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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길을 묻다 ㉙ - 동상이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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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4
작성일 2016-04-13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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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는 산벚꽃이 등불보다도 환하고, 들에는 노오란 물감을 풀어낸 듯 유채꽃이 수채화처럼 펼쳐져 있는 햇살 눈부신 봄날입니다. 생동하듯 피어나는 꽃들로 인해 생명의 계절이라는 말을 실감하는 순간입니다.
왠지 온몸에 설렘처럼 잔 경련이 일고 봄바람에 던지듯 몸을 맡기고 싶습니다. 지금쯤 남도 어디선가는 청보리가 피고, 종달새들이 이랑사이를 포롱 포롱 날아다니겠지요.
떠나볼까? 그곳 남도로? 봄이면 싱숭생숭해지는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 듯합니다.
알파고 같이 모진 아내가 오늘따라 웬일인지 벚꽃나들이를 보챕니다. 하지만 아랑곳없이 부서져 내리는 햇살에 눈을 감으면 꿈 인양 먼 기억 속으로 깊어지고 또 깊어져 달빛마저 푸르던 밀밭 이랑에서 목련꽃 같이 뽀얗고 소담한 가슴을 내어주던 젊은 날의 어느 여인을 생각하는 나는 배신자인가요? (간이)배 밖으로 나온 놈인가요?
“하지만 아내여! 이처럼 눈부신 봄날, 제발 오늘만큼은 나의 상념을 방해하지 말라. 나는 오랜 세월을 거슬러 어느 봄날에 일어났던 이런 저런 기억을 더듬으며 오수에 젖어들고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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