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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 잘 둔 후손은 명절 때 비행기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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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규전 작성일 2017-10-03 22:14 댓글 0건 조회 87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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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상 잘 둔 후손은 명절 때 비행기 탄다.


   옛 말에 등굽은 나무가 선산 지킨다 했겠다
. 예나 지금이나 날씬하게 큰 나무는 재목으로 잘려 나가고 그렇지 않은 나무는 남아서 산을 지키는 식으로 이어져 왔다고 본다. 등이 굽음으로서 재목의 가치가 상실되고 그 덕분에 잘리지 않고 계속 남아 있으면서 산을 지키게 된다는 것이다. 오히려 등이 굽음으로서 관상의 가치가 더 높아서 잘리지 않고 남아 있을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인간의 세상에서도 잘난 사람은 한양으로 가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시골을 지키면서 살아가는 형국이 아닐까 싶다.

 

   우리는 설과 추석을 가장 큰 명절로 쇠고 있다. 설은 1년을 시작하는 의미에서, 추석은 수확의 기쁨을 조상들과 함께 나눈다는 의미를 가진다고 보면 될 것이다. 과거에 이런 명절은 그야말로 집안의 잔치나 마찬가지일 정도로 일가가 모여서 명절의 의미를 같이 새기면서 친족 간의 관계를 돈독히 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본다. 이 대열에서 빠지면 그 집안에서 사람구실을 제대로 못하는 사람으로 낙인이 찍힐 정도였던 관계로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참석하는 것이 일반화 되었다고 보면 될 것이다.

 

   그러던 것인 어느 날부터인가 콘도에서 명절을 쇤다는 이야기가 슬슬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차례 상은 콘도에서 마련해 주는 것을 가지고 조상들에게 예만 갖추면 되는 식으로 치렀던 것이다. 당시에 그런 기사에 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전통 문화가 변질이 되었다고 탄식을 한 사람들도 꽤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어찌 보면 몇 천 년 동안 고리타분한 방식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변화를 먼저 꾀했을 뿐인데 선구자적인 행동으로 인하여 지탄의 대상이 되었던 것도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누가 대 놓고 콘도에서 명절을 쇠었다고 이야기를 하지 않은 한 그런 처사를 보인 사람들에게 막연하게 힐난을 보냈을 뿐이라 생각된다.

 

   이제는 국내에서 명절을 쇠는 것을 마다하고 해외로 나가는 경우가 부쩍 많아졌다고 한다. 이번 명절은 공식적으로 10여일을 쉬게끔 되어 있는지라 조금만 여력이 있는 경우 한국을 떠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명절에 한국을 떠나는 장면이 뉴스를 통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장면을 보면서 우리 스스로가 어떤 생각이 드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자. 명절의 시점에 해외로 떠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경제적 정신적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국내에서 고향을 찾아 도로에서 몇 시간씩 허비하면서 고생을 하고 있는 반면 어떤 사람은 비행기에 올라 앉아 기내식을 즐기고 있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 남아 조상에게 제를 지내기 위하여 밤을 까고 송편을 빚고 산적을 만드는 것이 조상을 위하는 길인지 아니면 비행기에 올라앉아 해외로 가는 것이 조상을 위하는 길인지 판단이 필요한 시점에 온 것이다. 물론 명절기간에 해외로 나가는 것이 나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조상신을 모시는 우리나라에서 그들에게 열심히 공들여 음식을 차려드리는 것이 제대로 된 사고방식인지 아니면 해외로 나가는 것이 정상적인 방식인지 헤깔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두고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고 한다. 조상을 잘 둔 후예는 해외로 나가고 조상을 잘 못 둔 후예는 남아서 조상에게 올릴 제상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국내에 남아서 지지고 볶는 사람들은 조상의 은덕을 덜 입은 경우이고 미련 없이 해외로 날아가는 사람들은 조상을 잘 둔 경우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굳이 조상신에게 온갖 정성을 다 드려 제상을 올릴 이유를 느끼지 못할 것이다. 조상에게 차례를 지내주는 후예들에게는 마치 등굽은 나무가 선산 지키듯 늘상 국내에서 지지고 볶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는 해외로 휴가차 떠나게 되는데 굳이 조상신에게 충성(?)을 다 할 이유가 있을는지에 대하여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그래도 조상신에 대한 신뢰는 누구보다 강한 것이 우리 한민족이 아닐까 싶다.

 

   조상신에게 그야말로 충성을 다 한 후예들에게는 그만큼의 복이 내려와야 서로 밸런스가 맞지 않을까 생각된다. 신에게 제를 올리면 그에 대한 대가가 내려올 때 그 신에 대한 신뢰가 올라가는 것이 아닐까 싶다. 어떤 사람은 진짜 조상을 위하여 혼신의 힘을 다 바쳤는데 그에 대한 상응한 대가가 없다고 느꼈을 시 어디 가서 하소연을 할 것인가. 명절 기간에는 조상신을 대상으로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우리 믿는 신에게 이런 유형의 하소연을 할 수 도 있을 것이다. 인간이 신에게 온갖 정성을 다 드려 간청을 하면 신도 인간에게 조그만 한 것이라도 보답을 하는 아름다운 관계가 형성되었을 때 쌍방 간에 신뢰성은 더 돈독해지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렇다고 조상신과 무슨 흥정을 하자는 이야기는 아니니까 너무 염려할 필요성은 없을 것 같다.

 

   우리가 조상신을 모시는 이유는 무엇이겠는가? 일종의 기복신앙도 크게 작용을 하리라 본다. 조상이 종교는 아니지만 유교사상을 바탕으로 한 우리 전통사회에서 조상은 거의 신적인 존재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기에 조상의 기일이나 탄생일에 제를 올리는 경우가 많이 남아 있다고 본다. 조상을 통하여 현재를 평안하게 하고 미래를 보장 받겠다는 일종의 보상심리도 작용을 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주는 것이 있으면 받는 것이 있어야 하는 것이 인간이 가지는 속성이라 본다. 오로지 주는 경우도 오직 받는 경우도 인간사에서 존재하기 힘든 것이다. 우리가 조상신을 모시면 그 대가가 와야 한다는 신념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일 것이다. 조상신을 아무리 위해도 집안에 우환만 발생된다면 조상신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수 도 있다는 것이다. 잘되면 내 탓이고 잘 안되면 조사 탓이라 했거늘 매사가 어떻게 흘러가느냐에 대한 책임의 소재를 추궁하는 과정에 반드시 등장하는 것이 조상이고 보면 조상의 위상이 가히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가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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