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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천의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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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규전 작성일 2018-01-26 09:08 댓글 0건 조회 72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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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천의 겨울





   날씨가 워낙 춥다보니 그 추위를 연상할 수 있는 대상에서 예전에 상영된 영화 히말라야가 떠오른다. 그 영화의 내용은 불굴의 의지로 히말라야 산맥을 등정하는 과정에서 사투를 벌리다 사망한 산악인들의 이야기인 것으로 기억된다. 그 영화가 탄생하게 된 원초적인 이유는 혹한의 추위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어간다. 해발고도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온도가 떨어지는데 히말라야산맥은 그 중심부에 서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올해의 날씨는 12월에 이른 추위로 인하여 1월 중순 이후에는 맹추위가 없다는 예보도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춥기는 마찬가지인 것 같다. 겨울은 추워야 맛이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너무 추우면 인간이 생활하는데 많은 지장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겨울철에 얼음장 밑에 살고 있는 물고기가 느른한 것과 마찬가지로 너무 추우면 인간의 생활도 무디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자연을 거슬려 살아갈 수 도 없는 노릇이고 보면 순응의 지혜밖에 없을 것 같다.

 

   인간의 주변을 감싸고 있는 모든 감각과 감정은 상대적이라 했던가? 비교의 대상이 없으면 현재의 감정의 척도를 나타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적도 근처에 사는 사람들은 혹한의 날씨를 경험하지 않는 한 그 감도를 알기가 어려울 것이다. 반대로 북극이나 남극에 사는 사람들은 일년 내내 팬티바람으로도 더워서 살기 어려운 열대지방의 온도를 느낀다는 것도 용이치 않으리라 본다. 같은 강원도지만 홍천과 강릉의 한 겨울 날씨는 차이가 나도 너무 나는 것 같다. 물론 강릉의 새촘한 바람이 뼛속으로 들어갈 때에 느끼는 감도도 만만치 않지만 영하 20도 이하의 온도가 인간에게 다가오는 냉기는 새촘함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묵직하게 다가온다. 추위의 깊이가 강릉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무겁고 깊다는 것이다. 홍천의 한 겨울에 추위를 간헐적으로 맛보는 경우 강추위에 대한 체험학습 정도로 남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런 맹렬한 추위에서 일상생활을 한다고 했을 시 그 고통은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날씨에서 계속 적응을 했던 사람들은 내성이 생겨서 견딜 만 하겠지만 상대적으로 따뜻한 곳에서 살던 사람들이 그런 맹추위의 고장에서 산다는 것은 거의 고통 수준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구의 온난화가 진행되기 전, 그러니까 40~50년 전에는 지금보다 훨씬 추웠다고 본다. 당시에는 집들도 지금처럼 난방이나 단열이 잘 안된 상태이고 의복도 신통치 않았기에 더 춥게 느껴졌는지도 모른다. 지금처럼 뱃살에 기름기라도 있었으면 덜 추웠을 터인데 먹는 것의 부실도 추위를 더 부추겼는지 모른다. 실제적으로 그때보다 지금의 평균온도가 높은 것으로 보았을 때 당시의 추위는 더 매섭지 않았나 싶다. 어쨌든 적응을 한 사람은 지금까지 남아 있는 것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나름대로의 위치에 있으리라 본다.

 

   우리가 추위를 느끼는 것은 지극히 감성적인 면에서 좌지우지 된다고 본다. 아열대나 열대지방에 갑작스런 추위가 내려가 영상 10도 정도까지 가는 경우 그 지방에서 얼어 죽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봤을 때 그 정도의 기온은 선선할 정도로 느껴지나 그 지역에서는 맹추위로 인식되어 얼어 죽는다는 것이다. 반대로 극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영하 10도 정도로 내려가는 것은 봄날 정도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온도계 상으로 나타나는 온도만 가지고 춥다거나 덥다고 표현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인간이 심인성으로 느끼고 있는 온도가 계량화된 물리적 온도보다 더 예민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사례라 본다.

 

   열대지방에 사는 사람이 극지방에 체험을 하러 간다면 아마 생명을 담보로 하고 가야 할 것이다. 급격한 온도 변화에 인간이 적응하기가 용이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일부러 추위를 맞이하기 위해서 추운지방으로 가 본다는 것도 좋겠지만 그 또한 할 일 없는 사람들이 하는 일이지 보통사람들이 취하는 행동은 아니라 본다. 하지만 본이 아니게 강추위나 더위를 맛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는 있을 것이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는 추위가 아닌 실제 피부를 통해서 접할 수 있는 추위가 더 실감나지 않을까 싶다.

