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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은 밤에 갈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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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규전 작성일 2017-09-17 16:34 댓글 0건 조회 66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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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밭은 밤에 갈아라.


   어떤 일을 하는데 최적의 타이밍이 따로 있다는 것이다
. 물을 마실 때 언제가 가장 좋으냐는 질문에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시원하게 생수 한잔 마시면 신체의 오장육부가 활성화된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목도 마르지 않는데 객없이 물을 마실 필요가 있을까 싶다. 물이 필요하면 신체가 알아서 갈증이라는 증상으로 시그널을 보내게 된다. 이때 마시는 물이 우리 몸에 들어가서 진정한 역할을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우리는 신체를 통하여 언제 어느 시점에 먹고 마시고 배설해야 하는 것을 뇌를 통하여 인식하고 그 결과 행동으로 옮기게 되는 것이다.

 

   바둑에서 수순이라는 것이 있다. 같은 바둑돌을 두어도 어떤 순서에 의해서 두느냐에 따라 그 바둑이 잘 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결국 어는점에 두긴 두는데 그 점을 두는 시점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바둑은 상대적인 관계로 나와 타인이 한 점씩 차례대로 두는 과정임으로 내가 수를 두는 순간 상대방은 내 수를 읽을 것이다. 이렇게 한 점 한 점 두는 과정이 수순이라 보면 될 것이다. 이 수순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좋은 결과를 얻기 어려운 것이 정설일 것이다.

 

   농경문화의 가장 기본은 시와 때를 알고 거기에 맞는 역할을 해야 하는 것쯤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일 것이다. 아무 때나 씨를 뿌린다 해서 풍성한 수확이 기다리는 것은 아니라본다. 요즘처럼 상업농을 추구하는 농법에서는 수확기가 언제냐에 따라 사업성의 유무가 갈라질 정도로 중요시 되고 있다. 원하는 시기에 수확을 하기 위해서 파종을 언제 해야 할 것인가를 추정하여야 할 것이다. 이것을 추정하기 위해서 기후적인 요건, 토양, 비료, 관수 등 여러 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다.

 

   농경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밭갈이가 아닐까 싶다. 과거 밭갈이를 하는 과정에서 꼭 찾아오는 새가 있었으니 이름하여 할미새였다. 밭을 갈면 땅 속에 있던 각종 애벌레나 지렁이가 나오게 되어 있는 것이다. 어디서 알고 왔는지 모르지만 밭갈이 때 마다 귀신처럼 찾아왔던 할미새가 새삼스럽게 느껴진다. 그 외에 다른 새들도 날아왔던 기억이 나긴 나는데 하도 오래전 장면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할 뿐이다.

 

   밭갈이도 아무 때나 하는 것은 아니었다고 본다. 축력을 이용했던 시절에 밭갈이가 가장 좋은 타이밍은 역시 겨울철에 바싹 얼었던 땅이 풀린 직후가 좋았다고 본다. 이때가 1년 중 토양이 가장 보슬보슬하고 다루기 좋았던 시점이 아닐까 싶다. 풀린 후 봄비라도 내려서 굳어지면 밭갈이가 그만큼 어려워질뿐더러 깊기 갈이를 할 수 없었기에 밭갈이 시점이 더더욱 중요하지 않았나 싶다. 지금은 트랙터라는 출중한 기계가 있음으로 땅이 질컥하지만 않으면 언제라도 농작업을 할 수 있는 세상으로 들어왔다고 본다.

 

   제목에 제시했듯이 밭은 언제 가는 것이 가장 좋을 것인가에 대한 이론은 분분하다고 본다. 우선 씨앗을 뿌리거나 모종을 옮겨심기 전에 밭갈이를 하는 것이 적기가 아닐까 싶다. 밭갈이의 시기도 해빙후 이내 실시할 필요성도 크게 느끼지 못할 것이다. 그야말로 물기만 적당하면 아무 때나 갈아도 큰 문제는 없으리라 본다.

