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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길을 묻다 ㊽ - “바닷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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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4 작성일 2016-09-01 11:25 댓글 0건 조회 1,27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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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오면서 설악(雪嶽)으로 부터 시작해 내장([內藏)으로 서서히 물들어오는 가을을 맞은 적이 있으나 하룻밤 사이 곤두박질치듯 하늘에서 뚝 떨어진 가을을 맞이하기는 이번이 처음인 듯싶습니다. 갑자기 20여도나 뚝 떨어진 기온을 적응하기 무리였는지 한 이틀 급성몸살(?)을 앓아야 했습니다  

앓이가 몸이 좀 나아지면서 폭염과 몰려드는 외지차량에 고립이 되어 휴가마저 변변하게 보내지 못한 일이 내내 아쉽고 억울해 도로사정이 좀 나아졌다는 뉴스를 접하기 무섭게 훌쩍 바다를 향해 무작정 엑셀레터를 밟습니다. 인생도 처음부터 작정하고 시작한 길은 아니었습니다  

TV에 비치던 바닷물을 다 삼켜버릴 듯 북적이던 피서인파가 무수한 발자욱만 남기고 떠나버린 가을바닷가, 여름을 이겨내느라 지쳐버린 몸과 마음을 알아주기라도 하듯 바다는 옥빛보다도 푸르고 하늘은 리허설 처럼 계절에 어울릴법한 멋진 구름을 연출해 줍니다  

한 계절을 놓치고 나면 다시 새로운 계절이 시작됩니다. 윤회설이라도 입증하려는 듯 끊임없이 이어지고 반복되는 계절과 세월의 흐름, 마치 밀려오는 파도와도 같다는 생각에 나는 이 바다를 늘 그리워합니다  

오늘은 오랫동안 못 만났던 정겨운 친구를 만나 초당순두부를 먹어야 하겠습니다. 잘 만들어진 초당 전통순두부는 경포 가을 바다위에 떠 있는 구름과 영락없이 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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