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집我執의 노래
바람소리/김윤기
꽃의 향기로 내 이름을 쓰고
언젠가는 홀연히 떠나
내 이름 석 자
꽃의 향기로 묻고 싶다
가끔은 쓰러진 거목巨木의 껍질로 내 이름을 쓴다
죽어도 거목의 등걸로 쓰러지고 싶은 하찮은 욕망
불현듯 솟구쳐서다
산뜻한 갈바람 목덜미에 걸리고 하늘빛 저린 날
바람의 이름 기대어 내 이름을 쓴다 . 꽃과 나무 사이로 흘러
만나고 흩어지는 기쁨 하나, 슬픔 하나 나란히 걷는
바람이고 싶다
혹여
탐욕스런 내 삶의 노래를 어설피 탐하지 말라
썩어서 출산할 씨앗을 품고 풍경소리 맴도는 바람을 따라
추녀 끝 돌고 도는 일이 얼마나 목마르고 허기지는 짓인지
나만 모르고 사는 것이니
탈속脫俗의 길
저 길 끝은 어쩔 수 없이 또 속세다
** 오래된 기다림 **
나를 사랑했던 이들과
사랑하고 있는 이름들이여!
내가 사랑했었고
사랑하고 있는 이름들이여!
하늘과 땅으로 나뉘고 땅에서 땅으로 흩어져 있어도
그리워 기다릴
마음 한녘, 아득한 곳에 숨어있는
아름다운 이들이여!
과거의 문밖은 오늘이었다.
** 땅을 여는 문고리 **
땅은 문고리를 당기지 않아도 이미 열려있고
영겁의 풍상風霜과 마주하고 있다
아리수를 건너 선 곳은 이미 또 하나의 과거를 잉태하고 있었다
한강의 물줄기를 따라 고요히 흘러가는 나의 하루를 뒤로하고
이별과 만남이 갈라지는 귀향 길에 올랐다
2010. 10.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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