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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위에서 길을 묻다 56- '광화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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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에이포 작성일 2016-12-27 17:25 댓글 3건 조회 96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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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아버지는 양봉을 치셨습니다. 해서 몸 어디에라도 상처가 났거나 고름이 잡히며 벌을 치면서 부산물로 생긴 밀납으로 만들어진 양초에 불을 붙여 거기서 흘러내린 촛농으로 지져서 그 상처를 소독하거나 속히 회복되도록 해 주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인공적 파라핀으로 만든 촛농에 비해 꿀벌이 만들어 낸 밀납은 훨씬 열이 강해 촛농처럼 눈물을 뚝뚝 흘리며 그것만이 최상의 처방인양 특유의 고된 치료를 받곤 했지요  

라틴어 낱말 "candere"는 빛이 어른거린다는 것을 뜻합니다. 석유를 태워 불을 밝히는 호롱불과 전기가 들어오기 이전, 촛불은 우리 일상에 매우 유용한 어둠을 물리치는 수단이었습니다.  

그 촛불이 지금 수백만 시민들의 손에 들려 암울한 대한민국의 상처받은 민주주의를 치유해 나가고 있습니다. 보는 시각과 정치적 이념에 따라서는 태극기를 든 군중 쪽에 힘을 실어주는 시민들도 많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 역시 존중되어야 합니다  

보수와 진보는 서로 적인 듯 하지만 상생하는 것입니다. 한나라에 보수만이 존재해서도 안 되지만 진보만 진을 쳐서도 안 됩니다. 보수와 진보는 앞에서 끌고 뒤에서 당기며 따로 함께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다만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그 행위의 진실성 여부와 극단적인 진영 논리로 전개되는 일입니다. 이것은 좌우의 문제가 아니라 옳고 그름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촛불은 잘못된 정권의 불의에 항거하고 대한민국 상처받은 민주주의를 치유하기 위한 희망의 아이콘입니다. 태극기는 누구보다도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애국의 아이콘입니다. 세계의 모든 언론들이 경이적인 눈으로 바라보는 한국의 광장 민주주의는 보다 공정하고 정의로우며 투명한 대한민국의 미래를 향한 시민들의 애씀입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부끄러운 내가 되지 않기 위한, 보다 살만한 가치가 있는 나라를 후손에게 물려주기 위한 몸부림입니다  

나는 비록 오늘 삭풍이 부는 광화문 거리에서 주말을 반납한 보통의 시민들과 함께 탄핵을 촉구하고 새로운 모습의 대한민국을 기원하는 촛불을 들고 서 있었지만 태극기의 소중함을 압니다. 그런데 당부하건데 제발 시위 끝나면 그 태극기, 거리 귀퉁이에 쓰레기통에 함부로 쳐 박지 말아주기를 바랍니다. 그럴려면 차라리 촛불을 들던가...   

나는 내가 광화문에서 들었던 촛불을 역사의 증거물로 손수건에 싸서 소중히 주머니에 넣고 마지막 열차에 몸을 실었습니다.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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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단파파님의 댓글

어단파파 작성일

오셨군요.
반갑습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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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금식님의 댓글

함금식 작성일

그렇습니다.
양자가 다 보다 낳은 한국의 민주사회를 건설하기위한 시민의 권리를 행사 하는것은
바람직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정치적인 이념에 반하여 다른 정치 사상을  추구하기위한
기회로 쓰려는 선동적인 점이 문제가 되는것 같네요.
헌법적인 판결로 양팀이 합법적인 타결이 이룩되어
동문께서 보이시는것처럼 태극기를 함께 휘드르게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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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포님의 댓글

에이포 작성일

그동안 안녕하셨습니까?
짧은 시간이었지만 먼길을 돌아 다시 돌아왔습니다.
반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요즈음 독감이 유행한다고 합니다. 늘 건강 유의하시기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