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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의 순두부아이스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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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규전 작성일 2019-01-27 18:02 댓글 0건 조회 68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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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비의 순두부아이스크림

일전에 모 종편 방송에서 강릉 맛 집 순회코스 프로그램이 방영되었다.

초당에서 시작하여 횡계까지 가는 코스였는데 우리 지역이 나옴으로서 유심히 보게 되었다.

초당은 순두부로 이미 알려진 바였기에 그렇거니 하면서 보았는데 이제 순두부도 옛날처럼 그냥 순두부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독특하게 진화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순두부의 변신, 과연 이게 원조 순두부의 고유 영역을 훼손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간다.

 

초당순두부는 강릉 음식의 대표성을 띈다 하여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그 지역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음식이 있다는 것은 그 지역 음식문화가 발달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 본다.

강릉에는 순두부 말고도 많은 음식이 있지만 오늘은 순두부를 원류로 해서 언급하고자 한다.

 

필자에게 순두부와 관련된 추억이 하나 있다.

20 수년 전에 전라도 친구가 모처럼 나를 찾아 왔다.

전날 거나하게 술을 마신 터에 아침에 해장을 해 줄 겸 초당으로 내려갔다.

당시에 순수한 순두부 메뉴로 해장을 시켜 주었다.

그 친구가 다 먹고 난 다음 한다는 이야기가

, 이게 음식이냐, 환자식이지.” 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기껏 맛있게 먹고 한다는 이야기가 고작 환자식이라, 괘씸머리 스럽긴 하였지만 내가 생각해도 환자식에서 크게 벗어난 것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어갔다.

그만큼 담백했던 시절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던 순두부가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타 지방에서는 순두부라는 것이 연두부 비슷하게 일자형 봉다리에 넣어서 파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초당 순두부와는 개념 자체가 다른 것이라 본다.

초당 순두부가 더 유명해진 것은 강문 앞바다에 바닷물을 가지고 두부를 엉기게 만들었다는 설에 의한 것도 한 몫 했으리라 본다.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간수를 쓰는 것이 아니라 천연물질인 바닷물을 쓴다는 데서 특별함이 더 묻어났던 것이다.

그 명성이 지금까지 이어오면서 강릉의 명물 음식으로 자리잡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짬봉순두부가 혜성처럼 나타나게 된다.

처음 고안했던 집은 당시에도 대박이 났는데 지금도 대박행진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주말에는 줄을 서지 않고는 얻어먹을 수도 없는 맛 집 중에 맛 집으로 명성을 날리고 있다고 한다.

 

그러던 것이 한 술 더 떠 이제는 순두부 아이스크림이 혜성 할아버지처럼 나타난 것이다.

세상에 순두부 요리는 다양하게 분화될 수 있다고 하지만 그것을 가지고 아이스크림을 만든다는 것은 대단한 발상의 전환이 아니라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하다는 것이다.

보통은 순두부라 하면 거기에다 어떤 부수적 재료를 넣어 요리 정도에서 생각이 머물렀을 터인데 그 영역을 뛰어 넘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하다고 밖에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모처럼 시간이 나기에 드라이브도 할 겸 그쪽으로 갔다.

초당동사무소 옆이라고 찍혀 있기에 단숨에 그쪽으로 차를 몰았다.

그 동네에 들어서는 순간 좁은 도로와 주변 식당 공간에는 차량이 뒤 얽히다 시피 하여 옴짝달싹을 할 수 없었다.

겨우 식당 한 켠에 차를 세워놓고 순두부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파는 곳으로 갔는데 그 곳에서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것을 사 먹기 위하여 구불구불 줄을 섰는데 그 것 하나 얻어먹자면 최소한 30분은 기다려야 할 정도로 보였다.

여우와 신포도식으로 그 아이스크림이 맛있어 봐야 얼마나 맛있겠냐는 푸념을 하면서 발걸음을 돌렸다.

평일 날 조용할 때 와서 맛을 보겠노라는 다짐을 하면서 다른 마트로 가서 인절미 아이스크림으로 때우고 말았다.

 

발상의 전환을 특이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라 본다.

남들이 하고 난 다음 보면 별 것도 아닌데 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마치 콜롬부스의 달걀이나 고르디우스 매듭처럼 알고 나면 아무 것도 아닌 것같이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생각의 영역을 기발하게 바꿀 수 있는 유연한 사고방식을 가진 것도 하나의 재산이라 본다.

필자도 순두부아이스크림을 보면서 순두부에다 무엇을 넣어서 새로운 제품을 만들 것인가에 대해서 잠시 생각해 보는 과정도 가졌다.

실제 필자와 순두부와는 큰 관련이 없기에 쓸데없는 생각인지도 모르고, 남의 세계에 기웃기웃 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에서 더 이상의 상상은 접기로 했다.

단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발상의 전환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큰 교훈 하나는 얻고 온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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