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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길을 묻다 114 - ‘晩 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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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하랴
마지막 情炎을 태우고 지는 잎들을
어이하랴
마치 없었던 일인 양 뚝 뚝 떨어져
아득히 멀어진 사랑을
어이하랴
구월의 칸나처럼 그 붉던 입술도
첫 모금 커피 같은 그대 향기도
이제는 치운 가을바람에 사루어져 버리고
내게 남은 것은
있었던 듯 없었던 듯
마지막 입맞춤의 여운뿐이어라
젖어든 눈시울로 바라보는
저문 호수는 하늘을 향해 沈潛하듯 濃익은 가슴을 열고
억새는 이별을 앞둔 여인처럼 숨죽여 흐느끼는데
달빛 밞으면 서리꽃 피고
낙엽 밞으면 그대 그리움 피는
맨발로도 아프지 않은
낮달이 뜬 가을 호반
이 시린 시월을 배웅하는 길
未踏의 聖池에 潛入하듯
자맥질로 하루를 보내던
철새들마저 날아가 버리고 없지만
서러워만 말고
떠나는 가을을 향해 손 흔들어 주라
사랑한다는 것은
조용히 미소 지으며 보내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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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어단파파님의 댓글
어단파파 작성일
캬~
섹시한 가을 남자의
만추(晩秋) 독백(獨白),
끝까지 가슴 저미는
애틋한 사랑을
어이하랴.. ^^ㅎ
임욱빈님의 댓글
임욱빈 작성일
문득, 특별히 바쁜 일도 없이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데, 이를 박차고 훌훌 털어버리러
훌쩍 떠나고 싶은 계절에 걸맞은 글이네요.
그대, 에이포 너무 멋집니다.
김윤기님의 댓글
김윤기 작성일
걸출한 인물의 손 끝에서 걸출한 작품이 지어지듯
걸출한 후배를 만나는 기쁨이 참으로 큽니다.