 

   최근 들어 영서지방은 동장군이 맹위를 떨치고 있다. 물론 영동이나 남부지방도 만만찮을 추위가 이어지고 있지만 물리적인 온도는 상대적으로 높다고 본다. 아침 최저 기온이 영하 20도를 밑돌고 있다. 대낮에도 영하 10도 이하를 유지하면서 그야말로 동토의 세계를 맛보고 있는 것이다. 눈이 와도 녹지 못하고 그대로 쌓이면서 그 눈마저 얼어버리는 상황으로 전개되는 것 같다.

 

   다행이라면 이런 날씨에는 바람이 거의 불지 않는다. 단 인간이 움직이면서 일으키는 바람에 스스로가 추위를 더 타게 되는 현상이 발생된다. 가만히 있으면 콧잔등만 아려온다. 움직이는 순간부터 발목, 허리, 소매, 목덜미 쪽으로 찬바람이 사정없이 들어오게 된다. 털신에 구스다운의 옷을 걸치고 목도리를 단단히 매고 다닌다하여도 구석구석 스며드는 추위를 막기에는 역부족인 것이다.

 

   실외에서 움직이다보면 평상시에는 나오지 않던 콧물도 사정없이 흐른다. 너무 흐르는 관계로 주책스러움도 병행해서 나올 정도이다. 콧잔등에 후려치는 냉기 또한 만만치 않은 것이다. 숨 쉴 때마다 나오는 숨결이 허연 연기처럼 내 뿜어 진다. 인체에서 수분이 어떻게 코나 입을 통하여 빠져나오는 가를 제대로 보여주는 장면이 펼쳐진다. 귓불은 얼어도 감각을 느끼기가 용이치 않은 신체부위인 것 같다. 너무 추우면 그냥 귓불이 아프다는 것을 느낄 정도이다. 아플 정도로 감각이 온다는 것은 그냥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귀마개를 하던가 손으로 가끔 감싸던가 아니면 목도리를 뒤집어쓰던가 모자를 착용해야지만 보호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보통의 날씨에서는 볼 수 도 경험할 수도 없는 장면이 연출되는 것이다.

 

   행여나 손에 물기라도 묻을라치면 자지러질 정도로 아픔은 물론 그 후유증이 상당기간 간다. 해서 손등에는 가급적 물을 묻히지 않는 것이 상책인 것 같다. 혹시 화장실에 갔다가 나올 경우에도 가급적이면 고양이 세수하듯 손바닥에만 대충 물을 묻히고 말아버리게 된다. 위생상으로 싹싹 씻고 싶어도 얼어 터지는 것 보다야 낫다는 판단에 의한 것이다. 예전에 학생들이 손등이 갈라지고 터지는 이유가 이런데서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불현 듯 들어간다. 자고로 원인 없는 결과는 없었을 터이니까. 장갑을끼고 손을 주머니에 넣고 다녀도 손은 꽁꽁 얼 정도의 추위라 보면 될 것이다.

 

   발쪽은 어떻는가? 지금처럼 신발이 신통치 않았던 시절이 갑자기 떠오른다. 고무신이 대세를 이루던 시절, 양말을 한 겹으로 신고 다니다 보면 발이 얼얼거려 다니지 못할 정도가 된다. 할 수 없이 두 겹 이상으로 껴 신고 다녔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털신에다 두툼한 양말만 신어도 어느 정도 감내는 할 수 있는 세상으로 온 것이다. 하지만 이것도 적당한 추위에 효과가 있는 것이지 더 추우면 여전히 힘든 것은 마찬가지인 것 같다. 털신 할아버지가 온다하여도 영하 20도 정도의 추위를 한 방에 막을 수 있는 방안은 없는 것 같다. 한 번 얼었던 발이 녹자면 한 참은 걸려야 함은 물론 실내에서도 신발을 신고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굴뚝같아 진다.

 

    바늘구멍으로 황소바람 들어온다 했던가. 우리가 사는 가옥에서도 조그마한 틈바구니에서 엄청난 바람이 들어오는데 우리 인체는 오죽하겠는가. 바람이 가장 많이 들락날락하는 부위가 발목과 목 부분이 아닐까 생각된다. 내복이라도 입으면 덜하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움직일 때마다 찬바람이 발목을 통하여 정강이로 스며들게 된다. 그렇다고 폼 안 나게 바짓가랑이를 양말 밑으로 밀어 넣을 수도 없는 문제이고 보면 이 또한 강추위에 인간이 겪어야 할 큰 애로사항이 아닐까 싶다. 목 부분은 요즘 잘 나오는 목도리나 폴라티 정도를 입으면 어느 정도 외풍은 막을 수 있으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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