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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길을 묻다. 116 - ‘네 번째 손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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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에이포 작성일 2018-11-07 13:01 댓글 1건 조회 88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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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을 쥔 다음 새끼손가락부터 손가락을 하나씩 펴보자.
가엽게도 네번째 손가락은 절반 정도도 채 펴지지 않는다.

중지가 함께 일어나 주면 조금 더 허리를 펴고 검지와 엄지까지 모두 펴지면 그때 비로소 온전하게 펴진다. 자연의 이치, 자연의 목소리에 의존하고 살아온 인디언들은 아이가 태어나면 자연의 현상들을 인용하여 바람의 아들이나 다시 태어난 돌주먹이라고 작명을 하듯 11월을 네번째 손가락의 달이라고 부른다  

11월에 들어서 날씨가 추워지기 시작하면서 그들은 다소 느슨했던 사냥을 서두르고, 겨울에 일용할 식량과 지필 땔감도 구하며 월동준비를 한다. 미처 추위에 대비하지 못한 가운데 겨울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에 서로 가진 온기를 나누고 도움을 주고받으며 11월을 보내야 하는 것이다. 우리의 조상들이 일손이 부족한 농번기에는 고양이 손도 빌린다는 뜻과 일맥상통한다고 하겠다. 즉 슨, 11월은 누군가의 작은 도움이라도 절실히 필요하다는 뜻이 담겨져 있다.  

결혼식을 올릴 때 네 번째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주는 의미도 마찬가지다. 검은머리 파뿌리가 될때까지 함께 하겠다는 약속인데 굳이 다섯 개 손가락 중 네 번째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주는 것은 네 번째 손가락만이 홀로서기를 하지 못하기 때문에 엄지나 검지가 되어 함께 의지하고 부족함을 채우며 살아가겠다는 의미가 담겨있다는 說이. 우리 풍습과 인디언 풍습의 닮은 점 중 하나다  

네 번째 손가락의 달, 11월이다.

김장담기를 비롯해 난방준비 등 겨울나기 준비에 매우 바쁜 계절이다. 대부분의 가구들은 11월이 되면 마음이 바빠지고 일손이 턱없이 부족하다. 아내가 김장 날을 받거든 가장의 체면 따위는 훌훌 벗어던지고 뽑고 나르고 저리고 버무리고 힘들 때 마다 결혼반지의 의미를 새기며 허리가 휘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힘든 하루가 끝나고, 아내가 삶아주는 목삼겹 수육을 아직 풋내가 채 가시지 않은 겉절이 싸서 막걸리 한잔과 함께하는 행복감도 맘껏 누리시기 바란다. 안취해도 취한 척~ 모처럼 아내의 허벅지를 베고 누워 평소 즐겨 부르는 십팔번 한가락 뽑으며 가을밤의 낭만을 즐기시던가  

뜰 앞에 수북이 쌓인 낙엽과 함께 시나브로 가을밤이 깊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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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연2님의 댓글

김석연2 작성일

에이포님의 글에 함빡 취합니다,그려
글이 어찌나 맛갈스러운지 겉절이 배추에 수육 얹어  먹는것 보다 더 맛있습니다 ㅎㅎ
동문 홈페이지를 자꾸 찾게 만드는 동문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