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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길을 묻다 90- '편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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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에이포
작성일 2017-12-03 17:27
댓글 1건
조회 1,02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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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기대는 했지만 성급히 첫눈이 내리고,
첫눈이 내리기 전에 스스로를 미처 떨궈내지 못한 단풍나무 붉은 잎들이 하얀 순수, 그 위에 떨어져 눕습니다.
계절의 변화를 실감하는 순간입니다.
핸드폰으로 사진 몇 장을 찍어 갈무리를 한 후, 카카오 톡을 열어 친구에게 짧은 편지 한통을 써서 방금 찍은 따끈따끈한 사진 한 장을 얹어 보냅니다.
『 친구.
나는 가끔씩 자네 생각을 하는데
자네는 가끔씩 내 생각을 하는가?
첫눈 내린 저녁, 첫눈 위에 뚝뚝 떨어진 붉은 단풍나무 잎을 바라보며
창가에서 마시는 커피 잔 안에 자네 모습이 어려
차마 마시지도 못한 채 식어버렸다네.
그나마 그 진한 향기는 남아
자네 생각을 더 길게 할 수 있었던 오늘 하루는 그렇게 저물어 가고
달랑 달력 한 장을 남기고서도 우리는 먼 길을 돌아 서로 떨어져 있으면서 이렇게 그리워만 하고 있구만.
언제 만나 막걸리 잔을 기울리면서 우리 살아온 날들을 얘기하게 될까?
그립네 친구.
이제는 돈도 명예도 새끼들에 대한 기대도 내려놓고
무조건 건강만 하게.
그래야 언제라도 우리 삶의 소풍길에서 다시 만날 수 있으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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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김윤기님의 댓글
김윤기 작성일
나이들면 더더욱 절실해 지는 것이 건강이지요
하얀 초설 위에 떨어지 붉은 단풍이 기묘한 앙상블을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