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동문 문화예술

10월에 마지막 밤

페이지 정보

작성자 조규전 작성일 2018-10-31 11:30 댓글 0건 조회 876회

본문

      10월에 마지막 밤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

뜻 모를 이야기만 남긴 채 우리는 헤어졌어요.

그날의 쓸쓸했던 표정이 그대의 진실인가요

한마디 변명도 못하고 잊혀져야 하는 건가요

언제나 돌아오는 계절은 나에게 꿈을 주지만

잊을 수 없는 꿈은 슬퍼요 나를 울려요

 

10월 말 일이 되면 어김없이 이 노래의 가사가 우리의 가슴속으로 비집고 들어온다.

누가 반가히 맞아 주는 것도 아닌 것 같은데 요맘 때 쯤이면 우리의 가슴속에는 이미 들어와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 같다.

아니 10월 말 일이 되기도 전에 이미 맞이할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 노래 가시는 사랑과 애수가 공존하지만 사랑이란 단어가 하나도 없는 것이 유별나다.

흔해빠진 사랑이란 단어가 안 들어가도 연민의 정을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작사가 되어 있다는 것이다.

10월의 마지막 날 밤이 아무리 훈훈하다 해도 이 노래 한 소절에 금세 쓸쓸하게 변하게 하는 마력이 있지 않을까 싶다.

 

10월의 마지막 날 밤은 아무리 젊음의 광기를 바탕으로 악다구니를 한다 하여도 초연해 질 수 밖에 없는 감정의 골로 빨려 들어간다.

이 노래가 80년대 초에 나오면서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이던 그 전에 살았던 사람이던 간에 센티멘털 해 지지 않을 수 없는 환경을 만든 것이다.

실제, 9월에 마지막 밤도 있고 11월의 마지막 밤도 있다.

12달 말미 마다 찾아오는 마지막 밤 중에서도 유독 10월의 마지막 밤이 많은 한국 사람들의 가슴을 더 아리게 만든 장본인이 바로 잊혀진 계절이 아닐까 생각된다.

 

2018년 시월의 마지막 밤도 얼마 있지 않으면 우리 곁으로 내려 앉는다.

피할 수 도 피해서도 안 되는 숙명의 시간이 오는 것이다.

어떻게 우리가 맞이 할 것인가가 남았을 뿐이다.

소주 한 잔 마시고 거리를 활보하면서 잊혀진 계절을 외치기에는 우리 사회가 너무 성숙되어 있다.

과거 억압과 통제 시절에는 미친 체 하고 고성방가를 불렀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어깃장을 놓을 정도의 시절도 이제 우리 곁을 떠났다.

 

조용한 커피숍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잊혀진 계절의 음반을 들으면 제 맛이 날는지 모르겠다.

아니 혼자 들어서 제 맛이 난다면 그래도 누가 뭐라 하지는 않을 것 같다.

결혼을 하지 않은 젊은 연인들이라면 철 지난 음반이지만 이 노래를 들으면서 새록새록 한 감정의 싹을 틔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어떤 사람은 10월의 마지막 밤을 노래 부른다는 것은 세월 감을 아쉬워 하는 면도 있을 것이고, 또 어떤 사람은 떠나간 애인을 그리워하는 부분도 있으리라 본다.

사람마다 느끼는 감정의 영역은 다 다르리라 본다.

가을과 겨울의 변곡점에 처해 있는 10월의 마지막 밤은 여러 사람들에게 가슴앓이를 하면서 잠 못 이루는 밤이 될는지 모르겠다.

이렇게 센티멘털 한 날 밤에 쿨 쿨 잠만 잘 잔다면 이 또한 너무 허무한 밤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