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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길을 묻다 ㉝ - 호기심에 대한 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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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生.
한낮에 세상에 태어났지만 사방이 깜깜했습니다. 산모 바람단속 하느라 한여름의 무더위에도 문마다 모두 담요를 둘러쳤기 때문이었습니다.
어머니의 뱃속을 나와 새로운 세상을 만난 나는 너무도 신이 나서 야호! 하고 크게 소리를 내질렀는데 출산을 지켜보는 가족들에게는 울음소리로 들렸다 하더군요.
귀를 쫑긋 하자 어디선가 졸졸졸 흐르는 시냇물 소리가 들렸고, 라일락 향기가 바람을 타고 코끝으로 전해왔습니다. 살짝 열린 문틈으로 보니 그 곳에는 햇살을 가득 머금은 녹색의 나뭇잎들이 반짝였으며, 맑고 푸른 하늘이 가없이 열려 있었는데 바람이 살짝 불면서 이내 닫히고 말았습니다.
갑자기 방 바깥의 모든 것들이 궁금해 오기 시작했습니다. 아버지의 얼굴은? 형과 누나들은 몇 명일까? 사람들은 무얼 먹고 무얼 입고 뭘 하면서 살지? 여러분도 그랬듯이 나의 인생은 그렇게 찐~한 호기심으로 시작됐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호기심이야말로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특성' 이라고 했고, 아인슈타인은 '나는 천재가 아니다. 다만 호기심이 많을 뿐이다' 라고 말했습니다.
여행길에 국제공항 로비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며 보면 대체적으로 무리 지어 떠드는 사람은 중국인들이고, 의자에 앉아 책을 보면 일본인이며, 여기저기 두리번거리고 다니는 사람은 한국인임을 알 수 있습니다. 좀 정신사납긴 해도 그 능동적인 호기심이 한국의 에너지고 동력이라는 생각이듭니다.
그래서인가 프랑스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한국인은 호기심에 가득 차 있다. 어린아이 같은 열린 눈과 열린 마음으로 새로움을 추구한다'고 했습니다.
호기심이 많은 사람은 나이와 관계없이 늘 부지런하게 생각하고, 움직이는 능동적인 생활인의 습관을 갖고 있습니다. 게다가 호기심은 무한 열정으로 이어집니다.
청춘은 인생의 어느 한 시기가 아닙니다. 나이를 잊고 호기심으로 항해를 계속하는 그대가 청춘입니다. 눈을 크게 뜨고, 어깨를 활짝 펴고, 뚜벅 뚜벅 두발로 세상을 내딛으며 살아가는 한 그대가 청춘입니다.
인간은 사고하는 동물이기에 호기심을 잃을 때 노인이 됩니다. 나이 드는 것을 막을 수는 없지만 오늘도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새로운 무언가를 찾아 인생 항해를 계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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