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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절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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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규전 작성일 2018-04-14 11:15 댓글 0건 조회 64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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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절베개

   지나간 어느 날인가, 마누라가 기절베개를 사 왔다길래 기절할 만큼 호기심을 가지고 봤다. 실제로 다른 베게나 다를 것이 거의 없었다. 다른 베개나 다름없는 디자인에 형태도 그와 별반 차이가 없었다. 요즘 기능성 베개라 하여 머리를 받혀주는 고전적인 형태에서 벗어나 특별한 모양을 가진 베개도 나오는 터이라 유별나게 생긴 것으로 생각했으나 그 또한 예상을 빗나간 모습이다. 베개의 무게는 그 안에 무엇이 있느냐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겠으나 딱히 더 무겁거나 가볍지도 않을 것 같다. 단 다르다면 베개 속이 물컹물컹 하다는 것 이외에는 별반 차이가 없는 것 같다.

 

   베개가 잠 자는데 필요한 도구로 사용된 것은 상당히 오래 된 것으로 알고 있다. 지금은 베개의 개념이 동 서양을 통하여 거의 유사한 형태로 발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에 유료 숙소나 외국에 유료숙소이나 베개의 모양과 형태는 거의 비슷한 것으로 알고 있다. 과거처럼 나라마다 민족마다 개성과 특성에 따른 모양새는 자취를 감추고 세계 공통의 베개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어떤 베개가 최고의 성능을 발휘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어떤 것이 잠자는데 가장 효과적일 것인가에 대해서 과학적이고 합리적으로 입증이 된다면 그쪽으로 쏠릴 법 한데 그렇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 본다.

 

   우리의 전통적인 베개는 베개 속에 대부분 메밀달겡이를 넣어서 만들었다. 물론 목침이라는 베개도 있었지만 이런 형태를 이용한 경우는 특별한 사람이 아닌 이상 많지는 않았으리라 본다. 허구많은 물질 중에 왜 메밀달겡이를 넣어서 만들었을까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벼를 도정하고 난 다음 샛겨를 넣어도 되는데 굳이 구하기도 쉽지 않은 메밀 겉껍질을 이용했을까에 대해서 의아심을 가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아니 의아심을 가지는 사람이 있었다면 그 사람은 남들보다 더 확산적인 인생을 살아갈 소지가 풍부하다고 보면 될 것이다.

 

   제목에서 보다시피 메밀달겡이를 베게 속에 넣었다는 것은 그 물질이 기절베개의 요건을 충족시켜 주는 물질로 인식되었을 것이다. 현대판은 그렇지 않겠지만 고전판 기절베개의 베개 속은 옛 선인들이 허구많은 물질을 대상으로 경험한 바를 토대로 선정된 것이 메밀달겡이가 아니었을까 싶다. 지금도 메밀달겡이를 구할 수는 있을 것이다. 적어도 막국수를 만들기 위하여 재배하는 메밀도 어느 정도가 된다고 했을 때 그 겉껍질의 량도 만만치 않게 나올 것이나 시판되는 베개 속에 내용물이 메밀껍질로 된 것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제로 필자가 베고 자는 베개 속도 메밀껍질에서 벗어난지 한참된다.

 

   잘은 모르지만 베개속의 물질은 끊임없이 변한다고 본다. 메밀이 재배되는 곳은 그 껍질을 이용한다고 하지만 그렇지 않을 곳에서는 나름대로의 물질을 이용하리라 본다. 현대판에서는 스펀치나 캐시미롱, 오리털, 편백나무칲, 인조섬유, 솜 등이 들어 있으리라 본다. 내가 지금 베고 있는 베개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우리가 살아가는데 잠자리 만큼 중요한 부분은 없다고 본다. 잠자리가 형성되기 위한 조건 중에서 베개는 우리의 뇌를 편안하게 해 주는 받침대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것이 불편하면 다른 잠자리 요건이 아무리 충족되어진다 하여도 선 잠을 자는 것처럼 불편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제목에서 보듯 기절베개가 있다고 하자. 단어 자체만 보면 약간 선뜻한 느낌이 들어 갈 것이다. 베고 자면 기절을 한다는 뜻인가? 아니면 마치 기절을 하듯 베자마자 잠들어 버린다는 것인가? 물론 후자일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언어가 주는 느낌도 무시할 수 없는 일이라 본다. 기절이라는 단어를 써서 강렬한 인상을 주면서 호기심을 있는 대로 끌어 올리는 수법도 하나의 판매 전략이 될는지는 모르지만 그 의미가 너무 강한 것 만은 사실일 것이다. 저절로 잠이 온다는 의미의 단어도 찾아보면 상당히 많을 것 같은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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