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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시절의 등굣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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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시절의 등굣길-,
남천교(南川橋)를 지나 제방 둑길을 걷다 보면
울창하고 우람한 포풀러 나무 숲길이 있었다.
우리는 그곳을 밀림 다방이라 불렀다.
이랠리(지금의 교동택지)에서 자취하던 시절
남보다 일찍 시내 골목을 이리저리 빗겨
그 밀림 다방에 도착해도 거의 다른 사람은 잘
띄지 않는 이른 시각 이이였다.
거기만 가면 난 단어장을 한 손에 들고 콩나물
머리를 하곤 하였다.
그때는 공부 깨나 하는 사람이거나 멋스러워 보일
유행하는 학생들의 스타일이었다.
그런데 사실은 엉뚱한 속셈이었던 것.
그 시간 그곳에만 가면 영락없이 나타나는 여학생
누구 하면 우리끼리 다 알만한 그 여학생을
꼭 그곳에서 마주치는 행복(?) 감이었다.
난 콩나물 머리로, 그 친구는 가까이 와서는 고개를
꼭 오른쪽으로만 돌리고 스쳐 지나갔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그곳에서 그 여학생과 꼬박
1년 동안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한 채...
지금 그 친구 어디서 무얼 할까? 문득 보고 싶다.
「만나서 뭘?...」
..............__________.........._______.............
이 얼간이 멍청이 주책바가지의 늙은이가 되었다.
물론 그때 그곳에서 외운 단어는 하나도
기억 못한다.^^ㅎ
댓글목록
에이포님의 댓글
에이포 작성일
포플러가 늘어서 있던 밀림다방 풍경이 한눈에 그려집니다.
고아원의 목가적인 분위기와 어울려 한폭 그림이었지요.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이제 만나러 갑니다' 그거 한편 찍었으면 합니다.
김남철님의 댓글
김남철 작성일
광재 다리 건너 쳔방둑 미류나무 거리 ...
그곳을 밀림다방이라 하셨다고요?
그곳에서 매일 스쳐지나간 그 여자 아이 ...
말 한 마디 건네지 못했다고요?
열심히 외운 단어 다 잊어버린 이즈음에
문득 궁금한 것은 그 여자 아이의 막연한 근황이네요.
(시의원을 역임한 48회 K모씨는 제방둑 미류나무 여인과 결혼했다는 미담도 있습니다.)
어단파파님의 추억담이 감동적이었습니다.
감축드립니다.ㅎ
어단파파님의 댓글
어단파파 작성일
친애하는 두 후배님들이 주책바가지 긁는 소리에도
귀 기울여 주시니 덜 쑥스럽습니다.
오늘 그 길을 지나다 문득 생각이 났습니다.
대서비 없이 남의 연애편지 무던히도 대필해 줬는데
난 왜 내 편지 한 장 그녀의 책가방에 꽂지 못했는지..
그랬으면 오늘 이 글을 쓸 수가 없었겠지요?ㅎ
김석연2님의 댓글
김석연2 작성일
그 여학생도 보고싶을 겁니다
만나서 무얼 하는것 보다 한번 만나봤으면 하는 바램은
누구에게나 있는 정 아닐까요?
김석연2님의 댓글
김석연2 작성일
기차통학할때 역전에서 학교 가는길은 하나 뿐이었습니다
강릉여고 왼쪽담을 지나 제방뚝을 넘고 돌다리를 건너는 길이었지요
왜 하필 여학교 담을 지나게 길이 났던지?
까까머리 멋대가리 없는 학생은 꼭 고개를 돌려 학교안을 두리번 거리곤 지나갔죠
뭘 어떻게 할려고? ㅎㅎㅎ
김윤기님의 댓글
김윤기 작성일
여고생 서너명 지나가면 그중에 제일 못난 여잘 지목하여 "재는 내꺼!" 소리치고 낄낄대던
미소년들이었는데 --- 세월이 야속하기만 하네요
봄이오면 사과꽃 복사꽃 흐드리던 포푸라마지 길 과수원집 딸래미 근황도 몹시 궁금하구요
유난히 억실억실한 눈썹을 가진 그때 그 여학생은 어떤 서방 만나 어떻게 사는지? ㅎㅎ
어단파파님의 댓글
어단파파 작성일
졸업 20년쯤, 그때 우리 친구 최홍순이 쓴 책의
제목이 "매 맞을 소리"였습니다.
글 쓰면서 늘 매 맞을 소리 아닌가 생각하게 됩니다.
"동문 문화예술" 란이 이래서 좋군요.
순정(純情) 남(男)의 아킬레스를 조금 건드렸더니
우르르 축복입니다 그려.
감사합니다. ㅋㅎ
김석연2님의 댓글의 댓글
김석연2 작성일
원 글이 좋으니 토 달기가 쉬운게 아닌지요?
자주 흥미진진한 글 올려 주세요
댓글은 열번이라도 달수 있습니다,선배님 ㅎㅎ
조규전님의 댓글
조규전 작성일
최근 모 처에서 ‘클래식’이란 영화를 봤습니다.
사랑이 부모로부터 자식까지 이어지는 운명의 장난 보다 더 심한 스토리로 엮어진 영화였습니다.
그야말로 고등학교학창 시절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영화였는데
웬지 쑥스럽고 촌스럽고 계면쩍은 장면들이 많이 나오는 것을 봤습니다.
지나간 날이 점점 더 아름다워 진다는 것은 나이를 먹어 간다는 증좌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지난날 추억이 없는 것 보다야 있는 것이 더 아름다운 인생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