
이끌어주시길 바랍니다.
파이팅입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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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철님의 댓글

김남철 작성일

어단파파 선배님께서 후배들 격려차 거동하셨네요.
겨울 보내며 우수 경칩지절에 무탈 건강하신 것같아 반갑습니다.
저는 봄맞이 준비로 설레고 괜히 마음 바쁩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