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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위에서 길을 묻다 ⑪ - J 선배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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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선배.
겨울의 초입입니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늘 그랬습니다만, 누구라도 달랑 한 장 남은 카렌다를 보면서 한해를 돌아보게 됩니다.
기쁜 일도 많았고 그 만큼의 슬픈 일도 있었습니다. 아이를 장가보내면서 얻은 며느리로 인해 딸 없었던 아쉬움을 일거에 보상받기도 했으며, 이산가족들처럼 수십년 간 소식이 끊겼던 친구와의 드라마 같은 만남도 있었습니다.
미우나 고우나 평생을 함께 하리라던 친구를 먼저 저세상으로 보내야 했던 슬픔으로 한동안 헤어나지 못한 적도 있었지요. 카네기의 말처럼 어쩌면 우리는 1년 후면 다 잊어버릴 슬픔을 간직하느라고 무엇보다도 소중한 시간을 버린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만 이따금씩 그를 추억했던 일들이 결코 낭비는 아니었을 것입니다.
다만 그의 말처럼 소심하게 굴기엔 인생은 너무도 짧습니다. 더러 내려놓고, 더러 비우고, 더러 물처럼 바람처럼 살리라고 다짐을 해보지만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세상은 우리를 그냥 내버려두지 않더군요. 온갖 유혹에 자신을 가누지 못하고 흐트러진 모습으로 한해를 보낸 것은 아닌지 후회스러운 순간들도 겹쳐옵니다.
“인생은 실로 간단하지만 우리 스스로가 복잡하게 만들어 버린다.“는 말이 있습니다. 문명이 발달하면 할수록 세상사가 간단치 않고 복잡해져만 갑니다. 그 번잡함과 번뇌에서 벗어나려고 해도 벗어나지지 않고, 그것들과 한바탕 치고 받고 싸우지만 결과는 늘 지는 게임이라는 느낌으로 살게 됩니다.
노자의 가르침처럼 시시각각으로 다가서는 인생과 싸우지 말고 無爲自然, 순리에 따르는 것이 현명한 처신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새해는 주변을 정리 정돈하고 하고 좀 더 단순하고 명쾌하게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해 봅니다. 이제는 그래도 될 나이가 된 모양입니다.
J 선배.
학창시절에 한창 유행했던 비틀즈의 “Let it Be” 의 노랫말을 다시 음미해 봅니다.
“내가 근심의 시기에 처해 있을 때, 어머니께서 다가와 지혜의 말씀을 해주셨어요. 순리대로 살라고...”
웃기게도 동서양을 떠나 기원전의 노자와 20세기의 비틀즈는 같은 급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노래를 들으며 길 위에서 인사를 드립니다.
“올 한해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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