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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밤(雪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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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윤기
작성일 2018-11-30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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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야
김광균
(1914~1993 경기도 개성 출생)
어느 머언 곳의 그리운 소식이기에
이 한밤 소리 없이 흩날리느뇨
처마 끝에 호롱불 야위어 가며
서글픈 옛 자취인 양 흰눈이 내려
하이얀 입김 절로 가슴이 메어
마음 허공에 등불을 켜고
내 홀로 밤 깊어 뜰에 내리면
머언 곳에 女人의 옷 벗는 소리
희미한 눈발
이는 어느 잃어진 추억의 조각이기에
싸늘한 추회(追悔) 이리 가쁘게 설레이느뇨.
한줄기 빛도 향기도 없이
호올로 차단한 의상을 하고
흰눈은 내려 내려서 쌓여
내 슬픔 그 위에 고이 서리다.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 중 보리수
디아스포라(Diaspora)
누구에게나 자신의 생애를 묻어두고 영원히 잠들어도 좋을
마음의 고향이 있을 거다
"모교 - 우리들의 영원한 마음의 고향"
이러한 믿음이 소리 없이 무너지듯 마음이 아프다
문득 낮설게만 느껴지는 고향이라면
동문회라면
동홈이라면
나는 이미 고향을 잃어버린 디아스포라다
마치 설야에 길을 나선 나그네처럼
입암뜰의 토박이보다
혈통도 국적도 무시해버린
자유로운 디아스포라가 되고 싶다.
차라리
인간의 혈통을 던져 버리고 금수의 피로 수혈하여
무엇이든 물어 뜯을 수 있는 금수(禽獸)가 되고 싶다
타인의 살점을 뜯어 먹어야 연명할 수 있고
타인의 심정을 찟어 먹어야 쾌감을 느끼는
짐승보다 못한 짐승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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