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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길을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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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규전 작성일 2019-04-25 08:54 댓글 0건 조회 60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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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길을 걷다.

 

어제 아침 모처럼 꽃길을 걸었다.

요 며칠 새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더니 간밤에 비마저 살짝 내렸다.

따뜻한 봄 날씨와 비로 인해서 화창하게 피었던 목련, 개나리, 벚꽃 잎들이 견디지 못하고 떨어지고 있었다.

 

누가 나의 앞길에 꽃잎을 뿌려줄 리 없지만 자연은 시와 때에 따라 꽃잎도 뿌려주고 낙엽도 밟을 수 있도록 배려를 해 준다.

봄비가 봄 처녀 발자국마냥 사뿐사뿐 내리는 이른 아침 산책길은 보통의 날과는 판이한 느낌이 다가온다.

그냥 산책이 아니라 자연과 호흡하고 있다는 느낌이 물씬 풍긴다는 것이다.

 

아주 오래 전 어느 총각 시절에 경상북도 김천에 간 적이 있었다.

그날 아침 일찍 봄비 내리는 김천 직지사 길을 걷고 있었다.

지금은 어떻게 변했는지 모르지만 당시에 양쪽에 노란 개나리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던 기억이 난다.

봄비와 함께 안개 비스름한 것이 산허리를 감고 있는 모습에서 이 세상에 맛 볼 수 없는 새로운 세계를 본 듯 한 느낌을 받았다.

얼마나 강한 인상을 받았는지 개나리가 필 때 쯤이면 영락없이 김천 직지사가 생각나곤 한다.

 

산책로에 펼쳐지는 풍광은 당시 직지사보다는 덜 했지만 주변에 보여지는 모든 군상들은 여느 때 보다 예사롭지 않게 다가온다.

봄의 생동감이 여기저기서 샘 솟아나는 것을 봄비가 더 재촉한다는 느낌이 들 정도이다.

이번 봄비가 그치고 나면 대지에는 봄기운이 한층 더 기세를 올리리라 본다.

 

봄에 느낄 수 있는 분위기를 가을에 느끼고자 한다면 뭔가 아귀가 잘 안맞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봄의 맛은 봄에 보아야 제 맛이 나는 법인 것이다.

지난겨울 추위와 사투를 하면서 얻은 봄날은 그 어느 봄 보다 훨씬 더 감미롭고 가슴 설레게 다가왔으리라 본다.

우리가 어떻게 느끼냐가 남았을 뿐이다.

 

빗방울과 함께 떨어지는 꽃잎을 밟고 걸어 보니 예전에 미처 느끼지 못했던 감정이 새록새록 솟아난다.

김소월 시인의 진달래꽃이 저절로 떠오를 정도이다.

물론 그런 싯귀를 만들어 낼 쥐변머리는 안되지만 그 주변에 맴돌 정도의 언어표현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스스로 반성을 해 본다.

 

자연이 만들어 준 꽃길을 걸어 보니 느낌은 그럴싸하였다.

많은 인간들이 생각하는 꽃길은 누군가 나를 위해서 인위적으로 조성해 준 꽃길을 연상할 것이다.

물론 그런 길을 가면서 살아갈 수 있다면 이 또한 얼마나 좋겠는가 만은 현실은 녹녹치 않을 것이다.

 

꽃길을 걸으면서 한켠으로는 가시밭길이 머릿속을 휘젓고 들어온다.

세상사에는 꽃길이 있으면 당연히 반대급부에는 가시밭길이 존재하리라 본다.

꽃길만 있고 가시밭길이 없다면 꽃길의 의미는 퇴색할 수 밖에 없겠지만 그 꽃길을 더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가시밭길이야말로 일류급 조연자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어제 아침 잠시나마 걸었던 꽃 길

비록 자연이 내려준 선물이긴 하지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 준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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