 

   밭갈이의 시점에 따라 잡초의 발생빈도가 달라진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를 생각하여 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지금처럼 검은 비닐멀칭을 통하여 작물을 재배한다면 밭갈이 시점을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겠지만 나지에서 작물을 재배한다면 잡초가 큰 골칫거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제초제를 뿌리고 재배를 한다면 어느 정도의 잡초는 제어가 될 수 있음으로 큰 변수는 안 되리라 본다. 그렇지 않고 김매기를 통하여 잡초와 맞짱을 떠야할 입장이라면 하루 중 밭갈이 시점이 엄청 중요하다는 것이다.

 

   잡초의 종자는 대부분 호광성(好光性)을 띠고 있기 때문에 빛을 받는 순간 감응하여 발아태세를 갖추게 된다는 것이다. 땅속에서 발아하기 위하여 항상 준비를 하고 있던 잡초종자가 광을 보는 순간 발아를 할 수 있는 상태로 변한다는 것이다. 이것을 막기 위한 방법으로 고안해 낸 것 중 하나가 해 떨어진 다음 밭갈이를 하는 것이다. 밤에 밭을 갈면 잡초종자가 햇볕에 감응할 이유가 없는 관계로 발아태세로 전환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다음날 해가 뜬다하여도 밤새 종자가 건조하게 됨으로 발아태세가 주춤하게 된다는 것이다.

 

   혹시 텃밭을 가지고 계시는 분들이 있다면 잡초로 인하여 들어가는 소모되는 시간이 만만찮음을 느낄 것이다. 제초제를 치자니 친환경 농법이 울 것 같고 김을 매서 키우자니 손발이 분주하게 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미국이나 아르헨티나, 중국의 만주벌판 같이 광범위한 농장에서는 싫던 좋던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을 수 없다고 본다. 하지만 텃밭에 재배하는 작물을 위하여 제초제를 사용한다는 것은 인간과 자연이 공존한다는 측면에서는 잘 어울리지 않은 처사 같다. 그러다 보니 잡초와의 전쟁을 치르기 위해 손 발이 분주해 질 수 밖에 없는 구조로 변하게 된다.

 

   앞에서도 밝혔듯이 대부분의 잡초는 호광성종자인 관계로 땅속에 숨어 있던 잡초종자가 햇볕을 받는 순간 발아를 하게 된다. 그렇다면 잡초의 종자를 발아시키지 않을 방법을 강구할 수 있을 것이다. 잡초의 종자가 햇볕을 보지 않도록 하면 간단하게 처리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원리를 고안한 농법이 검은색 비닐멀칭인 것이다. 제아무리 강한 잡초라 하더라도, 아니 잡초밭이라 하더라도 검은 비닐 멀칭을 해 놓으면 비닐이 씌워진 부분은 찢어지지 않는 한 잡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같은 비닐이지만 투명한 것으로 씌워놓으면 귀신처럼 잡초가 발아하여 텃밭 주인을 괴롭힐 수 있으니 각별히 주의하여야 할 것이다. 투명비닐은 그야말로 프로 농민들이 특별한 이유에 의하여 사용하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나 잡초예방을 목적으로 는 사용하는 경우는 없으리라 본다.

 

   마지막으로 텃밭 재배에서 멀칭을 하지 않고 친환경적으로 자연스럽게 재배해 보고 싶은데 잡초가 왕성하게 올라와서 걱정인 경우 이런 방법도 권장해 보고 싶다. 잡초가 올라오는 것은 그 땅이 살아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잡초와의 전쟁에서 좀 더 쉽게 이기기 위한 방법으로 호미를 쓰지 않는 것을 권하고 싶다. 보통의 사람들은 잡초가 올라오는 대로 호미로 박박 긁어내는 경우가 있는데 딱히 할 일이 없다면 재미삼아 긁어 주면서 잡초와의 전쟁을 즐길 수 도 있을 것이다. 잡초 종자는 햇볕을 쬐어야만 발아할 수 있는 동력을 얻는다 했다. 그렇다면 땅 속에 있는 잡초 종자가 노출되지 않도록 관리를 해 주면 발아 자체가 잘 안될 것이다. 땅을 파뒹기지 말고 잡초만 살짝살짝 뽑아내면 신기할 정도로 잡초의 발생이 줄어드는 모습을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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