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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 100일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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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 100일째
백수를 한자로 표현하면 ‘白手’로 표기된다.
굳이 해석해 본다면 사전적으로 이렇게 나온다.
“한 푼도 없는 처지에 특별히 하는 일이 없이 빈둥거리는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
한자로 보면 흰 백에 손 수자로 손이 비어 있다는 개념도 들어 있다는 것이다.
손에 아무 것도 없다는 뜻으로 할 일 없다는 개념으로 쓰인 용어가 아닐까 싶다.
백수가 할 일 없는 사람으로 일컬어질 수 있는데 이를 뒤집어 보면 휴식으로 시간을
보내는 사람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백수가 과로사 한다는 이야기는 있지만 굶어 죽었다는 이야기는 흔치않다.
백수가 일 없다는 말은 틀린 말이고 한 푼 없는 처지라는 사전적 의미도 맞지 않는다고 본다.
백수를 한마디로 어떤 사람이라고 말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저도 백수의 세계로 들어선지 이제 100일이 되고 있습니다.
특정한 일을 장시간 하다가 그 세계에서 벗어나면서 백수의 탈을 뒤집어쓰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백수의 세계를 맛보지 못했던 참이라 어떤 굴레에서 벗어났다는 의미에서 홀가
분하기도 하였습니다.
얽히고설킨 직장세계에서 벗어남으로 책임과 의무도 동시에 벗어나다 보니 그 굴레의
무게가 엄청났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어깨를 무겁게 누르던 족쇄를 벗어 던지면 모든 것이 홀가분하게 펼쳐질 줄 알았습니다.
요는 몇 십 년 동안 뒤집어썼던 굴레가 벗어졌다는 것 자체가 더 어색하게 다가왔습니다.
자유가 주어졌는데도 불구하고 과거에 얽매었던 시절이 워낙 길었기에 그 상황이 몸에
체질화 되었던 것입니다.
틀에 박힌 직업에서 탈출하였는데도 불구하고 그 울타리를 단 시간에 벗어나기가 용이치
않다는 이야기죠.
백수 100일째가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무엇을 어떻게 하면서 살아야 할는지가 정리가
안 된다는 것입니다.
특정한 일이 있으면 그 속에서 지지고 볶으면 되지만 백수가 되고 난 다음부터 내 자신이
지지고 볶을 세계를 만들어 가야하는데 그게 잘 안 된다는 것입니다.
해서 특정 세계에서 몸 담았다가 자의든 타의든 그 세계를 벗어났을 때를 생각해서
준비하라는 이야기는 무수히 들었었습니다.
하지만 현직에 있을 때엔 그런 이야기가 귀에만 들어왔지 머리나 가슴까지 도달하지
못했었습니다.
막상 백수의 세계에 빠져보니까 준비를 제대로 안 한 과거가 후회로 다가왔다는 것입니다.
특히 정신적인 준비가 거의 안 된 상황에서 백수라는 간판을 뒤집어 써보니 심적으로
적응하기가 여간 힘들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걸 달래기 위하여 많은 사람은 여행을 간다거나 취미생활을 하거나 소득창출, 전원생활,
종교입문, 봉사활동, 손주보기, 자기계발 같은 일 쪽으로 가게 될 것입니다.
빈손이지만 그 빈손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찾으면 백수의 허전함이나 허망함을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백수에서 벗어나려면 손에 뭔가 쥐어 주면 될 것 같습니다.
물론 손에 뭔가를 쥐자면 반드시 건강이라는 전제조건이 따라줘야 할 것입니다.
현직도 언젠가는 끝나게 돼 있습니다.
그 끝을 생각해서 건강관리를 잘 해 두어야지만 백수가 되었을 때 하고 싶은 일을
좀 더 원활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죠.
백수의 정의가 할 일이 없는 것인 만큼 그 세계에서 안주하고 싶다면 별다른 일을
하지 않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일을 하지 않고 입에 풀칠 할 수 만 있다면 그도 그럭저럭 봐 줄만 할 것 같습니다.
현직에서 뼈 빠지게 일 한 만큼 은퇴를 하고 자유 시간을 좀 가지는 것에 대하여
긍정적인 사람에게는 축복인지도 모릅니다.
같은 백수지만 자신의 처지가 어떤가에 따라서 그 세계는 딴판으로 보여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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