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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길을 묻다 ㊼ - “그런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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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4 작성일 2016-08-23 16:40 댓글 0건 조회 1,07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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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화천군 하남면 거례리에 소재한 사랑나무입니다. 젊은이들이 와서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는 장소인데 오늘은 벤치가 텅 비어있습니다

오늘은 김윤기 선배님께서 올려주신

"The Power of Love”를 듣고 또 듣습니다. 한동안 잊고 지내왔던 이 노래를 듣는 순간 온 몸에 소름 같은 것이 돋아났지요. 아내와 연애시절 만나기만 하면 이 노래를 들으며 닭살 돋게도 손가락을 걸며 미래를 약속하던 그때가 자꾸 생각이 났기 때문입니다.  

눈에 콩꺼풀이 껴도 몇 겹이나 낀 듯 그녀를 만나러 가던 길이 마치 무지개를 탄 듯했던 시절, 내게 그녀는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 같기도 하고, 나를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난 사람 같기도 하고, 또한 나는 세상에 둘도 없는 당신의 여자라고 코 평수를 넓혀 말하던 한 여자, 하늘에서 별을 따다가 두 손에 반드시 쥐어주겠다고 뻥을 쳐도 그대로 믿던 순진무구했던 여자. 단칸 셋방에 엉덩이도 돌리지 못할 만큼 좁다란 연탄부엌, 조립식 옷장 하나를 덜렁 놓고도 해맑게 웃으며 우리 참 결혼하기 잘했다고 행복해 하고 만족 해 하던 여자  

그런데 말입니다.

아이 둘을 낳고, 가파르게 치솟으며 걷잡을 수없이 달라지는 세상을 따라잡으려고 세파에 시달리고, 아이들 공부시키랴, 신들린 듯 휘젓고 다니는 남편의 바람기 잡으랴 감시의 눈을 번뜩이는가 싶었는데 세월이 지나도 한참을 지난 어느 날 보니까? 이 천사는 속세에서 괴물이 되어있었습니다.

노랫말에 나오듯 솜사탕 같은 사랑의 속삭임요?

사소한 일에도 주도권을 잡으려고 귀청을 찢어낼 듯 짖어대는 잔소리에, 일본에는 황혼이혼이 트랜드라며 은근히 협박을 하는가 하면, 누구네는 집 등기를 공동으로 해놨더라고 투정(?)을 부리는 둥 괴물이 되어버린 이 여자.  

이제 곧 할머니가 될 괴물이 되어버린 이 여자는 손자가 태어나면 아마, 나에게 빈 가방을 쥐어주며 이렇게 말할 듯합니다.

밥하기 귀찮은데 어디 숨겨 놓은 여자 없수?”   

, 지난날의 꿈이여 낭만이여!

진즉, 이 찬밥이 되는 상황에 대비를 했어야 했는데... 좀 늦은 듯합니다.

그런데도 노래는 계속됩니다  

당신이 나에게 손을 뻗을 때마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거에요

Whenever you reach for me

I'll do all that I c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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