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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길을 묻다 51 – “이 부부가 사는 법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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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에이포 작성일 2016-09-23 22:15 댓글 3건 조회 93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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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명절을 마치기 무섭게 아내는 주섬주섬 가방을 싸기 시작했습니다.

친구들과 1112일의 거창한 일정으로 호주여행을 떠나기 위한 채비였지요  

잔뜩 벼르기만 했지 지난 수년간 해외여행 한번 못시켜줘 마음에 결려있었는데 극비리에 여행적금을 들었는지 친구들의 꼬임에 계를 부었는지 아내는 어느 날 자기네들끼리의 호주여행 계획을 통보하듯 건넸습니다. 순간, 군말 없이 좋지! 집 걱정 말고 얼른 다녀오쇼하고 아주 Cool 하게 말해줬습니다  

마음 한켠에는 어차피 떠날 여행, 아내의 여행에 대해 가타부타 깊숙이 개입을 하다가는 개입의 정도만큼 여행비를 대줘야 하기에 입을 닫아야 유리하다는 얄팍한 속셈과 마치 압박과 설움에서 해방된 민족이라도 될 듯 다만 인생에 열흘 남짓이라도 아내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계산도 작용했던 게 사실입니다. 그러고 보니 참 찌질한 남편입니다  

다만 얼마의 남편 된 도리로 터미널까지 아내의 키만큼이나 되는 캐리어를 실어다 주면서 여권관리를 잘하라고 일렀더니 아내 왈 내가 국제미아가 되면 당신은 장가도 한 번 더 갈 수 있고 잘된 일 아닌감?”하고 쏘아댑니다.
그렇게 된다면야 내 인생에 둘도 없는 절호의 기회이지만 그래도 명색이 남편이 새장가를 드는데 당신이 하객으로 참석해 축의금을 내줘야 하니 하는 말이네라고 응수를 해 줬습니다.  

거기서 마무리되는 듯 했는데 아내는 즉각 말꼬리를 뭅니다.

글쎄, 호주에서 만난 새남편이 가라고 할까?”

"그래도 보내달라고 말은 한 번 건네 봐야 되는 거 아냐?“

말속에 뼈가 있다고 우리부부의 대화는 매사 이렇습니다  

부부들의 이혼의 사유 1위가 서로 성격이 안 맞아서라고, 우리부부 역시 어떻게 잘 좀 살아보려고 해도 우리는 성격이 안 맞아도 너~~무 안 맞아라는 말을 지금껏 수 백번도 더하면서 아슬아슬하게 위기를 넘기며 삼십년을 넘게 한 지붕 밑에서 한솥밥 먹고 살아왔습니다  

아내를 기꺼이 배웅 한 다음 한정판이기는 하지만 자유인이 된다는 설레임으로 시작한 다음날, 그리고...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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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소리님의 댓글

바람소리 작성일

아내의 수발을 받으면 살아온 남자가 스스로 한끼를 챙긴다는게 어디 쉬운 일이던가.
하지만 인간의 적을력이 알마나 탁월한가
하루 이틀은 곤혹스럽다가 삼사일 지나면 극에 달하다가 일주일을 고비로 어느새 아내 없는 일상에
놀랍게도 익숙해진 자신을 발견하게 되지요.
열흘이 지나면 당신 없인 못살아 하던 마음은 어디로 사라지고 그리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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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단파파님의 댓글

어단파파 작성일

부부지간에 유머가 마르면 자칫 말싸움,
유머가 있으면 말잔치인데
참깨까지 뿌리는 이 말잔칫상이 풍성해
보입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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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포님의 댓글

에이포 작성일

ㅎㅎ 유머 아닌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